아이의 어휘력을 좌우하는 양육자의 작은 습관 3가지

어휘력 향상의 시기를 놓치지 마세요

by 신운선

‘어휘력’은 낱말의 의미를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이때 낱말의 의미란 단순한 사전적 의미뿐 아니라 여러 상황과 맥락 속에서의 다양한 의미, 다른 낱말들과의 관계와 그 관계 속에서의 미묘한 의미 차이에 대한 지식을 모두 포함합니다.


어휘력은 의사소통의 주요한 수단으로써 아이들의 사회성 발달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어휘력이 뛰어난 아이들은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의 의사를 명확히 전달하여 수월하게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또한 어휘력은 아이들의 학습 속도를 정하는 중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EBS다큐프라임 <언어 발달의 수수께끼> 편에서 아이들의 어휘 지수와 평균 단어 인식 속도 간의 관계 실험을 한 적이 있는데요. 표현할 수 있는 어휘 지수가 높은 아이들은 낮은 아이들에 비해 평균 단어 인식 속도가 크게 3배 이상 빨랐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속도 차이가 시간이 갈수록 더 크게 벌어진다고 강조합니다. 실제로 생후 24개월에 어휘력이 좋았던 아이들의 3년 후를 추적했을 때 지능은 물론 학업 성취도 검사에서도 높은 점수를 기록했음을 확인했습니다.


어휘력 향상의 결정적 시기

일반적으로 생후 2-3년 사이, 아이들의 어휘력은 폭발적으로 향상됩니다. 두 살 정도에 고양이, 개, 소 모두를 “야옹이”라고 부르다가 네 살 정도부터 “호랑이”가 동물 외에 무서운 사람을 은유적으로 일컫는 단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언어의 복잡한 의미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것까지 가능한 수준에 이르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 이후부터는 아이들 저마다 어휘력에 차이가 나기 시작합니다. 이때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양육자들의 언어 사용 습관을 비롯한 양육 환경입니다. 이 시기 양육자들로부터 다채로운 어휘와 문장을 접한 아이들은 이를 모방하고 반복적으로 연습하면서 어휘력을 키워 나갑니다.


아이의 어휘력을 키워주는 양육자의 습관 3


습관 1. 3살부터 유아어 그만, 정확한 단어를 알려주세요!

유아기에는 사물에 대해 명확한 단어를 사용하기보다는 발음하기 쉽고 귀여운 유아어를 흔히 사용합니다. ‘밥’이 아니라 ‘맘마’로 말하는 식이죠. 아이의 발달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세 살부터는 짧은 문장을 사용하여 말할 줄 알게 되는데요. 어느 정도 문장 구사가 가능한 시기부터는 유아어가 아닌 정확한 단어 표현을 알려주고 사용하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습관 2. 아이의 말을 중간에 끊지 마세요!

아이의 말을 경청하고 적극적으로 반응해 주는 것은 어휘력 향상에 매우 효과적입니다. 아이들은 사용할 수 있는 어휘가 부족하고 표현이 서툴 수밖에 없는데요. 그것이 답답하다고 아이의 말을 툭 자른다면 아이의 표현 욕구는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양육자가 아이의 말을 잘 들어줄 때 아이는 신나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게 됩니다. 아이의 표현이 서툴러도 절대 중간에 끊지 말고 기다려 주세요. 칭찬하고 맞장구 쳐주세요.


습관 3. 그림책을 적극 활용하세요!

그림책은 아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감수성을 발달시킬 뿐만 아니라 단어와 무장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합니다. 등장인물의 대화를 들으며 듣기와 말하기를 흥미롭게 배울 수 있지요. 특히 여러 권을 한 번씩 읽는 것보다 한 권을 반복해서 읽는 것이 어휘력을 높이는데 효과적입니다. 아이의 흥미를 끌만한 “최애 책”을 만들어 주는 게 어휘력 향상에 좋은 방법인 것이지요.


이때 아래 방법들을 함께하면 아이의 어휘력 향상에 더 효과적입니다.


첫째, 구연하듯 읽어주세요.

이야기의 주제나 큰 줄거리는 흔들리지 않되 세세한 말투는 얼마든지 바꿔서 들려주세요. 아이들은 단어의 뜻을 모르더라도 말하는 이의 목소리 톤이나 행동, 표정 등을 보며 전체 이야기를 이해합니다. 같은 내용이라도 음성의 변화를 주어 실감 나게 들려주면 장면 장면을 보다 또렷하고 생생하게 그리게 됩니다.


특히 옛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인 만큼 구연하며 들려주기에 딱 좋습니다. 권선징악의 결말은 아이들에게 주인공이 겪는 고난이나 위험이 결국 잘 될 거라는 걸 알고 이야기를 즐기게 하죠.

뒤집힌 호랑이.png <뒤집힌 호랑이(김용철 저|윤옥화 구술|보리)>중 한 장면

<뒤집힌 호랑이>는 호랑이에게 잡혀 먹힌 소금장수의 이야기를 해학적으로 담았습니다. 소금장수는 호랑이 뱃속에 살면서도 고기를 구워 먹는 등 살 궁리를 하죠. 고기 굽는 냄새에 옹기장수, 엿장수 등도 와서 배불리 먹고요. 그 바람에 호랑이는 죽고 말죠. 호랑이가 죽자 호랑이 뱃속에 갇힌 이들은 힘을 합해 호랑이 뱃속에서 탈출합니다. 여러 사람이 힘을 합하여 어려움을 극복하는 지혜는 유쾌하고 통쾌합니다. 구수한 입말체는 읽는 맛도 더합니다.


둘째, 신체 표현을 함께 하세요.

아이들은 듣기만 하는 것보다 몸으로 표현할 때 책 내용을 더 잘 기억합니다. 등장인물의 몸짓이나 표정 등을 신체로 표현함으로써 인물의 성격이나 감정, 역할을 더 잘 이해하죠. 또한 어휘로 다 표현해 내지 못하는 것을 몸으로 표현하며 욕구를 발산하기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을 다시 말로 표현하며 어휘 사용을 격려할 수 있습니다.


특히 상상이 현실이 되는 판타지 그림책은 아이들이 신체 놀이를 하며 욕구를 발산하기에 제격입니다. 아이들은 행복한 간접 체험을 하며 위로를 받습니다.

간질간질.png <간질간질(최재숙 글|한병호 그림|보림출판사)>중 한 장면

<간질간질>은 아빠와 유준이의 간질간질 놀이가 상상의 세계로 변화하는 것을 보여줍니다. 애벌레로 변신하기도 하고 악어나 토끼가 되기도 하죠. “푸득 푸르륵”, “아그작 아그작” 같은 흉내말이 반복적으로 나와 말의 재미도 한껏 느끼게 합니다. 양육자와 아이의 유대 관계가 두터울수록 아이의 정서가 안정되고 지능발달 점수도 높게 측정되는데요. 언어의 재미도 느끼면서 이 책의 가족처럼 아이와 함께 유쾌한 몸 놀이를 해보세요.


셋째, 말놀이 활동을 하세요.

기본적으로 양육자가 읽고 아이가 따라서 말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를 읽을 줄 아는 유아라면 번갈아 읽는 방법도 있지요. 유아의 언어 발달 수준에 따라 수수께끼, 말 잇기, 반대말과 비슷한 말 찾기, 운율 만들기 등의 말놀이도 좋습니다.


동시는 언어에 리듬감이 있어 말놀이 하기 좋고 리듬감은 신체 활동까지 이끌기 좋은데요. 이때 아이에게 들려주는 동시는 긴 시보다는 짧은 시가 좋고 상징이 많고 추상적인 내용보다는 이해가 쉬운 구체적인 내용의 시가 좋습니다.

달팽이 학교.png <달팽이 학교(이정록 글|주리 그림|바우솔)>중 한 장면

<달팽이 학교>는 간결한 동시가 맑고 섬세한 그림과 어우러져 자연의 풍경, 마음의 소리를 절묘하게 전달합니다. 바로 삶의 속도를 늦추면 소중한 것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뽕잎 김밥 싸는 데만 사흘이 걸리는 달팽이들은 보리밭으로 소풍을 다녀오는 데 일주일이나 걸립니다. 느려서 자연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고 마음의 여유가 생겨납니다.


달팽이들의 모습은 행동이나 배움이 느려서 곤란을 겪은 아이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주기도 하는데요. 운율에 맞추어 아이와 함께 시 낭송을 해보세요. 배움이나 행동이 느려도 괜찮다고 말해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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