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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환오 May 24. 2024

원래부터 라디오를 좋아했는데요.

아날로그를 더 선호하는 82년생 사람입니다.

중학교 때부터 꽤나 열심히 라디오를 들었던 기억이 있다.

90년대 중고등 학창 시절을 보낸 나는 그 당시 좋아하는 연예인들 소식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TV와 라디오 딱 2개였기 때문이다.

밀레니엄으로 넘어온 뒤 핸드폰이 일상화되면서 서서히 라디오와도 멀어지는 듯했으나...

나는 육아를 시작하면서 다시 라디오를 듣기 시작했다.

신생아를 껴안고 사는 엄마에게 세상과의 소통은 라디오가 유일했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편하게 핸드폰 앱으로도 라디오를 듣는 시대라니. 추억의 내 마이마이는 어디 갔을꼬..


근데 아줌마가 되니 어랏? 라디오를 듣는 시간대가 달라졌다.

주로 12시부터 4시까지(학창 시절이라면 들을 수 없었던) 낮 타임에 집안일을 하면서 듣게 됐는데 청소기 돌리면서 들으면 이만한 친구가 따로 없다.

개인적으로 김신영이 진행하는 정오의 희망곡을 애청했는데 그녀의 말솜씨에 가끔 혀를 내두를 때가 많았다.

이렇게 보지 않고 듣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을 웃길 수 있다니 그녀는 천부적인 재능을 가짐에 틀림없다.

가끔 유일하게 나를 '찐 웃음' 터지게 만드는 그녀에게 느끼는 내적친밀감은 점점 밀도를 더해갔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와 마찬가지로 퀴즈에 정답을 보냈었는데(어차피 당첨은 잘 안되므로 가끔 하고 싶을 때만 보냈다) 내 인생 처음으로 어마어마한 확률을 뚫고 뽑혔다.

무려 온라인쇼핑몰 10만원 상품권!!!!!!!!!!!!!!!!!!!

기대도 안 했는데 당첨되고 나니 어머 이런 날도 다 있구나 싶었다.


라디오 상품으로 부업처럼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다던데 정말일까?

사실 그건 잘 모르겠다. 그렇게 시간을 투자해서 모든 퀴즈에 열성을 토해내서 문자를 보낸 적은 없었다.

그리고 라디오 상품을 부업으로 하려면 하루에 대체 집중해서 몇 시간을 들어야 하는지도 감이 안 왔다.


아침에 눈 뜨면 라디오 듣는 게 일상인 우리 가족에게 6살 둘째는 광고 CM송을 기막히게 다 외운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이제는 안 들을 수가 없다. 귀로도 세상 소식을 접하니 사실 아침밥 먹을 때 들으면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에서 제일 꿀인 시간이다.


최근에 감사하게도 또 이런 문자를 받았다.

꺅!!!!!!!!!!!!!!

상품권 5만 원이라니... 라디오 들으면 내가 행복한데 선물까지 주다니. 이러니 라디오를 끊을 수가 없지.


상품권을 받고 당근에 가격을 내려서 팔까 하다가 스테이크 노래를 부르던 큰 아들을 위해 마음을 바꿨다.

오랜만에 간 아웃백.. 사진을 안 찍을 수가 없다ㅠㅠ

자주 못 데려가서 아이들한테 미안했는데 그날은 갈 수 있게 만들어준 철업디에게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그래, 이걸 부업으로 성공(?)할 정도의 수입은 못 벌었지만 그래도 가끔 이렇게 행운처럼 찾아오는 선물이 감사한 거지 뭐.

나에게는 힐링이자 찐친이자 노동요를 제공해 주는 라디오.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평생 친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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