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환오 Jun 14. 2024

유튜브를 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마흔이 넘어 이제껏 살면서 제일 큰 도전을 하는 중입니다..

비즈니스 PT 수업은 온라인 강의 6번과 오프라인 수업을 일주일에 한 번 진행하고 있다.

오프라인 수업에서는 나에게 배정된 트레이너 선생님과 미팅을 하면서 부족한 점과 해야 될 과제, 온라인 강의에서 이해가 안 되는 것 등을 물어볼 수 있다.

선생님을 만나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 송파나루역에 있는 사무실을 찾아간다.

이 수업을 들으러 온 사람들 중에 이미 여러 가지 시도해 보고 온 사람들은 몇 달 되지 않아 수익화를 이뤄낸다고 한다. 그런 소식들을 접할 때마다 나도 모르게 마음이 조급해지고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보는 롯데타워지만 저기에 갈 일은 없습니다. 


3달이 채 지나기도 전에 한 번의 시련이 왔었다.

한창 손이 많이 가는 아이들도 제대로 못 챙겨주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유튜브를 제작해야 하는 나 자신에 현타가 왔다.

나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 건가?

이 수업을 끝까지 완강하고 나서도 끝내 수익화를 못하면 어쩌지 하는 현실적인 두려움.

일주일에 영상 하나씩 제작해서 유튜브에 올려야 한다니.. 이게 보통 일이 아니다.

살면서 이런 쫄깃쫄깃한 디데이를 겪어본 적이 없는 듯하다. 마감이라는 게 일주일 간격으로 찾아오니 거기다가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덤으로 나 자신을 짓누른다.


하지만 매주 수업을 따라가면서 한 가지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나는 책 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거.

그동안 잊고 살아왔었는데 이 비즈니스 PT 수업을 시작하면서 '나'에 대해 집중할 수 있었다.

결국 나는 무얼 좋아하고, 남들보다 무얼 잘할 수 있는 사람인가?

이것을 찾는 게 가장 핵심인 듯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첫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이런 점을 고려해서 직장을 잡았던가?

아니. 전혀!! 그러니 10년 동안 한 우물만 파고도 그 직종으로는 이직하겠다는 생각을 안 해봤겠지.

돈을 많이 주는 분야도 아니었고, 내 자아를 실현하려는 목적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 어떤 것도 이루지 못한 10년이었다 생각하니 급우울해지려는 찰나. 고개를 강하게 저어 본다. 

아니야. 얻은 게 왜 없어?

내 끈기 하나는 인정받았잖아. 누구? 사장한테?

아니지. 내가 나를 인정했으면 그걸로 된 거지. 10년 동안 한 회사에 출근하는 거 요즘 같은 세상에 아무나 할 수 있나? 아니다. 내가 남들보다 지독하게 인내심이 강한 거는 확실하다. 그 인내력과 끈기와 성실함 하나로 지금까지 버텨온 건 내가 알고 세상이 다 안다.


그러니 지금 난생처음 도전하는 일에 성과가 바로 안 나온다고 주눅 들지 말자.

살면서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미친 듯이 노력했다면 실패해도 후회는 없겠지.


12시에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오면 2시가 가까워지는 시간. 배고픔을 못 이기고 편의점에 들러 김밥 한 줄을 샀다. 와우. 편의점 김밥도 3500원 하는 세상이구나. 가격 살벌하네. 이젠 못 먹겠네. 했던 내 마음은 김밥 하나가 입에 들어가자마자 오잉? 맛있네? 퀄리티가 많이 올라갔구나! 급 긍정모드로 변한다.

기대 안 했는데 생각보다 고퀄인 GS편의점 김밥.

목요일은 11시 수업시간에 맞춰가기 위해 그야말로 전쟁통을 치르듯 정신없이 시작하는 아침을 맞이한다.

두 아이 학교,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고 나는 허겁지겁 마을버스를 타고 지하철역으로 향한다.

그만큼 다른 날보다 뿌듯한 날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타보는 출근길 지하철 안 사람들의 모습. 

모두가 열심히 살고 있다는 걸 눈으로 확인하는 날이니까. 

아직 이룬 건 없지만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거 그거 하나로도 충분합니다.

지금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이전 08화 저는 지금 비즈니스 PT4기입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