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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환오 Jun 21. 2024

돈 벌기에 목말랐던 나에게.

어느덧 '전업주부의 무수입 탈출기'마지막 화가 와버렸군요.

브런치 작가가 되고 처음으로 주제를 잡고 연재를 시작했던 '전업주부의 무수입 탈출기'가 오늘이면 끝이다.

시작은 남편의 갑작스러운 퇴사였다.

남편의 방황이 몇 개월, 아니 길어도 1년이면 해결될 줄 알았다. 그 방황이 3년을 채워가기 시작하자 나의 불안함은 극도로 치달았다. 물론 그 사이사이 남편은 현실적인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용직으로 물류센터 근무도 열심히 했었다. 대기업 과장에서 갑자기 일용직으로 직위가 바뀐 당신 마음이 지금 제일 힘들겠지.라고 생각하면서도 한 달 생활비가 펑크가 나는 현실이 괴로운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남편만 믿고는 더 이상 안 되겠다는 촉이 서서히 올라오기 시작했다. 


불현듯 김미경 강사님이 라디오에서 했던 얘기가 생각났다. 

엄마들이 30대에는 보통 아이들 키우느라 그런지 바빠서 강의에 안 나와요. 그러다가 마흔 넘어서 강의 들으러 나오는데 그때 내가 저 인간(남편)만 믿고는 안 되겠어.. 막 이런 마음이 들거든요.


강사님의 예언(?)대로 나 역시 남편의 퇴사로 내가 우리 집을 일으켜야겠다는 비장한 마음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이쯤에서 긍정회로를 한 번 돌리자면, 어쨌든 남편의 퇴사 덕분에 그동안 미뤄왔던 브런치 작가에 도전도 했고 이렇게 글도 쓸 수 있지 않은가?

나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어릴 때부터 내가 받아온 상장은 대부분 글짓기 상이었으니..

한동안 내 존재를 잊고 아이들 육아와 살림에만 매몰된 채로 살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 24시간은 언제나 턱없이 부족했으며 그렇다고 내 살림실력이 고수의 향기가 느껴질 만큼 확 성장한 것도 아니었다. 

항상 쫓기듯 바쁘게 살아가고 있었지만 남편의 확실한 밥벌이가 있었기에 내가 무생산성으로 돈을 벌지 않는 것에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제 다시 '나'라는 사람에 초점을 맞춰서 집중해야 하는 시기가 와버렸다.

이건 선택이 아니라 그냥 무조건 해야 하는 일이 되어버렸다.


나는 무얼 좋아하는 사람이고, 무얼 할 때 행복한 사람인지.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니~ 서장훈 님 목소리가 귀에 맴돈다..) 이제는 기억조차 희미해져 간 내 취향들이 돈을 벌려고 몸을 꿈틀대면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길게 보고 '내'가 잘할 수 있는 일거리를 찾아야 한다. 내가 무엇보다 그 '일'을 좋아해야 한다.

사랑까진 못하더라도 적어도 싫어하지는 않아야 오래갈 수 있다.


감사하게도 남편은 얼마 전 새로운 직장에 지게차 기사로 취직을 했다. 

3년 만에 4대 보험 가입이라니, 실로 눈물이 날 정도로 반가웠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두 아이를 키우는 4인 생활비로는 모자란다. 나머지 부족한 돈은 내가 빨리 수익화를 내는 방법밖에 없다.


나 같은 고민이 있는 30,40대 주부들이 혹시라도 이 글을 본다면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기를 바라본다.

잘하고 못하고는 중요하지 않다. 완벽하게 살림을, 요리를, 육아를 다 잘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있다면 그야말로 '사기캐릭터'지..

거기다가 플러스 알파로 돈까지 벌어야 하는 현실이라니.. 내가 무슨 죄가 많아서 이 현생에 이렇게 많은 일들을 감당하며 살아야 합니까 신이시여.. 를 외치고 싶으나 일단 넣어두자.

어여쁜 두 아이들을 품에 안았으니 그걸로 이미 충분하지 않은가?

아이들은 삶의 원동력이라는 말이 이래서 나오는구나 싶을 때가 있다. 


얼마 전 둘째 아이의 심쿵한 멘트가 나를 미소 짓게 만들었다.

원피스를 입은 나를 보고 "엄마~ 공주님 같아~" 

나대지 마 내 심장아... 나한테 공주라고 말해준 남자는 네가 처음이야 ㅜㅜ 이러니 널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니 라며 꽈악 끌어안았다.


오늘도 노트북을 켜서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해 준 나의 무탈한 일상에 감사함을 느끼며 이 글을 마쳐볼까 한다. 

엄마들 오늘도 고생 많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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