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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심을 한가득 담아 구매한 책.

그 이름 ‘촌놈’

by 환오


‘촌놈’은 엄마의 유산을 통해 만난 캐리소 작가님이 공저로 집필한 책이다.

줌으로도 그랬지만, 실제로도 만난 그녀가 풍기는 이미지는 온화함 그 자체였다.

(그런 그녀를 나뿐만 아니라 엄마의 유산팀 작가님들 모두가 사랑하는 듯하다. 쿨럭!)


그녀의 이야기는 총 5편이 수록되었는데

다락방의 비밀, 골목길이 꾸는 꿈, 집을 향하여, 그에게 건네는 선물, 변덕쟁이의 변명이 그 제목이다.

5편에 담긴 이야기들이 모두 그녀처럼 따스함을 글자 안에 내뿜는다.



새 커피믹스로 커피 두 잔을 타서 목사 사모님과 함께 마셔보았다.

부드럽고 고소했다.

혀끝을 감는 맛이 봄날 한가로이 졸고 있는 고양이의 오수처럼 나른하고 무염버터를 담백한 빵에 바른 것처럼 혀를 감았다.

음, 하며 서로 눈빛을 교환하던 우리는 새로운 커피 맛에 흡족했다.

두 달이 지난 며칠 전 그 커피를 다시 마셔보았다.

그런데 그때와는 다르게 크림 비중이 너무 크고 커피의 진한 맛이 부족해서 오히려 느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럴까. 입맛이 요리조리 변덕이라도 부리는 걸까.

생각해 보니 지난번에는 추적추적 비가 오는 날이어서 커피의 크리미한 느낌이 싫지 않았다.

달라진 건 날씨와 그날의 공기, 그리고 시간뿐이었을까?

수년 전에 갔던 길을 기억 속에 저장했다가 오랜만에 그 길에 들어서면 전과는 다른 분위기를 만날 수 있다. 같은 곳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생각과 느낌이 달라지는 걸 보니 참 신기하다. 커피도 그렇다. 커피를 어디서 마시는가에 따라 커피 맛이 다르다.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좋은 사람과 마시면 타샤의 정원에 들어온 내가 꽃향기에 취해 맘껏 환상 속을 거니는 것 같다. 반면에 아이의 등교와 남편의 출근을 돕고 난 오전 시간, 전쟁터를 방불케 한 거실과 집안을 돌아보며 마시는 커피 한 잔은 정신없는 숙제를 끝마친 안도감에 더 달고 안온하게 느껴진다.


시간과 온도, 그날의 날씨와 그것을 바라보는 마음에 따라 맛과 느낌은 얼마든지 바뀐다. 게다가 어느 장소에서 그 일을 만났는지도 중요한 요인이 된다. 특정한 일을 받아들이는 시선과 태도에 생각이 바뀐다면 결과도 당연히 달라질 테다.

-변덕쟁이의 변명 중에서-



글에서 커피 향기가 나는 듯 이미 상상으로 커피를 마시고 있다.

작가님 말씀대로 나 역시 아이들을 학교, 어린이집에 보내고 가끔 사치를 부려보는 별다방 커피는 저세상 맛인가 싶을 정도로 내 마음까지 적신다.


며칠 전 새로 나온 단짠 스타일의 커피를 마셔봤는데 와, 진짜 최근에 먹어본, 내 입으로 들어간 음식들을 통틀어 넘버원이었다!

아마도 아이를 보내고 남편과 오랜만에 찾은 마음의 여유.

그동안 돌보지 못했던 내 몸과 마음을 잠시나마 쉬러 찾아간 곳에서 마셔서 그런지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을 거 같았다.

심지어 비까지 추적추적이 아니라 폭우가 쏟아지는 날이었지만,

그날의 공기와 축축한 흙냄새까지 모두가 좋았던 그런 날.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그때의 그 맛이 그 ‘맛’이 아닐 수도 있다.

당시 느꼈던 그 기분이나 설렘, 기타 여러 감정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변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변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나는 그날 마신 커피 한잔에 온몸이 녹아 내리 듯한 만족감을 느꼈다.


작가님은 책에 당신을 변덕쟁이라고 지칭하셨지만

변덕스러운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는 걸로...

작가님의 귀여운 변덕쟁이 글이 나에게로 와서 마음이 말랑말랑해졌다.

다음 달에 나오는 그녀의 <엄마의 유산> 책도 기대가 한껏 된다.

그녀는 앞으로 당분간 ‘공저의 여신’이 될 예정이다.

언젠가 그녀만의 책이 나온다면 역시나 팬심으로 꼭 구매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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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