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지만 경제적으로는 반가운(?) 연락
아이는 1학년 말쯤 특수교육지원대상자로 선정되었다.
한 템포 느린 반응, 막 터지지 않는 말들, 풍부하지 않은 단어선택들..
내 아이는 잠깐 봐서는 모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금 느리구나 느낄 수 있는 아이였다.
그래서 친오빠는 가끔 볼 때마다 야, 괜찮은데? 뭐 그렇게 걱정 안 해 될 거 같아~ 말도 많이 늘었구먼~
긍정모드로 말해줬지만, 현실에서 센터와 학교를 오가며 모든 상황들을 접하는 나로서는 그 대답에 환하게 웃을 수만은 없었다.
아무리 초긍정모드로 돌리려고 해도 아이가 평범하게 반 친구들과 섞이지 않고 특수교육지원을 받아야 한다..라는 결과는 인정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 그래도 조금씩 따라잡고 있으니까. 느리지만 같이 가주면 될 거야.
하루에도 무너지는 마음들을 몇 번씩 붙잡느라 애를 써야 했다.
2학년 올라가서 아이는 기존에 배정된 반과 도움반(요즘은 센터나 엄마들 사이에서 특수반 대신 도움반이라는 명칭을 쓰는 듯싶다) 이렇게 두 개 반에서 양쪽 선생님들이 같이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2학년 담임 선생님은 감사하게도 아이에 대해서 신경을 많이 써주신 분이셨다.
그리고 도움반 선생님은 경력이 얼추 30년은 돼 가는 관록이 깊으신 분이셨다.
도움반 선생님이 처음부터 쿨하게 나에게 해주셨던 이야기들이 내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는데 큰 몫을 했다.
"어머니~ 사람들이 몰라서 그렇지 아이큐 두 자리 많아요, 왜 연예인들도 아이큐 두 자리 가지고 놀리고 예능에서 많이 나오잖아요? 아마 어머니나, 저도 아이큐 검사하면 두 자리 나올 수도 있어요~호호호~"
"분명 기특이는 공부는 아니지만 다른 쪽에 재능이 있을 거예요. 그리고 좋아하는 걸 찾았을 때 그걸 잘하기 위해서 노력을, 그러니까 규칙적인 습관을 엄마가 4학년까지는 잡아주셔야 해요. 4학년 넘어가면 그때까지 습관이 안 잡힌 애들은요, 그냥 공부를 놔버려요. 꼭 공부가 아니더라도 잘하고 싶은 게 생기면 꾸준히 열심히 해야 하는 습관을 잡아주셔야 해요."
선생님의 그 말씀에 나는 가슴속 깊이 뭔가 꿈틀거림이 느껴졌다.
내가 매일 아이를 붙잡고 힘들지만 공부를 하는 이유. 바로 선생님의 말씀처럼 습관을 잡기 위해서였다.
물론 지금은 공부가 어려워서 하기 힘들어하지만, 결국 그게 공부가 아니라 다른 좋아하는 것을 발견했을 때,
그때 아이가 스스로 노력을 해야 함을 깨닫게 해줘야 한다.
세상에 공짜로 얻는 게 어디 있던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나를 갈아 넣어야 한다. 아직 아이는 어리니 엄마인 내가 붙잡고 해야 한다.
특수교육지원대상자로 선정이 되어서 좋았던 점은 언어치료비를 한 달에 3회(15만 원) 지원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되니 이건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그렇게 아이는 2학년까지는 원반에서 수업을 받으며 따로 도움반에 내려가지는 않았다.
그 대신 한 학기에 2번 정도 선생님들과 만나서 회의를 했다.(도움반 선생님께서 따로 회의록을 올리셔야 한다)
그 시간은 현장에서 아이를 직접 가르치는 선생님으로부터 아이의 현재상황이나 어느 부분에서 부족한지 알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그래서 꼭 전화상담이 아니라 직접 선생님들을 뵈러 학교로 방문했다.
2학년 말까지 도움반 선생님도 기존 원반에서 수업받는 게 좋을 거 같다는 의견을 내주셨다.
하지만 3학년이 되고 아이는 결국 도움반에 내려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