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쿵 내려앉는 소리가 귀에 들렸다.
"기특이 어머니시죠? 지금 기특이가 울고 진정이 안되는데 학교로 와주시겠어요?"
1학년 1학기가 끝나갈 무렵이었나? 담임 선생님께 급한 전화가 왔다.
다행히 그날 남편이 쉬는 날이라 우리는 옷도 대충 걸치고 학교로 서둘러 향했다.
선생님의 짧은 설명으로는 기특이가 뭐에 화가 났는지 울먹거리며 진정이 안된다는 거였다.
양호 선생님도 같이 오셔서 달래 보았지만 속수무책이라고 하셨다.
아이의 팔이라도 꽉 잡아서 자국이라도 남으면 형사입건 될 수도 있어 그 어떠한 터치도 할 수 없다 하셨다.
그러니 부모인 내가 데려가라는 것.
떨리는 마음으로 반에 들어가니 아이의 얼굴 표정은 여전히 울그락불그락.
뭐가 너를 그렇게 속상하게 했을까.
우선 아이를 진정시키고 빨리 교실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남은 한 시간 수업이 친구들에게 방해가 되면 안 될 터이다.
우리는 그 길로 아이가 좋아하는 호주 스테이크 집으로 향했다.
점심시간이라 배가 고플 테니 맛있는 거라도 먹어서 일단 기분을 좀 풀어보자.
하지만 그날 학교에서 정확히 어떤 일 때문에 아이가 그랬는지는 알 수 없었다.
아이는 자신의 마음이나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기에 어려웠고, 나 또한 더 이상 캐묻고 싶지 않았다.
1학년 시기를 되돌아보면 담임 선생님은 기특이의 '느림'에 대해 상담 때마다 언급해 주셨다.
아직 조잘조잘이 터지지 않은 아이.
친구와의 소통이 적음을 지적해 주셨다. 그 점 또한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던 터라 마음을 내려놓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이유는 다른데 있었다.
그날 선생님의 표정에서 난 읽고 말았다.
다소 냉랭한, 곤란하다는 얼굴 표정 말이다.
나는 예민한 편이라 사람들의 표정을 빨리 간파하는 편이다. 예민해서 눈치도 빠른 편이고 설마가 진짜가 됐던 일들이 살면서 꽤 많이 있었던 터라. 그날 선생님의 표정에서 나는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초등학교는 유치원이 아니다.
아이들을 유아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내 아이가 불편하다고, 또는 아프다고 해서 내 아이만 바라봐주는 선생님은 없다.
내 아이는 그 반의 아이들 중 한 명 일뿐. 담임 선생님한테는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없다.
물론 선생님들마다 성격도 다르고 아이들 대하는 자세도 다를 테니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선생님도 결국 '직장인'이라는 사실을 그날 어렴풋이 느꼈던 것 같다.
1학년 때 내 기억에 남는 이슈라면 저 날의 기억이 전부이다.
다행히 아이는 별 탈 없이 1학년을 마치고 2학년에 올라갈 수 있었다.
혹시 이 글을 예비초등맘이 보신다면.. 한 가지 사실만 기억해 두자.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처럼 세심한 케어는 초등학교에서 힘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