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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환오 Aug 16. 2024

초등학교 1학년은 엄마에게 지옥입니다.

아 그리운 어린이집이여~~

예전 회사생활을 할 때, 은행 업무를 보러 가면 항상 자리에 계시던 여자 과장님이 안보였었다.

다른 직원 말로는 아이 초등학교 입학 때문에 사직서를 내셨다고.

휴직도 아니고 사직?

은행원이라는 직업이 복지가 나쁘지 않은 걸로 아는데 육아휴직이라도 내면 안 되는 건가 싶었다.

그때만 해도 결혼 전이라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오히려 더 힘든 신생아, 유아기도 지났으니 초등학교 입학하면 엄마는 사회생활 할 수 있지 않나 라는 순진한(?) 착각에 빠져 있었나 보다.


나는 큰 아이가 두 돌 되던 해, 10년 동안 일한 회사 생활을 정리했다.

그 회사에 더 이상 '헌신'하고 싶지 않을 만큼 열정을 바쳐 일했으며, 아이는 누구보다 내 손길이 필요한 시기 아니던가. 돌이켜보면 친정엄마가 2년 동안 아이를 맡아주셨기에 그 '10년'이란 세월을 채우고 관둘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이가 어릴 때 생각해 보면(지금도 둘째가 6살이라 여전히 육아 중이지만;;) 출산은 내 몸에서 아이가 분리됐을 뿐, 나오고 나니 이 작은 아이를 씻기고 재우고 입히고 먹이고.. 그 모든 걸 엄마라는 이름으로 해야 한다. 당연하다. 내 자식이니까. 나와 남편의 선택으로 세상의 빛을 봤으니 그 희생은 당연하다. 하지만 아, 이래서 아이는 뱃속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거구나. 남들이 하는 얘기가 괜히 있는 게 아니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그런 아이가 조금씩 자라 혼자 양치질도 하고 세수도 하고 양말도 신고 옷도 입는다.

혼자서 말이다! 올레! 그래, 고지가 얼마 안 남았어! 기뻐하던 찰나.......

초등학교 입학 후 1학년의 생활은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 중에 가장 빡세게 구른(?)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  좀 연해진 다크서클이 다시 무릎까지 내려오게 만들었다.


아이는 9시까지 학교에 가야 한다.

그리고 점심을 안 먹고 12시쯤 수업이 끝난다. 아침에 학교에 데려다주고, 집에 와서 빨래 돌리고 집안일 이것저것 건드리면 어느덧 11시다. 마음이 급하다. 아이를 또 데리러 가야 한다.

좀 전에 학교에서 헤어진 듯한데 다시 학교로 간다.

멀리서 아이가 해맑은 미소로 엄마! 하고 뛰어온다. 꼬물이가 이제 학교를 다 가는구나.. 첫 아이를 초등학교 입학시키는 엄마 마음이 이런 건가. 뭔가 뭉클하면서 대견스럽다.


그러고 나서 집에서 잠시 쉬다 태권도 학원 시간에 맞춰 아이를 집 앞 건너 상가까지 또 데려다준다.

수업시간은 한 시간... 집에 돌아온 나는 아침에 마저 못한 잔잔바리 집안일을 하고 다시 학원으로 간다.

일주일에 두 번 하는 언어와 인지치료.

센터까지 차로 15분에서 20분 거리.

내 직업은 아이의 매니저가 되어 있었다. 하루에도 현관문을 열댓 번은 열고 닫는 느낌이었다.

차라리 어린 둘째는 아침에 어린이집에 보내면 적어도 4시 전까지 맘 편히 맡길 수 있었다.


뒤늦게 큰 깨달음을 얻었다.

어린이집, 유치원 시절이 엄마들에게 시간이 더 많은 거였다.

초등학교 입학 후 1학년 아니 2학년까지는 통학이며 학원이며 아이가 혼자 가겠다고 하기 전까지는 동행을 해야 한다.

감사하게도(?) 아이는 2학년 1학기가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혼자 학교를 가겠다며 씩씩하게 현관문을 나섰다.


그날은 이게 꿈이야 생시야.. 매니저 일이 하나 줄었다.

지금은 3학년인데, 이제 뭐 가까운 장소는 자기가 알아서 갔다 올 정도로 커버렸다.


둘째는 6살. 내년 1년 남았다.

즐겨야 된다. 이 시기를!!!!!!!!!!!!!


엄마들~~ 아이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에 내 시간을 누리셔야 합니다. 꼭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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