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전문가들과 소비자운동가들의 GMO 홍보 실태 취재기
2016년과 2018년도에 유전자변형농산물인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에 대한 취재를 진행하면서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이 있다. GMO를 홍보하거나 옹호하는 식품 전문가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었다.
첫 번째 놀라운 경험은 2016년 당시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과의 인터뷰였다. 그는 K대학교의 식품공학과 교수로 재직중이기도 했는데, 농촌진흥청 GM작물개발사업단장과 함께 GMO 홍보책자인 『GMO 바로 알기』를 공동 저술했다. 그리고, 이 책자는 그가 이장직을 맡고 있던 한국식량안보재단에서 출간했다. 이같은 사실을 파악하고 인터뷰를 요청했다.
인터뷰에서 그는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이 GMO 홍보책자인 『GMO 바로 알기』를 전국의 고등학교에 보냈다고 자랑삼아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GMO가 없다면 식량 수요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GMO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미국 인구 3억 명이 20년간 먹고 문제가 없었으니 안전성은 완전히 검증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터뷰에 앞서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이 어떤 곳인지 살펴보았더니 CJ제일제당, 삼양사, 대상 등 주요 GMO 수입 기업들이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었다. 사실상 GMO를 수입해서 가공 판매하는 식품기업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단체로 보였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대표적인 초국적 GMO 제조 기업인 몬산토의 한국지사 몬산토코리아가 2015년도에 5천7백여만원을 식량안보연구재단에 기부한 사실이었다. 이것은 식량안보연구재단의 자금조성 내역을 살펴보다가 발견한 것이었다.
재단 이사장에게 몬산토코리아의 기부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는 몬산토가 GMO 홍보 책자인 『GMO 바로 알기』를 재단으로부터 6천권 구입해서 일선 고등학교에 배포하는 비용으로 제공한 것이라 했다. 결국 몬산토의 돈을 받아 GMO 홍보 활동을 한 셈이다.
어떻게 몬산토가 이런 후원을 하게 되었는지 경위를 물었더니 ‘크롭라이프’라는 이름이 나왔다. 크롭라이프는 몬산토, 바이엘, 바스프, 신젠타 등 GMO와 제초제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초국적 기업들의 연합체다. 크롭라이프코리아는 크롭라이프 인터내셔널의 6개 지부 중 하나다. 크롭라이프코리아의 대표를 찾아갔다. 그는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크롭라이프코리아가 회원 기업들이 한국에 GMO 신상품을 수출하고자 할 때, 수출이 잘 성사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지원과 안내를 하고 필요한 데이터들을 제시하는 활동을 주로 하고 있다”고 했다. 초국적 GMO 기업들의 이해관계를 위해 한국에서 뛰는 조직이라는 것이었다. 이런 크롭라이프코리아의 대표가 식량안보재단과 몬산토를 연결시켜주었다는 것이다.
사후 취재에서 놀라운 사실을 한 가지 알게 됐다. 몬산토로 하여금 식량안보재단을 후원하도록 연결시켜준 당시 크롭라이프코리아의 대표가 전직 농촌진흥청 유전자원과장이었다는 사실이었다. 충격이었다. 몬산토의 고위 간부가 미국 행정부의 고위 관료가 되거나 행정부 관료가 몬산토의 임원이 된다는 소위 ‘GMO 업계 회전문 인사’ 이야기를 많이 들어보았지만, 이건 미국의 이야기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건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바로 농촌진흥청의 요직에 있었던 인물이 초국적 GMO 기업의 로비 단체 대표로 자리를 옮기다니, 어안이 벙벙했다. 그것은 공직윤리와도 맞지 않는 것이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후, 농촌진흥청의 GMO 연구개발이 과연 초국적 기업의 이해관계와 과연 무관한 것일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
2018년도에 ‘GMO완전표시제’에 대한 찬반양론을 취재하면서 GMO를 옹호하는 민간 전문가들존재를 알게 되었는데, 이 때의 경험도 상당히 당혹스러웠다. 당시 국내에 유통되는 식품들에 GMO가 사용되었을 경우, 유전자변형단백질 검출 여부와 상관없이 GMO원료 표시를 하도록 하는 ‘GMO완전표시제’ 도입을 앞두고 주무 당국인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와 시민사회 간에 엄청난 줄다리기가 벌어지고 있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생활협동조합들을 중심으로 한 시민사회는 예외 없는 GMO완전표시제의 즉각적인 도입을 주장하고 있었고, 국민청원에 21만 명 이상이 서명할 정도로 즉각 도입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여론도 뜨거웠다. 2017년 9월의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4.1%가 완전표시제를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약처는 2013년부터 GMO표시제도검토협의체를 구성해서 제도 도입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뤄보겠다고 고집하고 있었다. 취재 과정에서 검토협의체의 논의 경과를 파악할 수 있었다. 검토협의체는 식품산업계 8명, 소비자단체 8명, 학계전문가 4명 등 총 20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식품산업계 8명 중 4명은 GMO를 수입하는 기업체 소속이었다. 2016년 7월에 검토협의체는 GMO완전표시제 도입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는데, 당시 의견분포를 보면, 참석인원 중 식품산업계 6명은 전원 반대, 유일하게 참석한 학계 전문가 1명도 반대였다. 그런데, 소비자단체 참석인원 6명 중에서는 찬성이 3명, 반대가 3명으로 갈라졌다. 10:3으로 GMO완전표시제 도입 반대 의견이 우세하게 결과가 나온 것이다.
검토협의체의 논의 결과를 보면서 들었던 의문은 ‘왜 소비자단체 대표 6명 중에 완전표시제 도입 반대가 3명이나 나왔을까?’였다. 정부 기관의 지원을 받는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이해관계에 걸쳐 있는 사람들이, 이런 부류의 거버넌스 구조에서 시민사회 대표로 등장하여 정부의 입장을 지지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에 혹시 반대했던 소비자단체 대표들이 식약처나 식품산업계와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해보았다. 그리고 혹시나 했던 생각은 여지없이 들어맞았다.
3명은 식품 관련 리서치 업체 대표 A씨, 소비자연구소 대표 B씨, 국내 최대 소비자단체 부회장으로 재직중인 C씨였다.
A씨에 대해 조사를 해보았더니,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식약처 연구용역을 4건 수행하면서 6억8천만원의 연구비를 수령한 인물이었다. 그리고, 2013년에 식품산업협회가 주최하는 ‘식품소재기술전’ 학술행사의 책임간사로 일했고, 2018년 당시에도 식품소재산업협회 특별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소비자단체 대표라기보다는 식품업계와 식약처을 위해 일하고 있는 전문가에 가까운 인물이었다. 그의 사무실로 찾아갔으나 만나지는 못하고 통화만 했다. A씨는 본인의 회사가 소비자단체가 아니라 식약처와 식품산업체, 식품산업협회의 연구과제를 수행하는 연구개발 서비스업체라고 했다. 소비자단체 몫으로 들어가기에는 적절한 인물이 아님이 분명했다. 식약처에 A씨가 소비자단체 대표 자격으로 검토협의체에 참여한 것이 적절한지를 물었지만 식약처는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B씨는 애초에 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로 검토협의체에 참여했다가 공동대표직을 사퇴하고 개인적으로 소비자연구소를 설립한 뒤에도 계속 소비자단체 대표로 검토협의체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이는 애초의 직을 상실한 경우 검토협의체 위원 직에서도 사퇴해야 하는 자체 규정을 위반한 경우였다. B씨와는 직접 만나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B씨는 식약처의 권유로 검토협의체 위원직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분명 문제가 있어 보였다. 식약처에 문제 제기를 했지만 역시 답변은 없었다.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역사가 오래된 소비자단체의 부회장이었던 C씨는 GMO홍보 교육 교재 제작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관련된 강연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인물이었다. 2017년에 열린 식품외식산업전망대회에서 C씨가 강연하는 영상이 유튜브에 있었다. 강연에서 C부회장은 “GMO가 굉장히 어렵게 1994년부터 개발되었지만 우리나라에서 엄청나게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은 처음에 들어올 때부터 프레임이 잘못 짜였기 때문에 그것을 깨려고 하니까 어렵다는 것을 말씀드리면서, 우리가 다양한 기술을 가지고 신기술을 이용해서 미래 식품 산업을 발전시키려고 하는 게 소비자한테 잘 먹혀들어서 소비자가 잘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이 될 것”이라고 발언하고 있었다. GMO를 미래 식품 산업의 핵심으로, 소비자가 많이 소비해야 될 것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강연이었다.
조금 더 조사해보니, C부회장은 농촌진흥청의 GM작물개발사업단으로부터 2015년까지 ‘유전자변형식품 올바로 알기’ ‘중학교 학생 및 교사 대상 GMO 교육’ ‘식량확보 위한 유전공학 신기술 초등학교 교육 필요’ 등의 제목으로 11건의 GMO 홍보 교육 사업 지원금을 받은 경력이 있었다. 소비자 단체 대표로서 GMO검토협의체에 참여하기에는 이해상충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경우였다. 우리는 C부회장과 인터뷰를 하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하고 그가 속해 있는 소비자단체를 찾아가기도 했다. 그러나, C부회장과는 연락이 되지 않았고, 대신 그가 속해 있는 소비자단체에서 C부회장의 발언과 활동들은 개인 차원의 것이며, 단체에서는 GMO표시제 강화를 지지하고 있다는 입장을 알려왔다. 식약처는 이해상충 문제에 대해 생각하기 나름 아니냐는 한심한 반응을 보였다.
소비자단체 대표로서 자격문제도 있었지만, 이 분들이 GMO완전표시제를 반대하는 이유도 궁색하게 느껴졌다. 직접 만나서, 또 전화로 인터뷰를 진행했던 B씨와 A씨가 GMO완전표시제를 반대하는 이유로 제시한 것은 식품가격 상승이었다. 완전표시제를 실시할 경우 식품가격이 크게 오르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비GMO 식품을 선택할 것이고, 비GMO 식품 가격이 높게 형성될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B씨는 “식용유 가격 하나가 오르더라도, 식용유가 들어가는 빵, 과자, 케이크, 튀김, 치킨 등 수많은 식품 가격에 도미노처럼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고, A씨는 “못 사는 사람들은 점점 더 비싸서 못 사먹게 될 것”이라며 GMO완전표시제를 실시하게 되면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증폭되고 식품 가격은 엄청나게 뛸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충분히 영양을 섭취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굉장이 큰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연 이 분들의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을 해 보았다. 조사를 해보니, GMO가공식품과 비GMO가공식품의 가격을 비교하여 GMO완전표시제를 도입할 경우의 식품가격 상승효과를 분석한 연구결과가 두 건 있었다. (사)농정연구센터의 ‘GMO표시제 확대가 식품산업과 국내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2008년)와 한국식품산업협회의 ‘GMO 바로 알 권리 연구보고서’(2013년)였다. 두 연구 보고서를 종합하면, 비GMO 원료를 사용할 경우 식용유 1.8리터 들이 한 병의 가격이 4,000원에서 5,000원으로 1,000원 상승하고, 간장 된장류의 생산비가 최대 6%까지 상승할 수 있으며, 그 결과 GMO완전표시제를 시행했을 때 월 식품비 50만원 지출 가구가 월 최대 18,000원을 추가 지출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생각보다 크지 않은 부담이었다.
이런 예측을 현실 속에서 검증하기 위해 학교급식 재료를 GMO에서 비GMO로 바꾼 경기도 부천시와 광명시를 찾아가서, 비GMO 식재료로 급식을 바꾼 뒤 급식예산이 얼마나 더 올랐는지를 알아보았다. 부천시의 경우는 학생 1인 한 끼당 최대 70원이 상승했고, 광명시의 경우는 한 끼당 111원 월 2,200원이 추가로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 기관의 예측을 보나, 실제 학교급식의 사례를 보나 비GMO 식품을 선택해도 식품비 상승폭이 큰 것은 아니었다. GMO 완전표시제를 실시하면 식품 가격이 크게 올라, 제대로 먹지 못하고 영양공급에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A씨와 B씨의 주장은 과장된 것임에 분명했다.
이렇게 궤변과 과장으로 GMO를 옹호하고 또 GMO 홍보작업에 앞장서고 있는 인물들이 소위 전문가 혹은 소비자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또, 그들로 인해 GMO가 안전한 양질의 식품을 값싸게 공급할 수 있는 좋은 기술적 대안이라는 생각이 퍼져나가는 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적어도 그들 주장의 모순성과 GMO완전표시제 도입을 사실상 방해하고 있는 그들의 역할을 냉정하게 지적하고 비판해야 되지 않을까. 그것이 언론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되었다. 우리는 취재한 내용들을 가감 없이 방송에 내보내기로 했고, 식약처에도 그렇게 통보했다.
방송 업로드 전날 식약처는 서면 답변서를 보내왔다.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GMO 표시 강화를 위해 소비자단체, 관계부처, 전문가 등이 함께 참여하는 전문성과 객관성이 보장된 새로운 ‘협의체’를 구성하여 실질적인 협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으며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하겠습니다”
질문에 대한 직접적인 답은 아니었지만, 우리가 지적한 문제성은 인정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이 답변까지 포함해서 방송을 내보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결론이 새로운 협의체를 또 만들겠다는 것이어서 실망스러웠다. 또 한번의 예정된 실패로 가겠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었다. 예상대로,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합의는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