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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태제 Oct 30. 2022

죽음의 댐

4대강의 비참한 그림자, 영주댐이 파괴한 내성천 현장을 가다

2013년 3월에 개봉한 다큐멘터리 <모래가 흐르는 강>은 환경지킴이 활동으로 잘 알려진 지율스님이 4대강 공사로 인해 사라져가는 아름다운 낙동강 지류 ‘내성천’의 모습을 직접 촬영하여 기록한 영화다. 영화에 담겨진 내성천의 모습은 필자의 어린시절, 낙동강 변 모래사장의 노스탤지어를 자극했다. 그 아름다운 강변의 모래톱이 우악스런 건설장비로 뒤집어지고 헤집어지는 모습은 안타까움 그 자체였다. 


그 영화를 본 지 4년 쯤 지난 2017년 9월 초순의 어느날, 제보영상이 하나 날아왔다. 경상북도 영주시에 거주하는 드론 동호회원 한 분이 드론으로 찍은 영주댐의 모습이었다. 영상 속 영주댐이 가두어놓은 물은 초록빛 페인트를 풀어놓은 것 같았다. 녹조였다. 보기만 해도 속에서 욕지기가 치밀어올라왔다. 영상과 함께 도착한 시민모임 ‘내성천보존회’의 메일을 열어보니, 여러 자료들과 함께, 영주댐을 반드시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담겨 있었다. 자료들은 영주댐으로 인해서 벌어진 내성천 생태계의 변화와 수질오염에 대해서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었다.

메일을 보내준 내성천보존회 측과 연락을 취한 후, 곧바로 영주행을 준비했다. 

    

내성천은 경북 봉화군 물야면에서 시작해 영주시와 예천군을 거쳐 문경시 영순면 지역에서 낙동강에 합류하기까지 110km를 흐르며, 낙동강에 끊임없이 1급수의 맑은 물을 공급해온 ‘어머니 강’이다. 내성천이 맑은 물을 유지해온 비결은 모래다. 강물 안팎의 두터운 모래층이 필터 역할을 하며 물을 정화시켜온 것이다. 또한, 내성천의 모래는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경관과 휴식공간을 제공해왔다. 

영주에서 만난 생태사진작가 박용훈님의 사진첩 속에는 오랜 세월동안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경관과 휴식공간을 제공해준 내성천의 평화로운 모래톱과 맑은 물, 그 물 속을 헤엄치는 천연기념물 흰수마자의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있었다.  

박용훈 작가와 함께 내성천 상류인 영주댐 근처에서 출발하여 하류인 예천군 회룡포까지 내려가면서 살펴본 내성천의 모습은 사진 속의 그것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강변의 백사장은 거의 모두 사라졌고, 그 자리에 관목들이 짙게 우거져 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굵고 거친 모래와 메마른 자갈이 뒤섞인 땅 위에 억센 풀들과 잡목들이 빽빽이 들어서 걸음을 옮기기조차 어려웠다. 정글같은 관목숲을 뚫고 겨우 강가로 다가갔다. 강물빛은 혼탁했다. 강을 따라 맑은 물이 아니라 녹조가 흐르고 있었다. 무엇이 내성천을 이렇게 망가뜨린 것일까.     


내성천 상류인 경북 영주시 평은면 용혈리에 들어선 영주댐은 2억 톤의 물을 저장할 수 있는 중소 규모의 다목적댐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이른바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일환으로 2009년에 착공해 2016년 완공됐다.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영주댐의 건설 명분은 ‘낙동강 수질개선을 위한 하천유지용수 공급’이다.

2016년 여름 영주댐에 시험 담수가 시작되자, 녹조가 발생하고 수질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2017년 7월에도 담수호 안에 녹조가 대규모로 발생했다. 녹조는 댐의 배수구를 통해 흘러나와 내성천 하류까지 퍼졌다. 9월이 되도록 녹조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영주댐 담수호와 댐 바로 아래 용혈리 부근의 내성천은 죽은 녹조가 가라앉아 물이 검게 변하고 악취가 풍기고 있었다. 댐에서 500미터 정도 하류에 마을이 있었다. 마을 주민들에게 상황을 듣고 싶었다. 때마침 마을 입구의 과수원에서 중년의 농부가 일을 하고 있었다. 농부는 댐 건설 이후 물이 탁하고 검게 변해서 악취가 매우 심했다고 증언했다. 요즘도 댐에서 검은 물이 흘러내려오면서 악취를 풍긴다고 했다. 

댐 위쪽 금광리 마을에서 만난 이장님은 댐이 들어서고 난 다음부터 녹조가 발생하기 시작했다고 증언했다. 댐 하류 약 1킬로미터 지점에 있는 무섬마을은 유명한 관광지였다. 마을 밖에는 넓은 모래톱이 펼쳐져 있었고, 강물에는 TV 광고 영상에서 본 예쁜 외나무다리가 놓여 있었다. 무섬마을에서 숙박업과 식당을 하는 주민은 영주댐이 생기고 나서 무섬마을의 모래톱이 점점 줄어들고 거칠어지고 있다며, 지금은 행사 때문에 건설장비로 모래톱을 정리해놓아 보기 좋지만, 평소에는 거친 자갈과 풀로 뒤덮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녹조가 생기면 냄새가 나서 숙박 예약이 취소되고 마을 축제 행사에도 차질이 생긴다고 푸념했다.        


녹조의 원인 물질 중 하나인 남조류는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독성물질을 배출한다. 한국수자원공사가 2017년 7월말에 측정한 자료에 따르면, 영주댐 담수호 내의 남조류 개체 수는 ml당 11,668개로 나타났다. 이는 조류경보제의 3단계 중 두 번째인 경계 단계에 해당되는 수치다.  

수자원공사에 따르면, 2017년 7월 13일 현재, 영주댐 담수호의 COD(화학적 산소요구량)은 12ppm까지 치솟았다. ‘매우 나쁨’ 단계다. 댐 건설 전 내성천은 수질 최고등급인 ‘매우 좋음’ (당시 수질 등급 명칭으로는 1급수)을 유지하고 있었다.

댐 하류의 내성천 수질도 악화됐다. 환경부 물환경정보시스템에 의하면, 영주댐 하류 영주시 용혈리 지점에서 측정된 2017년 상반기 COD는 5.4~8.2ppm으로 ‘약간 나쁨’에서 ‘나쁨’단계로 수질이 크게 악화됐다. 댐 건설 이전인 2009년 상반기 같은 지점에서의 COD는 1.2~2.6ppm으로 ‘매우 좋음’에서 ‘좋음’단계였다. 


취재 결과 강 상류에서 유입되는 축산폐수가 주된 오염원이 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필자는 환경부와 수자원공사에 인터뷰를 요청했다. 대면 인터뷰에 응한 환경부의 담당 과장은 댐 건설 이전의 환경영향평가에서 축산폐수로 인한 오염 가능성을 너무 낮게 예측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수자원공사 측은 수질 악화와 녹조가 담수 초기의 일시적인 현상이라 주장하면서 필자의 대면 인터뷰 요청을 계속 회피했다.     

결국 영주댐 물이 오염된 결정적인 이유는 모래의 흐름이 차단됐기 때문이다. 물이 흐르지 못하고, 오염 정화 기능을 하는 모래가 흐르지 못하고 심지어 사라져버리니 상류에서 유입되는 오염원이 사라지지 않고 쌓이는 것이다.

수자원공사는 영주댐을 건설하고 댐 안에 모래가 쌓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영주댐 본댐의 13km 상류 지점에 유사조절지라는 모래 차단 댐을 설치했다. 수자원공사와 영주시는 댐 담수지역과 상류 지역에서 공사 기간 중에 320만m3 이상의 모래를 채취해서 팔았다. 유사조절지는 내성천의 모래 흐름를 단절시켰다. 대규모 모래 준설로 더 이상 하류로 흘러 내려갈 모래가 없어진 것이다. 영주 시민모임 회장, 사무장과 함께 찾아간 유사조절지 모래차단댐은 강을 가로질러 서 있는, 흉물스런 느낌의 어두운 콘크리이트 벽이었다. 내성천보존회 회장님이 유사조절지 아래의 물을 비이커에 떠서 보여주었다. 녹조가 뒤엉켜 가라앉아 있는 썩은 물이었다. 하수구 냄새가 났다. 사무장이 들어보여주는 작은 바윗돌의 표면은 온통 녹조가 엉겨붙어 미끌거렸다.


유사조절지와 영주댐이 세워지고 모래의 흐름이 막히면서 내성천의 생태지형은 급변했다. 곱고 가벼운 모래가 쓸려 내려간 자리에는 굵고 딱딱한 모래와 자갈과 점토가 남았고, 모래톱 백사장은 순식간에 풀밭으로 변하여, 억센 잡초와 관목들로 뒤덮인 정글이 되었다. 낙동강 모래톱의 아름다운 경관들이 모두 사라졌다. 무섬마을과 회룡포 등의 이름난 경관도 이제는 더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지금의 영주댐 자리에 댐을 지으려는 계획은 1970년대부터 있었고, 1990년대 말 김대중 정부 때 한 차례 구체적으로 추진되었다. 당시 댐의 이름은 ‘송리원댐’이었다. 그러나 주민들과 정치권의 반대로 댐 건설은 진행되지 못했다.

2009년 이명박정부가 추진한 이른바, ‘4대강 살리기 사업’에 포함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이 때부터 댐 이름은 ‘영주댐’으로 바뀌었다.

누가 4대강 사업에 영주댐을 포함시켰을까? 필자와의 전화통화에서 4대강 종합계획 연구총괄책임자는 당시 국토해양부가 결정했다고 답했다. 한편, 당시 국토해양부 ‘4대강살리기추진본부’ 본부장은 답변을 회피했다.

영주댐 타당성 조사에 따르면 영주댐의 주 건설목적은 ‘낙동강 중하류의 수질 개선’이라고 되어있다. 다른 댐과는 조금 다른 목적을 가진 댐이다. 그런데 수질 개선을 목적으로 건설되었다는 영주댐은 오히려 원래 맑았던 물을 오염시켰다.     


취재가 끝날 때까지 풀리지 않은 의문은 ‘도대체 왜 영주댐을 건설했나?’였다. 아무런 하등의 이익도 없는, 오히려 자연생태계와 그 혜택을 입고 사는 지역주민의 삶을 파괴하는 부작용만으로 가득찬 이 흉물스런 존재를 왜 만들었을까? 도대체 누구의 이익을 위해 만들었을까? 자문에 응해준 토목전공 교수 한 분은 ‘수자원공사’의 주된 존재 이유가 댐을 건설하는 데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수자원의 개발을 위해 댐을 건설한다’는 것이 절대가치로 취급받아온 경제성장 시대의 유산이라는 것이다. 영주댐 건설 시행사는 수자원공사(K-Water)이고, 시공사는 K건설사다. 영주댐을 건설하고 상류에 쌓인 모래를 준설해서 영주시와 수자원공사가 팔았다. 영주댐 건설을 통해, 수자원공사는 조직의 존재이유를 강화했고 모래를 팔아서 수익도 챙겼다. 시공사인 건설사들 입장에서는 댐을 많이 지을수록 많은 돈을 벌어들이게 된다. 영주시조차도 모래를 팔아서 돈을 번다. 이렇게 벌어들인 돈들은 GDP를 올리고 경제성장률을 높인다. 지자체도 수익을 남겼다는 이유로 칭찬을 받는다. 

결국 ‘돈을 번다’는 관점에서는 하면 할수록 좋은 것이 댐 건설인 것이다. 


그런데, 실상은 어떤가. 영주댐은 그 반대다. 자연생태계를 망쳤고, 물을 오염시켰고, 강변 주민들의 삶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내성천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영주댐은 성장의 논리가 삶과 자연을 파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인 것이다. 

그 성장과 돈의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정부조직과 공공기관은 지금도 영주댐 해체를 결정하지 못하고 어느 것이 조금이라도 돈을 덜 쓰고 욕을 덜 먹는 일인가, 영주댐 건설을 조금이라도 정당화하는 일인가를 놓고 목하 고심중이라고 한다. 어쩌면 이들은 무엇이 중한지를 영원히 깨닫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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