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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작가 Oct 16. 2024

나의 꿈 정년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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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온라인에 정년퇴직의 꿈에 대한 글을 올리면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 분들도 있었다. "왜 직장에 계속 다니세요? 늘작가님은 자존심도 없으세요? 돈도 어느 정도 모았다고 하셨는데, 너무 욕심이 큰 것 아닌가요? 이제 직장에서 더 이상 얻으실 것도 없으실 텐데, 무슨 미련이 남았나요?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나가서 새로운 출발하는 것이 낫지 않으세요? 이제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셔야 지요? 당신 같은 분들 때문에 우리 젊은 후배들이 직장을 못 잡고 피해를 보고 있어요” 등등


이런 댓글들을 읽으면 솔직히 마음이 불편하다. 그리고 "내가 이런 이야기까지 들으면서 글을 올려야 하는가?" 하는 현타가 들 때도 있다. 그래도 나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아서(80~90% 이상) 힘을 내어 이런 글을 적고 활동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지금 내가 직장에 계속 다니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우리 가족을 지키는 것이다. 그 방법 중 하나가 직장에서 끝까지 버텨서 정년퇴직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 가족을 지킬 수 있고, 우리 부부 노후도 상당 수준 보장이 된다.


그동안 이 회사에 계속 다니면서, 우리 아이들 2명 대학 등록금 한 푼 들지 않고 있다. 첫 째는 이미 졸업을 했고, 둘째도 곧 졸업한다. 또한 회사 다니면서 계속 부은 국민연금과 개인연금으로 우리 부부 노후 생활에 큰 지장은 없다. 재테크 특히 노후 대비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안정적인 월 현금 흐름을 만드는 것인데, 임대/배당/저작권 등 여러 방법이 있지만 직장인에게는 연금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이 있는데, 이미 이야기했듯이  내가 정년퇴직의 꿈을 가진 것은 40대 후반 ~ 50대 초반에 한 것이 아니다. 무려 20년 전인 30대 후반~40대 초반부터 했었다.


꿈, dream (그림 by 늘작가)


지난달 20년 전에 팀장으로 모셨던 회사 OB 선배와 저녁을 했었는데, 그분이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늘작가, 너 정년까지 다닌다는 말 내가 회사 다녔을 때부터 자주 했었지. 그때 내가 격려해 주는 의미로 그래 정년퇴직의 꿈을 꾸라고 했었지만 속으로는 꿈 깨라 하고 생각했었어. 그런데 정말 그 꿈을 이제 이루겠네? 내가 보기엔  ○○○○ 회사에서 제일 성공한 사람은 너야.^^”  


내 인생 버킷리스트 1호는 정년퇴직이다. 이 꿈을 달성하려면 회사를 계속 다니는 방법뿐이지 않은가? 물론 임원으로 승진하여 정년퇴직을 하는 것이 베스트였겠지만 나는 그런 깜냥은 되지 못했다.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방법 중 하나가 메타인지, 내 꼬락서니를 잘 아는 것이다.


나는 나 자신을 잘 파악하고 지금까지 이 직장에서 살아낸 부장 팀원 늘작가가 자랑스럽다. 직장인의 성공이 꼭 임원이나 그 분야 전문가가 되는 것만은 아니다. 이 길, 정년퇴직의 길도 어마하게 성공하는 것이다. 특히 정년이 현실적으로 잘 보장되지 않는 사기업에서는 임원 승진보다 이 길이 오히려 더 힘들 수도 있다. 주위에서 공무원이나 공기업 외에 대기업/사기업에서 만 60세 화이트칼라로 정년 퇴직한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지 한 번 살펴보시길 바란다. 아마 찾기 쉽지 않을 것이다.


제1인생인 회사에서는 임원도 되지 못하고, 사업으로 큰돈을 벌지 못하고, 또 이 분야 전문가도 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걸어온 내 인생은 그 누구보다 성공했다고 자부하고, 또 내 인생이 여기 까지라고 한계 짓지도 않는다


늘작가가 만 60세 정년 퇴임 그것도 국내 최고 대기업 계열사에서 하게 되면, 나는 제2인생에서 큰 자산을 가지게 된다. 인생 100세 시대. 앞으로 이 길을 걸을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시장/비즈니스/마케팅으로 본다면 이 시장은  '블루오션'이다.  정년 퇴직 했다는 나의 스토리만으로도 남은 제2인생에서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나는 후배들을 위한 길을 먼저 열어준다는 사명감도 가지고 있다. 회사를 그만두는 것만이 후배들의 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니다. 정년 만 60세 근로기준법이 통과된 것은 2013년이지만 실제로 대기업/사기업에서 만 60세 정년까지 가는 케이스는 여전히 흔하지 않다. 내년에 내가 정년퇴직을 하게 된다면 대기업 화이트 칼라에서는 늘작가가 선구자이다.


회사 후배들이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종종 한다. "늘 선배님이 끝까지 완주해 주세요. 그래야 아직 대안이 없는 저희들도 그 길을 갈 수 있겠지요." 그래 끝까지 완주하자. 이제 결승점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최근 우리나라 기업을 상황이 심상치 않아서 연말에 구조 조정한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린다. 그런데 회사에서 1년도 남지 않은 나에게 나가라는 말 못 하겠지만 설령 2년 치 명퇴금을 주면서 나가라고 해도 나는 거절할 것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도 세상에 많다. 그중 하나가 나의 정년퇴직이다.


20년 전에 세웠던 나의 직장 커리어 원대한 그 꿈을 이루는 날이 이제 1년도 남지 않았고 카운트다운 들어갔다. 365, 364, 363... 드디어 299, 298, 297...^^ 남들은 정년퇴직 전에 불안하고 걱정된다고 하던데, 이렇게 남은 회사 날짜가 하루하루 줄어가는 것이 진심으로 즐겁고 행복하다.  


나는 오늘 아침도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우리 집 현관문을 나선다. 늘 긍정적이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나의 꿈 정년 퇴직하는 내년 그날을 향해 지금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고,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이다.


걸어온 33년 (그림 by 늘작가)


P.S

'나는 부장 팀원이다' 브런치북은 이제 마지막 1편 남겨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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