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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훈희 Aug 02. 2021

엄마가 접으시던 박스의 의미

박스 - 어른이 되면 보이는 것들 중

이번에는 어떤 장난감이 나올까?

100원짜리 동전을 기계에 넣고

힘차세 손목을 비틀어서 손잡이를 돌렸다.


뽑기 기계 속에 투명한 동그란 프라스틱 통은

흔들거렸고 기계는 트림을 하듯

꺽~ 하면서 동그란 통을 뱉었다.


자동차 장난감은 커녕 이번에 나온 것은

절대 갖고 싶지 않았던 선인장 모형이었다.


'난 실망했어요' 라는 마음을 표현하고자

슬리퍼를 바닥에 끌어서

끌끌끌끌~ 거리며 집에 들어갔다.


대문을 열고 엄마한테 한껏 투정을 부리던 그 순간에 

엄마는 부업으로 박스를 접고 계셨다.


엄마가 만들던 박스는 손바닥만한 하얀 종이박스였다.

바깥을 접고 칸막이를 붙여놓으면 병원에서

무언가를 정리할 때 쓰는 박스라고 하셨다.


박스 한개를 접는 데는 1분 안쪽으로 걸렸고

박스 한개를 접어서 버는 돈은 10원이 채 안되는 돈이었다.


투정을 부리던 나에게 엄마는 차분히 박스를 접으시면서 

내가 뽑기로 버린 100원을 벌기 위해서는

엄마가 몇 십개의 박스를 접어야 하는지 설명하셨다.


그날부터 난 돈을 쉽게 쓸 수 없었다.


100원짜리를 볼 때마다 

방 한 구석에서 박스를 접고 앉아계신

엄마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가끔 엄마를 도와주고 싶어서

엄마 옆에 앉아서 박스를 접었는데

그럴때마다 엄마는 책을 보는게 더 도와주는 것이라며

접고 있는 박스를 치워 버리시곤 하셨다.


.


내가 엄마 돈으로 뽑기를 하듯이

이제는 유치원생인 내 아들이

장난감을 사달라고 나에게 조른다.


나도 엄마한테 배운대로 이 장난감을 사면

아빠가 몇 시간 더 일을 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사실 이렇게 설명하는 하는 나도 

내 아들이 좋아하는 장난감을 무척이나 사주고 싶다.


새로운 장난감을 들고 웃으며 좋아하는 

그 이쁜 모습이 너무 보고 싶기 때문이다.


엄마는 웃는 아들의 얼굴을 볼 수 있는

그 순간의 행복을 잠시 접어두고

못난 아들에게 돈을 쓰는 방법을 가르쳐 주셨다.


그렇게 박스처럼 접혀져 버린 

엄마의 행복과 젊은 과거의 희생 덕분에 

난 어른이 되어 삼시세끼 챙겨먹고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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