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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훈희 Jul 24. 2021

물고기를 잡지 못한 낚시가 더 행복한 이유

낚시 - 어른이 되면 보이는 것들 중

낚싯대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도 취미생활을 가져보자며 

낚싯대 두 개와 바늘 두 개 그리고 떡밥 한 덩이와 

세차할 때 쓰는 대야를 들고 아빠와 처음 떠나 본 낚시였다.


낚싯대에는 물고기가 잡히면 휘어진 낚싯대를

칭칭 돌려서 낚싯줄을 당기는 릴이 붙어있고

몸통만 한 물고기가 펄떡일 때마다 그 릴을 당기며

물고기와 몸싸움을 한 후 월척을 잡을 것 같았지만


현실의 낚싯대는 티브이와는 다르게

릴 따위는 없었고 한없이 초라하게 얇았으며

낚싯대를 물속에 던지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게다가 조물조물 뭉쳐서 낚시 바늘에 붙여놓은 떡밥은

낚싯대를 물에 던질 때마다 떨어지거나

물에 들어 가면 바로 녹아서 사라져 버렸다.


그래도 언젠가는 잡히겠지 라는 마음으로

아빠와 난 낚싯대를 드리웠다.

낚싯바늘에 걸린 물고기 입을 어떻게 빼야 하나 고민도 하고

물고기가 잡히면 먹기는 좀 그렇고 모두 놔줘야겠다며 다짐했다. 


십 분이 지나고 이십 분이 지났다.

호수가 너무 넓고 낚시하는 다른 사람들이 없으니

지나가던 물고기들이 미끼가 여기 있는지 모르는 것 같아서

떡밥을 뭉쳐서 조금씩 물에 뿌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물고기들은 주변의 떡밥 냄새를 맡고

우리 근처로 와서 바늘에 붙은 떡밥을 물어줄 것 같았다.

삼십 분이 지나고 사십 분이 지났다.

물고기는커녕 소금쟁이도 없었고

떡밥 던지기도 지쳐서 괜히 낚싯대만 넣었다 뺐다 하고 있었다.

아빠는 이제 훌치기를 해야 한다며

낚싯대를 좌우로 흔드셨지만 붕어가 보이기는커녕​

그때마다 빈 낚시 바늘만 물 위에 그림을 그리며 ​

​수면 위아래로 왔다 갔다 했다.

한 시간이 지났고 두 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아빠는 낚싯대를 접어서 짐을 싸기 시작했고,

난 남은 떡밥을 모두 호수에 던지고 있었다.

아빠와 난 낚싯대가 형편없다는 둥

오늘 떡밥을 잘못 골랐다는 둥

온갖 핑계를 둘러대며 호숫가를 빠져나왔고

​그날의 낚시는 아빠와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추억으로 남게 되었다.

물고기를 잡지 못했던 그 진한 여운 덕분에​

난 그날 이후로도 이름 없는 잔잔한 호수가를 지날 때마다

​낚싯바늘에 떡밥을 끼우시던 그날 아빠의 모습이 떠올라서

조금씩 웃게 된다.

 

.

유치원생인 아들은 낚시채널을 즐겨본다.

마트에서 사다준 모노톤의 기계음을 따라

플라스틱 물고기들이 입을 여닫는 사이

낚싯대를 넣어서 끄집어 올리는 장난감은

이제 만족을 주지 못하는 모양이다.

어린 시절 아빠와 함께 한 낚시의 기억을 더듬으며

낚시를 할 만한 곳을 찾아보지만

기본적인 낚시 장비를 사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더욱 걱정인 것은 내 어린 시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경험한 낚시의 기억처럼

물고기를 낚지 못함에 대한 실망을 줄까 봐 두려웠다.

결국 대형 쇼핑몰에 있는 낚시 카페라는 곳을 갔더니

기본적인 낚시 장비와 미끼는 물론

수산시장 주인장에게 어울릴 듯한 앞치마까지 준비되어 있다.


화려한 조명이 수조를 비치면

수조의 반은 물이고, 나머지 반은 물고기로다.

낚싯대를 던지는 족족 물고기가 건져진다.

 

아이들과 난 한 시간 동안 신이 나서 

몇십 마리의 물고기를 잡았고

상품으로 구슬아이스크림까지 받았다.

몇십 년 전 내 아버지와 이름 모를 호숫가에서

처음으로 낚시를 했던 그 한 시간의 기억이 잊힐 정도로

역동적이고 화려한 기억이었다.

그날 이후 낚시 카페는 코로나로 인해 폐업을 했고,

우리 아이들의 머릿속에서도

나와 함께 했던 낚시의 기억은 잊히고 있었다.

내 아버지는 유치원생이었던 나에게 물고기를 잡아주진 못했지만

평생 아버지를 떠올릴 수 있는 기억을 잡아주셨고,

난 유치원생인 아이들에게 물고기를 잡아주었지만

평생 날 떠올릴 수 있는 기억은 놓치고 말았다.

자식들에게 즐거운 추억만 남겨주고 싶은 것이 부모의 욕심이지만

그 추억이 꼭 오랫동안 아이들의 기억 속에 남아 웃음 짓게 하는 것이 아니었다.

잡히지 않은 물고기 

그리고 실망의 기억도

가끔 호수가를 보며 아버지를 떠올리기엔

소중한 기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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