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보나로마] 1. 스타트 자세 잡기 - 항공권 예매
* Sawu bona(사우보나) : 아프리카 줄루족의 인사말. '나는 당신을 봅니다'라는 뜻. *
작년 1월 포르투갈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후 나는 바로 다음 여행을 계획하기 시작했다. 내가 만들어 놓은 틀 안에서만 적당히 안도하며 살아가는 스스로에게 낯설고 새로운 경험을 계속 부여해 주고 싶었다. 그래서 나의 틀을 조금 더 유연하게 만들고, 모서리는 덜 뾰족하게 다듬고 싶었다.
업무 스케줄을 이리저리 움직여 가며 들여다본 결과, 내가 만족할 만큼의 긴 시간을 뺄 수 있는 시기는 이번에도 겨울이다. 딱 1년 뒤. 2025년 1월 한 달 나는 떠난다. 그렇다면 어디로?
나의 지난 여행들을 돌이켜 보면 언제나 '그곳'에 가고 싶다는 마음 때문에 여행의 시동을 걸 수 있었다. 이번처럼 '언제'가 '어디로'보다 앞선 것은 처음이다. 확 끌리는 곳은 없었다. 세계 명소들이 꼬리를 물어 떠올랐다가 금세 가라앉았다.
여행 기간이 넉넉하니 언제든 갈 수 있는 가까운 곳 말고 멀리 떠나보자 싶어 아시아는 제외했다. 이제는 점점 고단한 비행 일정을 소화하는 것은 벅찬 기분이라 한국에서 직항이 없는 도시는 또 제외. 늘 그렇지만 싫은 거, 내키지 않는 걸 먼저 생각하면 후보를 좀 더 빨리 추릴 수 있다.
그러다 지난 포르투갈 여행에서 다음번 여행 때는 숙소를 옮기지 않고 한 달 동안 한 도시에서 머물러야지 다짐했던 게 생각났다. (이제야 생각나다니... 역시 여행 때의 다짐들은 일상에서 쉽게 흩어지기 마련이다) 하나의 도시에서 오래 머무른다면 자연에서의 휴양이나 세련된 도시 라이프도 좋겠지만 이왕이면 역사적, 문화적으로 볼거리가 많은 곳이 더 적당할 것 같았다.
이 모든 생각들이 가리키는 곳. 그곳은 바로 '로마'였다. 그곳에서만 보고 느낄 수 있는 다채로운 이야기를 풍부하게 가진 도시, 이탈리아 '로마' 말이다.
사실 몇 년 전 이탈리아 여행을 계획했던 적이 있었다. 그리 가깝지 않았던 친구와 충동적으로 준비했던 여행이었던 터라 이야기를 나눌수록 너무 다른 취향에 난감해졌다. 거기다 사실 더 심각해 보였던 건 이견을 조율해 가는 과정에서의 삐걱거림이었다. 애매한 깊이의 사이여서 서로 솔직하기 더 어려웠던 탓이 컸다. 당시 유행하던 바이러스를 핑계 삼아 나는 결국 여행을 포기했다.(지금 생각해도 상당한 잘한 결정이었다.)
아무튼 그때 여행 준비 중에 나를 강렬하게 사로잡았던 지역은 '로마'가 아니라 '피렌체'와 '베로나'였다. 영화가 만들어 준 낭만적인 환상이 가득한 도시들이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여행지에서의 로맨스를 기대할 만큼 철부지가 아니었고, 두 곳은 한달살이를 하기에는 너무 작은 도시였으며, 우리나라에서 갈 수 있는 직항도 없었다. 도시 내 볼거리가 많은 건 말할 것도 없고, 주변 근교 도시를 둘러보기에 지리적 위치도 아무래도 '로마'가 나아 보였다.
모든 해외여행의 시작은 항공권 발권부터이다. 그리고 언제나 시작이 반이다.
<To Rome>
- before)
: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비교하고 싶었지만, 당시 합병으로 인한 노선 정리 진행 중이라 대한항공 스케줄을 조회하기가 어려웠다. 결국은 마음 편히 아시아나항공 공홈에서 1월 1일 출발, 1월 29일 귀국 비행기를 예약했다. 전후 날짜보다 금액이 싸서 픽스한 날짜였는데, 나중에 따져 보니 신정에 가서 구정에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 130만 원대 중반은 직항치고는 싼 편이라 생각해서 결제 이후 가격비교는 전혀 하고 있지 않았는데, 10월 초 업무 스케줄 조정 차 비행 일정을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 아시아나 홈페이지를 들어갔다가 동일 스케줄의 가격이 18만 원이나 싼 것을 발견했다. 아쉽게도 91일은 지나서 취소수수료 3만 원을 물어야 했으나 그래도 차액 15만 원으로 현지 가서 맛있는 요리 더 사 먹을 요량으로 항공권을 변경했다.
- After)
: 여행의 시작과 끝에 불필요한 긴장 상황을 겪고 싶진 않으므로 언제나처럼 국적기 직항이 제일 편하고 좋았다. 물론 승무원분들의 서비스도 훌륭했다. 하지만 아시아나를 탈 때마다 어째 이렇게 오래된 비행기만 당첨되는지 모르겠다. USB 충전이 안 되는 비행기라니... 정말 충격적이었다.
: 귀국일이 구정이었는데, 난 지방에 살고 있어 KTX 예매 및 이용에 어려움이 좀 있었다. 비행기는 무사히 내렸으나 설 당일 하행선 티켓을 잡기도 까다로웠고 당일 눈이 많이 내려 선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기차는 계속 연착되었고 심지어 지연 운행했다. 신기한 경험이었다만 피곤하고 굶주린 상태라 너무 지치기도 했다.
잠시 나의 항공권 구매 방식을 정리해 보자면,
하나, 스카이스캐너에 들어가 항공권을 검색해 본 후 스케줄이 괜찮은 항공사를 2-3개 찜해 둔다. (스카이스캐너는 이전 검색 기록을 기억하고 있어 그걸 기초로 가격을 보여준다. 보다 저렴하게 살펴보려면 반드시 검색 기록을 삭제하거나 시크릿 모드로 접속하는 편이 좋다.)
둘, 골라 둔 항공사의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원하는 일정의 항공편을 결정한다. 반드시 환불 규정과 수하물 포함 여부를 챙겨 봐야 한다. 가격에 너무 미련을 가지지 말고 그때의 최선을 선택하여 결제한다. 여행사 사이트를 경유하면 더 저렴해지기도 하는데, 난 이후의 변동 상황에 보다 편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최종 결제는 웬만하면 항공사 공식 홈페이지에서 한다.
셋, 무료 환불 기간이 있다면 가끔 공식 홈페이지를 들러 가격을 체크해 본다. 그런 게 없다면 그냥 잊어버리고 산다. 대부분의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항공권 금액이 오르는 편이라 미리 결제한 스스로에 대해 뿌듯함을 느낄 때가 많다. 설사 금액이 더 싸지더라도 그 차이가 소액이어서 계속 신경 쓸 때 발생할 에너지 비용이라 생각하고 퉁치면 된다. 물론 이번은 예외였지만 말이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는 모두 출발 91일까지면 무료 취소이므로 이를 최대한 활용하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