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준비

by 박정훈


오랜만에 글을 쓰려고 마음을 먹었지만 막막했다. 쓰고 싶은 내용을 구상했지만 아이디어는 나이 만큼 노쇠하고 진부했다. 쓰고 싶은 것을 낙서처럼 적었다.


"내가 잘하고 싶은 것들, 자기주도 학습, ChatGPT 기반의 SW개발 방법론, AI와 미래 경쟁력"


먼저 완성한 프롤로그와 대충 정리한 아이디어를 ChatGPT에 주고 목차를 제안하라고 했다. ChatGPT는 나보다도 나를 더 잘 알고 있었다. 내 머릿속 여기저기 숨어있는 모든 생각을 단번에 찾아내어서 정리해 주었다. ChatGPT가 알려준 목차가 조금 일반적인 느낌이었지만 글이 의식의 흐름대로 넋두리가 되지 않을 것임에는 분명했다.


1부에서 ChatGPT가 제안한 목차 중에 “지식”, “능력”, “패러다임”, “스스로 배우는”이란 단어들이 마음에 들었지만, 제시된 단어들을 하나로 묶어줄 무언가가 필요했다. AI가 보편화되면서 프롬프트 공학이란 거창한 용어가 쓰이고 있지만, 쉽게 이야기하면 “질문을 얼마나 잘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사과는 왜 떨어질까?”

“새는 어떻게 하늘을 날까?”


당연한 과학과 체제를 향한 의문은 진보의 마중물이 되어, 현재를 만들었다. 과거에 의문은 흉포한 억압의 원인이었지만, 지금은 의문과 호기심이 필요하다.


“AI 시대에 질문은 생존이다.”


나는 대학원에서 교육공학을 전공했다. 본업은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y) 이지만 수학과 논리에서 벗어나 문과적인 공부를 해보고 싶어 선택했다. 교육공학은 학습도구를 사용해 자기주도 학습을 할 수 있는 방법들을 가르친다. 하지만 나같이 집중력과 끈기가 부족한 사람은 그냥 불가능한 미션이다. 인터넷 게임을 하거나 운동을 하면 집중해서 몇 시간이고 할 수 있지만 학습은 단 몇 분도 집중이 힘들다. 자기주도 학습은 습관이 중요하다. 습관은 보상시스템과 관련이 있다. 즉각적인 보상은 습관을 강화한다. (습관의 힘 – 찰스 두히그 참조)

나는 ChatGPT에서 재미있는 보상시스템을 경험했다. 질문에 대한 쏜살같은 답변. 인터넷 게임의 퀘스트 보상 같다. 때론 하이텔 시절 머드게임(텍스트 기반의 멀티유저 게임)같기도 했다. 가끔 ChatGPT는 엉뚱한 답변을 한다. 올바른 답변을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은 머드게임의 괴물을 잡는 것 같은 재미가 있다. 몇 가지 아이디어만 추가한다면 AI는 자기주도 학습에 도움이 될 것 같았다.


2부에는 내 전문영역에서 ChatGPT와 협업 경험을 기술했다. 나는 소프트웨어공학에 기반한 소프트웨어 품질관리 업무에 내 직장생활의 3분의2를 보냈다. 약 20년 정도! SI(System Integration)회사의 품질관리 담당, 소프트웨어 품질 프로세스 컨설팅, 정보시스템 감리, PMO(Project Management Officer)로 수많은 프로젝트를 경험하며 가장 많이 사용했던 도구 가운데 하나가 PMS(Project Management System)이다. PMS를 사용하면서 나중에 시간이 되면 한 번쯤 만들어 보고 싶었다. 오픈소스인 레드마인과 ChatGPT로 내가 가진 소프트웨공학 지식을 이용해 PMS 구축을 위한 나만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머지않아 AI는 소프트웨어 개발의 핵심도구가 될 것이다. 새로운 도구가 도입되면 경험상 프로세스와 방법론의 변화가 필수이다. PMS 구축 프로젝트를 통해 AI도입에 따른 적절한 개발방법론 연구도 병행했다. ChatGPT의 목차를 참조해서 제목을 정했다..


“ChatGPT와 프로젝트”


개발을 그만둔지가 오래된 내 상태를 고려할 때 나는 괜찮은 실험대상이었다. 처음은 레드마인을 설치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ChatGPT는 좋은 매뉴얼이었다. 레드마인의 개발언어인 루비는 구조적언어에 머물러있던 내게 외계언어였다. 이론적으로 알고 있던 아키텍처 패턴도 실습은 어려웠다. 한 달 정도 ChatGPT와 씨름을 하고나니 레드마인의 대략적인 구조가 이해되었고, 간단한 플러그인도 개발할 수 있었다. ChatGPT가 제공하는 프로그램 소스를 검토하며 내가 어떤 지시를 내렸을 때 가장 적합한 해결책이 나오는지도 경험했다. AI와 소프트웨어 개발을 협업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개발방법론의 보완이 필요하다. 굳이 보완이란 하는 이유는 새로운 개발방법론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아키텍처에 기반한 애자일 기법의 적용이 가능할 것 같았다. AI와 협업을 위해서는 애자일 기법이 기존의 정보공학이나 CBD보다는 SI 프로젝트에 효율적인 것 같다(반론이 있겠지만 감수하겠다). 2부에서 소프트웨어 개발방법론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할 생각이다.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은 필수다.

스마트폰을 들고 공중전화를 찾아 헤매지는 말자.”



3부에서는, 언젠가 사라질지도 모르는 내 직업과 그 속에서 생존 방법은 무엇일지 화두를 던지고 싶었다. 은퇴가 멀지 않은 내게 AI는 감당하기 어려운 거센 파도처럼 느껴지지는 않는다.(남은 인생, 기술보다는 자연을 즐길 일이 더 많지 않을까?) 그렇다고 무시할 수는 없다.

AI가 만들어갈 미래를 상상하기 전에 나는 먼저 과거를 돌아보았다. 1980년대, 메인프레임 컴퓨터가 회사의 핵심 도구로 자리 잡던 시절, ‘펀처(Puncher)’라는 직업이 있었다. 영화 『히든 피겨스』에서 한 흑인 여성 개발자가 포트란(FORTRAN) 언어로 프로그래밍을 하고, 카드처럼 생긴 무언가를 컴퓨터에 밀어 넣는 장면이 나온다. 지금은 키보드로 직접 입력하지만, 초기 메인프레임 시대에는 천공카드의 구멍 유무에 따라 프로그램을 인식했다. 프로그래머가 개발한 코드를 컴퓨터가 읽을 수 있도록, 천공카드에 정확히 구멍을 뚫어주는 전문 인력이 바로 펀처였다.

지금쯤이면 손자와 공원에서 산책이나 하고 있을 내 옛 사수가 해준 이야기다. 그때 펀처는 반복적인 전문직이었지만 기술은 조용히, 확실하게 사람을 밀어냈다.

이제 우리는 또 하나의 변화를 경험할 예정이다.


“인공지능!”


AI기술 발전의 첫 번째 희생양은 전문성이 필요하지만 프로세스가 적용될 수 있는 분야일 것이다. 회계와 법률 서비스는 본질적으로 많은 절차와 표준화된 프로세스로 이루어져 있다. 규칙 기반의 알고리즘과 데이터를 활용한 자동화에 적합하다. 일정 수준의 문서 작성, 자료 검토, 절차 관리에 AI는 편리한 도구다.


“도망가다 보면 지쳐서 죽겠지만, 싸우다 보면 이길 확률도 있다.”


인간은 기계보다 더 자주 실수하고 더 불완전하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기계의 판단을 쉽게 신뢰하지 않는다. 특히 돈과 법이 얽힌 회계와 법률은 더욱 그렇다. AI의 작은 오류 하나가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간은 두려워한다. 이 두려움과 의심이 새로운 요구를 만든다. AI는 더 객관적이고 신속한 회계 감사와 법률 분석을 제공하겠지만 사람들은 AI가 내놓은 숫자와 판결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결과를 검증하고 설명을 요구하며, 그 속에서 놓친 맥락을 짚어내려 한다.

윤리와 평판은 인간과 AI를 구분하고, 사회적 신분도 정의할 것이다. - 나의 막연한 느낌이기에 증명할 수는 없다.

창의적 판단과 윤리적 감시가 핵심이다. AI가 감지하지 못한 부당한 회계 관행을 발견하고, 법적으로는 문제없지만 사회적으로 부적절한 조치를 막아내는 일은 사람의 손에 달려 있다. 기계가 제시한 절차와 계산을 넘어서는 판단이 필요하다. AI는 회계사와 변호사의 일상을 바꾸겠지만 사라지게 할 수 없다. 현재의 직업은 다른 차원의 역할로 옮겨간다. 펀처가 다양한 형태의 IT 전문가로 옮겨가듯. 숫자와 판례를 검토하는 작업을 벗어나 창의적 해석과 윤리적 결정을 내리는 감시자, 조정자, 설계자로 자리 잡을 것이다. 회계와 법률 서비스가 AI로 자동화될수록 사람들은 그 시스템의 한계를 감시하고 새로운 상황에 맞게 재설계하며 더 중요한 질문을 던지는 존재로 진화한다. 인간의 두려움과 의심은 새로운 직업을 만든다.



※ ChatGPT와 작업

- 초안 작성하고 ChatGPT에 교정 요청

- ChatGPT가 작업한 것 중 불필요한 접속사, 지시어 제거

- ChatGPT와 반복적인 퇴고 진행하고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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