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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일출 Aug 03. 2023

사랑이 가득 담긴 수박도시락

사랑은 작은 배려와 관심에서 시작된다

아들이 오늘 12시에 집에 오겠다며 학원에 데리러 오라고 했다직장 동료가 새벽까지 공부하는 자녀를 독서실에서 태워 와야 해서 피곤하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이제는 내 차례인가 보다


어쨌든 간에방학 중에도 열심히 공부하는 아들이 대견하다나는 10시 30피트니스 센터에 갔다운동을 한 다음아들을 데리러 가면 시간이 딱 맞을 것 같았다센터에 도착하자마자 아내로부터 전화가 왔다


나중에 아들을 데리러 가기 전에집에 잠깐 들르라는 것이었다수박을 잘라서 도시락에 담아놓을 테니아들한테 가져다주라는 말이었다그러면서 포크도 챙겨 둘 거라고 했다.     

나는 이해가 안 되어, “곧 집에 올 텐데, 와서 먹으라고 하면 되지, 굳이 그걸 가져다줘야 하냐?”라고 말했다.

아내는 아들이 요즘 시간 관리한다고 그러는지 집에 와서는 씻고 바로 잔다수박 먹을 여유가 없어라고 응수했다그러면서 부드럽게 한 마디 덧붙였다. “전에도 수박을 챙겨갔는데아들이 매우 좋아했다


순간머리를 한대 세게 맞은 것 같았다.     


아내가 말하는 것을 듣고 이게 바로 사랑의 행위구나!’라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최근에 나는 사랑의 행위에 대해 관심이 많다사랑을 전하고 싶은데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어떤 식으로 해야 하는지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사랑이 전달되는 구체적인 상황의 사례를 모으고 있는데오늘 이렇게 사랑에 대하여 또 하나를 배운다.     


오늘 내가 배운 사랑의 구체적인 행위는 다음과 같다.

사랑을 전한다는 것의 핵심은 상대가 원하는 것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받는 사람은 필요하지 않는데, 혼자만의 생각으로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관찰하고 그에 맞는 것을 공급할 때 베푸는 사람의 따뜻한 마음도 전달될 수 있다. 

이는 물질일 수도 있고 배려하는 마음이 될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물질보다 배려하는 마음을 전하는 것이 상대에게 더 큰 사랑을 전달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왜냐하면 배려하는 마음은 상대가 필요한 것을 오랫동안 관찰해야 맞춤형으로 전달할 수 있기에 그 마음의 바탕에는 상대에 대한 존중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아들은 3학년에 들어와서 마음이 조급한 것 같다. 나는 지금이라도 열심히 공부를 해줘서 너무 감사한데, 아들은 기초가 부족한 것 때문에 공부하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좋아하던 컴퓨터 게임도 끊고, 친구들 만나는 것도 거의 중단하다 시피하며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려고 한다. 


그런 아들에게 수박 도시락을 챙겨준다는 것은 아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시간을 선물하는 행위이다. 학원에서 집까지는 승용차로 대략 15분 정도가 걸리는데, 아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동하면서 간식을 먹을 수 있으니 최소 15분의 시간을 버는 셈이다. 그렇기에 사랑을 전하는 15분은 아들에 대한 아내의 관심을 표현하는 것인 것과 동시에 아들에게는 시간을 선물하는 행위이다. 또한 아이의 건강까지 챙길 수 있으니 그야말로 사랑이 가득 담긴 수박도시락인 것이다.  


나중에 아들을 만나 아내가 만든 수박 도시락을 건네주었다피곤해하던 아들의 얼굴에 미소가 깃든다아들의 얼굴에서 엄마의 섬세한 사랑이 전파되는 것을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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