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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홀로 Sep 08. 2022

저는 사회적 동물이 아닌데요

에필로그 - 개인의 시대


“종강 파티가 있을 것이니 웬만하면 다들 나와서 인사 나누세요.”



온라인 강좌가 끝나고 나서도 회식이나 모임을 하는 자리들이 생겼다. 서로 직접 보지 못하는 아쉬움과 연대를 위함이라며. 하나도 아쉽지 않은데 어떡하나. 딱 한 번 마지못해 회식 자리에 나가기는 했었지만, 코로나19가 횡행하던 때에 마스크를 벗고 여러 사람과 침을 튀기며 대화하는 자리가 불편하기만 했다. 영화, 드라마 쪽은 협업이 많아서 그런지 사람들은 굳이 어울려 놀기를 좋아하는 듯 보였다. 앞으로 감독과 PD와의 관계도 중요하다고 하니, 사회성이 중요하단다. 아, 역시 이쪽은 아닌 것 같다. 모여서 즐겁게 떠드는 그들을 보며 나는 다시 오로지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요즘에는 다 온라인이지. 굳이 바깥세상으로 나가지 않으려 해도 돼요.”



상담사 선생님 역시 초연결 시대에는 누구든 생산자가 될 수 있다며, 현재 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라고 격려했다. 내게는 비대면 시대가 기회의 시대였다. 굳이 상사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호소하지 않아도 된다. 사회에서는 듣기 싫어도 들어야 하는 말들을 막을 수 없었지만, 악플은 내가 눈을 감으면 그만이다.           





       

오프라인 세계에는 외부 자극이 너무 많았다. 강의실에서는 집중이 힘들었다. 낯선 냄새, 사람들의 숨소리, 부스럭거림 등이 자꾸 내 집중력을 흐트러뜨렸고, 거기에 신경 쓰느라 정작 강의 내용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긴장하면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아, 나는 합평을 할 때마다 항상 해야 할 말을 조사와 어미까지 빼곡히 써온 후 줄줄 읽었다. 반면, 온라인 세상은 자극이 차단된 고요한 세상이다. 비대면 수업은 이질적인 공간의 소음과 생소한 냄새가 없었다. 내가 다른 이들을 보고 싶지 않으면 그들을 보지 않을 수도 있다. 채팅은 상대의 눈과 목소리, 행동이 보이지 않아 온전히 문자 내용에 집중하게 된다.




사람들은 비대면 방식에 거리감을 느낀다고 표현하지만, 그 거리감은 내게 쾌적함을 주었다. 전화 통화를 피하는 요즘 세대의 현상 역시 내게는 친근할 뿐이었다. 마스크는 나의 보호막이기도 했다. 다들 나와 비슷해지는 현상을 사회에서는 ‘문제’라고 하나, ‘문제가 있던’ 내게는 조금 더 세상이 자연스러워졌다고나 할까. 




나는 ‘사회적 동물’이라고 명명당해왔다. 그 ‘사회적’이라는 단어의 굴레 안에서 참여하고 싶지 않은 모임에 나가야 했고,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만나야 했다.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배웠다. 카네기의 인간관계론 같은 걸 읽으며 노력도 해봤지만, 영 사람들과 어울리는데 소질이 없었다. 소식(小食)하는 사람이 장수한다고, 나의 인간관계도 그랬다. 소수와의 관계를 오래오래 씹어 천천히 삼켰다. 그런 내게 사회는 관계의 ‘과식’을 강요했고 나는 번번이 소화불량에 고통스러워했다.




다행히 세상은 바뀌었다. 그리고 이제 나는 말한다. 


‘저는 사회적 동물이 아닌데요’


 이제 ‘개인’의 시대, ‘나’의 시대가 왔다. 그곳에서 나는 자유롭게 유영할 것이다.



FIN.






<응원합니다>



예민하고, 불안한 당신은 예술적인 감각이 뛰어난 사람일 가능성이 커요. 

그런 당신의 섬세함을 자원이라고 생각해봐요.

나의 불편한 인생도 이야깃거리로 만들었으니까요.     




그리고 시대는 조금 더 개별적이고 은밀한 개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있어요. 

당신 역시, 당신의 사소한 이야기를 풀어내어 봐요. 

감정과 생각의 분출, 즉, 글쓰기는 자기를 치유하는 한 방편이에요. 

키보드와 손가락, 싸구려 노트북 하나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고요.      




당신의 불편함이 자원이 되기를, 저 역시 비대면으로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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