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뭔가 이루고 나서 극복기를 쓰고 싶었어요. 사회 불안증을 10년 동안 앓았지만 멋지게 극복해서 잘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랐고요. 그러나 실패는 계속되었고 ‘성공적인 극복기’는 점점 멀어졌습니다. 이번 생애 쓰는 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사회 불안증 환자의 병은 완벽주의에서 기인하기도 해요. 보통 그에 따른 강박도 가지고 있고요. 강박적으로 계산하고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해봤지만, 결국 내가 바꿀 수 있는 건 별로 없었어요. 나는 그저 불완전한 인간일 뿐이고 내가 생각하는 완벽한 나는 절대로 될 수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부끄럽지만 불완전한 나를 그냥 세상에 내보였어요.
아직도 헤매는 과정 중이지만 쇠똥구리처럼 열심히 글을 굴려 완성했어요. 그 글이 똥이 되든 된장이 되든 나는 최선을 다한 것에 만족하려 해요. 글이라는 매체의 특성상, '똥인지 된장인지'는 내가 결정하는 게 아니니까요.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사회 불안장애 환자들과 극단적 내향인들이 이 ‘똥인지 된장인지’를 읽고 위로를 얻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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