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자신을 돌아보고 소소한 아름다움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

by 마들렌

언젠가부터 산책을 하면서 주변에 무심코 피어난 듯한 꽃들을 눈여겨보게 되었다.

말이 그렇지 꽃들이 정말 무심히 피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나름 생각하면서 말이다.

찬란한 태양의 보살핌을 받고, 비가 오면 대지에 스며든 수분을 끌어당겨 갈증을 해소할 것이며, 산들산들 불어오는 바람에 온몸을 맡기면서 몇 날 며칠을 열심히 살아낸 결과물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이사를 온 지 3~4달이 되었지만, 주위에 뭐가 있는지 나는 잘 알지 못했다. 그래서, 시간만 나면 모자를 챙겨 쓰고 집을 나서곤 하였다.

집 주변에는 공원이 잘 만들어져 있었고, 산책하기에 참 좋았다. 이사오던 몇 달 전만 하더라도 쌀쌀한 날씨에 메마른 가지는 앙상하기만 하였는데... 어느새 새순이 마른 가지를 뚫고 나오더니, 하루가 다르게 초록의 외투를 입고 싱그러움을 마구마구 품어내고 있었다. 잘 조성된 화단을 지나가다가 이름 모를 꽃들이 피어 있으면, 나도 모르게 가까이 다가가서 이파리도 세어 보고, 향기도 맡아보게 되었다.


'웁스!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생전 안 하던 짓을 하고 있네?'


하면서 나도 살짜기~ 놀래곤 하였다.

화단에 피어 있는 꽃


그래, 내가 너무 바쁘게만 살았던 게지...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주위에 있는 갖가지 아름다움을 다 놓쳐버리고선 이제야 눈이 열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뭇가지에 새싹이 돋아나고 있는 것을 보면,

아이고, 기특해라!"

하며 속삭이면서 쓰담 쓰담해 주었고, 예쁜 꽃이 피어 있으면, "정말 예쁘구나!" 하며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해 주기라도 하는냥 부드럽게 만져주기도 하였다.


정말 평상시의 무미건조한 나의 모습과는 너무나 비교가 되어, 달라진 내 모습에 나도 적응이 잘 안될 지경이었다. 내가 왜 이런지 곰곰이 생각을 해 보니, '아항~ 내가 나이가 들어가고 있구나. 그리고 내가 심리적으로 뭔가 여유가 생긴 건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길에 핀 꽃 한 송이도 예사로이 보이지 않았고, 기쁨을 주는 소중한 존재로 내게 다가오고 있었으니 말이다.




나이 40이 넘으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있다.

나는 일을 하면서 만나게 된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살펴보면서, 나중에 나는 저렇게 안되어야지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인생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겪으면서, 또는 삶의 무게를 감당해 오면서 살아온 모습이 얼굴에 고스란히 나타난다는 것을 이미 배웠고, 또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곱게 늙어가리라~ 자연을 닮은 고운 얼굴로 ~

나는 겸허한 마음으로 지혜롭게 늙어가리라 ~ 마음먹게 되었다.

나이가 들어가면, 나도 모르게 흰머리가 하나씩 늘어나고 얼굴에는 탄력이 떨어져서 주름이 생기고 노인이 되어간다. 씁쓸하지만... 세월 앞에서 장사 없다는 말이 있지 않는가! 시간이 흘러 갈수록 '꼰데', '고집불통'이라는 비난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나는 마음자세를 편안하게 가지며, 화를 가라 앉히고, 타인에게 너그럽게, 평정심을 가져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다.




아침에 공원을 산책하다 보니, 비 온 뒤 무성하게 자라난 잡초를 정리하느라 예초기가 부지런히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덕에 사방에서 풀내음도 풀풀 날리고 있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공원 내에 만들어진 작은 농장(?), 아니 텃밭에 제법 결실이 맺혀 있는 것을 보니, 어릴 때 아버지 생각이 났다. 초등학교를 다닐 때였다.

일요일이라, 아니면 방학이라 늦잠을 자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였지만, 그럴 때면 여지없이 아버지의 사인은 문 밖에서 들려왔고, 우리는 애써 모른 체하며 이불을 뒤집어쓰곤 하였다.

"으험! 으험!"

아버지의 거듭된 기침 소리에 애가 타는 어머니는, 황급히 방 안으로 들어오셔서 작은 목소리로 우리를 깨우곤 하셨다.

"애들아, 어서 일어나서 아버지한테 가 보거라."


안 떨어지는 눈을 부비며 일어나 오빠와 나, 남동생은 그렇게 아버지의 뒤를 따라나서야 했다. 물조리개와 삽과 호미 등을 챙겨 가지고서 말이다. 그렇게 우리 3남매는 주말마다 아버지의 불호령을 듣지 않기 위해 농장으로 출동해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위로 언니 3명은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그런지 애초에 <아버지의 농장팀>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ㅠㅠㅠ... 지금 생각해보면 슬며시 웃음이 나오는 모습이다. ㅋㅋㅋ...




그때는 무지무지 싫었는데, 세월이 많이 흐르고 난 지금 생각해 보니, 아버지는 시대를 앞서 가신 분이셨던 것 같다. 농촌에서 살아 보지 못했던 나와 오빠와 남동생은 흙을 고르고, 씨를 뿌리고, 잡초를 뽑아내었고, 식물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모습을 보면서 땀 흘리고 난 노동의 대가와 자연이 주는 고마움을 알게 되었고, 심지어 열매를 맺는 모습도 지켜보고, 수확하는 기쁨도 알게 해 주셨으니 말이다.

가지와 토마토가 달려 있네요.

세상에 의미 없이 태어나는 것은 하나도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생각조차 할 수 없겠지만,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도 그들만의 의미를 가지고 피어날 것이며, 그것은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허락해 주신 '빛나는 오늘'을 살아내고 있는 것에 대한 격려와 칭찬이며, 소박한 선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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