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여름.
여기저기서 많이 찾아대는 계절의 그, 그놈의 그 이름, 그 이름의 주인이 얼굴을 들어 올리고 있다. 매미는 찢어지게 울고 열기에 울렁이는 풍경이 보이고 또 밤에 때맞춰 내리는 빗줄기들까지도 모두 다 쏟아지는 일각의 시간들과 함께 나의 하루에 부쩍부쩍 녹아들다가 차츰 사그라들고 있었다. 와르르 내려댔다. 종이 한 장만큼의 차이로 내게 주어진 것들을 사랑할 수도, 미워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저, 매 계절에 새 이름을 달고선 달고 단 노래를 깔아 그 위에서 늘 춤추듯 살 수만 있다면 얼마나 기쁠까.
마음의 기쁨이 계절마저 사랑하게 해주는 요즘 나는 매일 잠이 들기 전, 한때, 늘, 계절의 색이 나의 마음을 고요하게 해 주었던 기억들을 습관처럼 떠올린다. 그렇게 잠이 들고 나면 꼭 이런 꿈을 함께 꾼다.
언젠가 반드시 다가올 모든 날들에 마침표를 쿵 고 찍을 어떤 날에 관한 꿈. 본 적 없어도 사무치게 그리워 가슴이 시리다가도, 그래서 견딜 수 있는 그날을 노래하는 노래. 베개 깊숙이 귀를 묻고 눈을 감은 순간부터 저 풍경을 꿈속에서 만나는 순간까지, 그 사이 끼어있는 시간 동안 입을 오므렸다 다물었다 하며 꼭 감은 눈으로 기도문을 왼다.
그런가,
이 밤에도 또 은근한 파도가 나의 근심들을 모두 쓸어가주길. 그리고 동이 트면 가져간 근심들은 고이, 도로, 고스란히, 포근 포근히 되돌려주길. 매일이 새로운 시작으로 나의 땀방울과 함께 힘차게 빛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