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몰래 수없이 죽었다가
다시 무릎 세워 일어나
도망치려는 나와 싸우고 타협하고
용서하고 또 용서를 빌되
전우를 물고 달아나는 네게는
절대 항복하지 않았다
양보할 수 없는 선을 두고
싸우고 또 싸우면서
딱 여기까지만 도망치고
딱 이만큼만 미워하고 하며
그렇게 미루고 당기면서 그린
수많은 선들을 한데 모았다
그 선은 나의 밑
바닥을 이루는 면이 되고
그 위로 빼곡히 쌓인 시간
그들의 높이 곧 깊이가 되어
아주 커다랗게
아주 깊게
아주 크고 깊게 빚어진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