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니를 많이 가진 한 바퀴가 있었다.
자신의 몸을 쌓고 쌓아서, 그 쌓은 만큼을 다시 쌓고 또 쌓아도 채 닿지 못하도록 멀리 그를 둘러싼 세계가 있었다. 옆과 그 옆엔 비슷한 모양의 바퀴들이 서로의 몸으로 서롤 걸어 잠그고 맞물려선, 제 이를 갖고 자기 할 일을 하며, 어떤 이는 자기의 안위를 위해 옆 바퀴의 이를 뜯어가며, 대체로는 그저 굴러가기 때문에 굴러가는, 다만 굴러가기 위한 시간을 보낸다.
시간 위에 시간을 한없이 굴린다. 하루는 똑똑하고 유식한 바퀴 하나가 <맞물림 잘하는 법 - 바퀴에게 맞물림 문제는 운명이다>라는 이름으로 책을 내서 큰 부와 명성을 얻기도 했다. 그는 계속해서 긴 막대기로 철판을 탁탁 짚으며 날쌔고 야무진 이를 관리하는 효과적인 방법을 널리 가르쳤다. 그럼에도 다른 한편에선 돌다 돌다 질려버린 바퀴 하나가 순리를 거슬러 스스로를 그 속에서 뽑아버리기도 했다. 숙연함은 오래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 안에서 모든 바퀴가 동일하게 자기 자리를 지키며 빙글빙글 아득바득 돌아가지만, 아무도 제 쓸모를 앎으로 이리저리 튀어나온 자신들의 돌기를 온전히 사랑할 줄을 몰랐다. 모두가 잠든 밤이란 없으므로 한쪽이 고요할 땐 반대편에 있는 바퀴들이 삐걱이는 신음을 내며 자기 일을 감당했다.
이렇게 아주아주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어느 캄캄한, 밤은 아닌, 모두의 마음이 어두우니 밤처럼 보였던 하루, 오직 자기 쓸모를 깨달은 바퀴들만이 조용히 자신들의 끝을 아는 채 묵직한 몸을 담담히 굴리고 또 굴렸다. 하나 둘 그리로 모여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