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니는 길은 생각보다 매끈하니 잘 닦여있긴 해서, 난 그 위에 철로를 깔아 매연을 뱉고 바닷바람을 쐬며 거름 냄새를 맡고 하며 왔다 갔다 이리저리를 누빈다. 풀을 밟고 노래를 듣다가 기차에 폴짝 올랐고, 차창 밖 우렁찬 폭우를 구경하며 물 냄새 향수 냄새와 섞여 꾸벅 졸다가, 침침한 전구를 갈아줄 건너편 자리 애인의 절반짜리 안락함에 기쁠 새라, 얇은 밑창 한 장을 사이에 둔 채 찢어지는 매미 우는 소리를 따라 젖은머릴 말리며 밤공기를 쐬는 일이 함께이니 나는 걱정없이 즐겁다. 덜렁 싣던지 혹은 포근히 태우던지, 어쨌더나 기차는 나를 데리고 멈추지 않고 세차게 달린다. 손가락 두 개로 녹이 슨 손잡이를 걸어잡아 천천히 가장 바깥문을 열어보면, 울음이 걷어내진 시원한 풍경이 성큼 도착해있다. 변덕스러운 심박수를 부여잡고 멈춰선 기차에서 털레털레 내리며 가슴이 열리도록 크게 기지게를 편다. 가벼울 어깨에서 짐을 털어내고 따끔거리는 풀 사이에 뒷목과 복숭아뼈를 눕히면 손등과 볼에 가만히 잘 박힌 점들에서 기쁨이 새어나오기 시작한다. 마침 그간의 고생으로 이리저리 삼킨 대답들도 드디어 빛을 보니 활짝 피어나려고 한다. 콧김같은 바람이 구렛나루를 간질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