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상, 금지폐, 기도의 순간이 말해주는 남부 상업문화의 뿌리
MUMUSO 젊은 사장의 ‘제사상 + 가짜 지폐 태우기’
베트남에서 시내를 걷다 보면, 혹은 골목을 걷다가 보면, 한 달에 한 번쯤 이런 장면을 목격할 때가 있다. 호치민에서 내려온 MUMUSO 젊은 사장은 매장 문 앞에 작은 제사상을 차려놓고 앉아 있었다.
과일 몇 개, 향, 작은 술잔, 그리고 종이로 만든 금·은 지폐들. 제사가 끝날 무렵이면 그 종이 지폐들을 하나씩 태워 연기로 하늘에 올렸다.
이 장면은 베트남 남부지역 사람들에겐 꽤 익숙한 풍경이다. 외국인이 보면 “왜 가짜 돈을 태우지?”라고 묻겠지만, 현지에서는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지폐 태우기(Cúng tiền vàng / Đốt vàng mã)’라는 민간신앙 행위다.
1. 왜 이런 제사를 할까?
가. 조상·영혼에게 재물을 보낸다는 믿음
종이로 만든 지폐나 옷, 집 모형을 태우면 저승에서 실물로 전달된다고 여긴다. 한국의 제사와 비슷하지만, 베트남은 불교, 도교, 토착신앙이 섞여 있기 때문에 ‘저승 송금’ 개념이 훨씬 적극적이다.
나. 장사 번창 기원 – Thần Tài(재물신) 신앙과 연결
가게 앞에서 제사를 올리는 건 거의 대부분 Thần Tài(재물신)에게 올리는 의례다. 남부에서는 문 앞에 작은 제단이 있고, 한 달에 한 번 큰 제사를 지내거나 새로운 달이 시작될 때 금지폐를 태운다.
MUMUSO 사장이 하는 것도 이 범주에 속한다. “이번 달 장사 잘 되게 해달라”, “문제 없이 영업하게 해달라”는 기원이다.
다. 사업, 재물운을 ‘정기적으로 관리한다’는 문화
베트남 사장들은 제사를 거의 일정처럼 관리한다. 월초나 음력 특정일(특히 1일/15일)에 제사를 지내고 종이 지폐를 태우는 건 마치 ‘오늘 운을 리셋하는’ 행위처럼 받아들여진다.
한국 기업이 회의하고 KPI 세우듯, 남부 상인들은 제사와 지폐 태우기로 한 달 운세를 안정시킨다고 생각한다.
2. 왜 ‘젊은 사장’도 이런 제사를 할까?
재미있는 점은, 이 의례를 노년층만 하는 게 아니라 젊은 사장들도 그대로 따라 한다는 점이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상업문화와 신앙이 자연스럽게 결합돼 있기 때문이다. 남부는 시장경제가 오래돼 장사 풍습이 강하다. '잘되면 하고, 안되면 더 하고'라는 실용신앙이다.
둘째. ‘안 하면 찝찝하다’는 심리적 요인 때문이다. 경쟁 많은 호찌민시 같은 지역에서는 작은 기운의 차이가 매출을 바꾼다고 믿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더 신경을 쓰는 듯 하다.
그 장면들을 보면서 나는 이상하게도 미운 마음이 들지 않았다. 누군가가 보기에 비과학적일 수도 있고, 전통에 기대어 사는 모습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정서적으로 무언가를 두려워하고, 그걸 나름의 방식으로 달래고 챙기려는 태도는 오히려 인간적이고 단단해지려는 노력처럼 느껴졌다.
베트남 사람들이 이런 의식을 통해 스스로를 조절하고, 마음의 균형을 맞추고, 한 달의 시작을 다잡는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나니, 그들의 제삿상 앞에서 피어오르던 연기가 조금은 다르게 보였다. 그건 미신이 아니라, 살아가는 방식이었고, 어쩌면 우리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해오던 ‘작은 기도’의 다른 형태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