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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Oct 28. 2020

위로의 마음

당신이 없는 이 밤은 빛을 잃어요.
별 거 아니라고 생각 말아요.
밤하늘의 빛으로

구름 낀 오늘 하루에 위로를 얻어,
나는 춤을 출 수 있어요.


지난 밤의 무게도
그대의 빛이라면 모두 사라질 수 있어요.
정말로 난 이렇게 홀가분하게 춤을 춰.


나는 매년 초 연말의 나에게 편지를 쓴다. 어떻게 일년을 보낼지 상상하면서 말이다. 참 신기한 게 한 번도 편지의 내용대로 산 적이 없는 것 같다. 인생은 그렇게도 예측 불가하고 어렵다. 성급해서 기다리지 못하고 일을 잔뜩 벌이는 내 탓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놀라울 정도로 새로운 일들이 많이 생긴다. 그래서인지 때때로는 살기가 버겁다. 일이 잔뜩 밀려있거나, 알 수 없이 컨디션이 바닥일 때, 열심히 진행한 일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처럼.


직장 권태기가 왔던 시절에 주 3회 정도 운동을 했었다. 운동을 하고나면 분명 저녁시간이 줄어 있는데 오히려 시간이 더 늘어나는 느낌을 받아서인지 그 시기를 조금 더 버틸 수 있었다. 생기를 얻는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혼자 공원을 달리며 들었던 건 다름 아닌 내 가수 B가 진행하는 라디오였다.

그가 전하는 공감과 위로는 적당히 거리가 있으면서도 진심이 가득 배어있다. 그는 섣부른 조언이나 막연한 충고를 하지 않는다. 오히려 들어주는 쪽에 더 가까울 수 있다. 충분한 공감과 적당한 위로, 그리고 응원. 그가 전하는 담담하고 따뜻한 말들을 듣고 있으면 그의 따뜻함에 스며들 듯 편안해졌다. 나에게 전하는 위로가 아님에도 위로를 받는 느낌이 들어 참 자주 들었다.


위로. B가 제일 잘 하는 일이자, 그에게서 가장 배우고 싶은 일이다. B는 겉보기에 말랑한 귤 같아 보이지만,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돌과 같은 느낌을 준다. 그래서인지 그는 정말로 위로라는 분야에 있어서는 탁월한 사람이라 생각한다. 나긋나긋한 목소리도 크게 한 몫을 하거니와, 그는 무거운 분위기도 부드럽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그래서 그의 음악에는 위로의 마음이 담겨있다. 그의 목소리에도 그 마음이 가득 스며있다. 위로라는 것이 참 어렵고 별 거인 것 같지만 단순하게 보면 한 걸음 멈춰서서 심호흡 한 번 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때가 있다.


세상에는 힘든 일도 많고, 지치거나 감정이 소진되는 일도 많이 생긴다. 일일히 모든 것을 주변에 털어 놓기엔 나이가 많고, 모두가 힘들어서 내 힘듦 따위는 한없이 작아지기도 한다. 그럴 때는 나의 삶에서 한 발짝 움직이는 일이 필요하다. 몸을 움직여 산책을 하고, 노래를 듣고, 책 속으로 도망가듯이.

나의 경우엔 덕질의 세계로 가는 것이 가장 행복한 도피다. 내 가수의 목소리를 듣고, 음악을 듣고. 드라마나 공연을 보기도 하고. 어쩌면 잠시 꾸는 꿈처럼 말이다. 이 단잠에서 얻은 힘으로 나는 또 나의 날들을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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