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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Oct 31. 2020

초신성

시절의 마음

지구와 별에는 엄청난 거리가 있다.

우리는 어쩌면 몇백 년 전의 별을 보고 있다.


그런데 어쩌나.

별이 펑 하고 폭발해 사라져도

아직의 우리는 그 별의 반짝임을 보고 있겠지.


그 별의 반짝임을 눈에 담지 말았어야 했을까.

그 별의 반짝임에 나의 고민을 털어놓지 말았어야 했을까.

그 별의 반짝임에 내 시절을 보내지 말았어야 했을까.


그럼 이렇게 텅 빈 하늘을 갖지 않았을텐데.

이렇게 새카만 밤하늘을.




내가 아는 ‘팬’을 주제로 한 노래는 두 곡이다. 에픽하이의 <fan>과 선우정아의 <순이>.

사람들이 아는 팬의 모습은 어디에 더 가까울까? 간혹 드라마를 보면, 연예인과 스캔들이 나는 여자 주인공에게 교복을 입은 팬들이 ‘감히 네가 우리 오빠랑?!’이라고 하며 계란을 던지거나 운동회에서나 볼 법한 알록달록 플래카드를 들고 나와 시위하듯이 몰려있기도 한다. 이토록 인터넷이 발달한 2020년에 00년대에나 볼 법한 구시대적 이미지가 아직까지도 사람들이 생각하는 팬의 모습인걸까?


앞서 말했던 두 곡, fan과 순이는 약 10년의 차이가 있다. 그래서인지 묘사되고 있는 팬의 모습도 사뭇 다르다.

<갖지도, 만질 수도 없지만 넌 내 거니까, 내 모든 것을 다 줄테니 나를 떠나면 안된다.>

라는 다소 광기가 서려있는 fan 속의 팬.

<난 정말 바쁜데, 이유없이 네가 좋은 바람에 너에게 시간을 다 쓰고 있으니 나쁜 짓만 하지마.>

라고 말하는 순이 속의 팬.

가사 속의 이미지만으로도 팬에 대한 인식이 조금은 변한 걸까? 어쩌면 부정적으로 이미지화된 팬의 모습과 덕질을 하는 현실적인 팬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아이돌 팬의 이미지가 이토록 극성맞아 진건 왜 때문일까. 세상엔 덕질보다 유해한 것들이 지나치게 많고, 누구나 무엇인가를 덕질하고 있는데 말이다. 축구팬들도 새벽 몇시가 되었든 축구 시청을 하고, 훌리건처럼 폭력적인 사람들도 있다. 낚시나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장비를 위해 엄청난 돈을 쓰기도 한다. 또 쇼핑하기를 좋아해서 입지도 않는 옷들을 잔뜩 사는 사람들도 허다하다.

과거에는 덕질의 주요 소비층이 청소년이었기 때문에 그들을 미숙하게 보기도 했고, 집단적인 행동을 하기 쉬운 시기이기에 조금 더 과격한 리액션이 많았을 수도 있다.

요즘에는 덕질을 하는 주요 세대가 2-30대여서 개인적인 취미활동화가 된 것 같다. (그리고 아마 이들은 과거의 덕질 소비층이었을 것이다.) 요즘 10대는 연예인보다 SNS스타같은 인플루언서를 롤모델로 삼고, 본인이 인플루언서 주체가 되려고 하기 때문에 예전처럼 많은 친구들이 아이돌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기도 하다.


이런 변화를 보면 가사속의 덕후 이미지가 조금 더 들어맞는 느낌이다. 그리고 앞서 언급했던 10대 때 열심히 덕질을 한 내가 돈을 버는 덕후로 돌아왔다. 90년대 생들의 아이돌 문화는 2002 월드컵처럼 그 시절의 상징이다. 그들의 노래에는 나의 추억이 묻어 있고, 다사다난했던 10대의 온갖 소중한 감정이 함축되어 있다.

그러니 제발, 나쁜 짓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내 가수 뿐만 아니라 모든 아티스트들이 부디 착하게 살기를. 나는 이미 너무 많은 노래를 잃었다. 내 추억과 감정을 떠올리기도 전에 ‘아 이 사람은 진짜..’ 부들부들 솟구치는 감정이 먼저가 되어버렸다.

누구도 평생을 모든 사람의 윤리적 잣대에 부합하게 살지는 못하겠지만 선은 지켜야한다고 본다. 미디어에 많이 노출되는 사람일수록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깨어있어야 한다. 더 이상 ‘나 때는..’ 이라는 말로 자신의 부끄러운 부분을 감추고 합리화시켜서는 안된다.


부디 이 반짝이는 수많은 시절의 위로들을 언제고 꺼내서 들을 수 있기를. 이제는 더 이상 잃고 싶지 않으니.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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