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마음
고고하고 멋스러운 너는
이름마저도 고고하다.
숨을 들이마시면
입안에서 보들한 너의 이름이 맴돈다.
너의 이름을 굴리고 되새기면
빠져나오기는커녕 잔뜩 쌓여만 간다.
햇빛을 잔뜩 머금으면
따사로운 너의 향기가
보드라운 너의 숨결만큼 부푼다.
한 올 한 올 휘날리는 너의 매력이
온몸으로 스며올 때면
내가 너일지도 모를 만큼
나에게서도 네가 뿜어져 나온다.
사람은 아름다운 것을 좋아한다. 아름다운 것은 기분을 좋아지게 한다. 외모 지상주의의 편을 드려는 건 아니고, 어쩔 수 없이 인정해야 하는 부분이다. 아름다운 건 어쩔 수 없다. 매혹적이고, 설득력을 쥐어주고, 끊임없이 보고 싶게 만든다.
물건을 살 때에도 실용성, 가성비, 지속성 등을 따지지만 결국 마음을 이끄는 건 디자인이다. 마음에 드는 것은 쉽지 않다. 어떤 사람들은 화려한 것에 마음이 끌리기도, 또는 조악한 것에 마음이 끌리기도 한다. 절대적인 미에 대해서는 논쟁할 바가 많지만, '내 취향이 그래.'에 반박할 수는 없다. 자기 취향이니까. 나 역시 탐미적인 사람으로, 내 취향의 아름다움을 수집하는 것을 좋아한다. 작가들의 그림이나 작고 예쁜 소품, 귀여운 인형들.
연예인은 그런 아름다움에 특화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아이돌들은 눈길을 끄는 외모나 이른바 씹덕력(마음을 확 끌어당기는 알 수 없는 능력, 도화살과 같은.)이 높을수록 인기가 많고, 어쩌면 '타고났다.'라는 인상을 확 심어준다. 그럼에도 정말 놀라운 점은 뜯어볼수록, 알면 알수록 더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럽다는 점이다.
그래서 덕질은 그의 사소한 버릇이나 습관을 예뻐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주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버릇이지만 내 가수의 버릇이 되는 순간 귀여워진다. 오.. 하고 말을 고르는 습관부터, 웃을 때 자연스럽게 한쪽 눈이 윙크가 된다던지, 주절주절 했던 말을 계속 늘어놓는다던지 하는. 그런 순간들을 주변에서 만나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의 순간들이 내 일상에 겹친다. 어느새 그의 말버릇이나 습관이 내 것이 되기도 하고, 우연찮게 발견하면 우스워지기도 한다.
귀여움의 힘은 무엇보다 강할 수 있다. ‘모죠의 일지’ 웹툰에서는 공포영화가 무서워서 귀여운 강아지 사진들 사이에 작은 영화 스크린을 띄워서 보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고, 기분 나쁜 일이나 운이 없는 상황을 만났을 때도 ‘귀여운 것을 보자..’하고 힐링을 하는 게 거의 관용어처럼 쓰이기도 한다.
내가 첫 직장에서의 직장 권태기를 꾸역꾸역 이겨낸 힘도 바로 귀여움이다. 디자인을 전공했기에 이미지 색감 보정이나 gif 제작을 하는 법은 알았지만, 굳이 시간을 내어 짤을 찌기(영상에서 귀엽거나 예쁜 부분을 잘라 짧은 gif로 만드는 일) 시작한 건 직장 권태기가 온 이후였다. 퇴근을 하고 집에 가서 자투리 시간에 짤을 쪄서 업로드 해두고, 다음 날 회사 모니터 한 구석에 내내 그 짤을 켜두었다. (물론 그 회사에서 내 자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거의 안보이는 자리였다.)
‘아 일하기 싫다~’ 하다가도 한 구석의 귀여운 짤을 보면 또 웃음이 새어나오곤 했다. 회사 책상을 귀엽게 꾸미는 사람들의 마음이 이런 게 아닐까. 잠시 눈을 돌려 기분이라도 조금 바로잡고 나면 일하기에도 훨씬 낫다.
뭐 좋은 일 있나 싶게 잔뜩 기분이 좋아지는 힘, 귀여움이다. 어떤사람이 귀엽게 보이는 순간 콩깍지가 생기는 거라던데, 내 콩깍지는 단단하게도 씌였다. 이제는 웃을 때 보일 듯 말 듯 삐죽 보이는 치아들까지 귀여우니까 말이다.
'이런 점이 귀엽게 느껴질 수도 있구나.', '누군가에게 이렇게 말하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나 가치관은 정말 멋지다.' 등 인간적인 면에서의 장점을 더 발견하게 될수록 그에 대한 사랑은 깊어져 간다. 어쩌면 사랑에 대해 이렇게 배우는 것 같기도 하다.
귀여움을 찾는 게 버릇이 되면 내 가수가 아닌 다른 사람의 장점이나 배울 점도 더 쉽게 느낄 수 있게 된다. 생각하는 것도 한없이 부정적이다가도 어느새 긍정회로를 돌린다. 그리고 남을 칭찬하는 법, 남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것도 더 쉬워졌다. 우리는 허공에 무한 칭찬과 사랑을 내뱉지만, 그 표현들이, 말들이 내 밖으로 나올 수 있는 법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또 알게 모르게 많은 것이 쌓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