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마음
그냥 인생이 삭막하게 느껴지다가도,
하늘에 빛나는 별을 보면 괜히 기분이 좋아지잖아.
우리, 서로에게 별이 되자.
누군가는 중년의 덕질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그 대상이 진짜 좋아서가 아니라, 그럴 대상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건 착각이다. 아들과 딸이 떠난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서다. 아들과 딸에게 표현하려 할수록, 그들은 귀찮게 여길 뿐이니까.'
나는 중년의 덕질을 응원하는 사람으로서, 그것을 이해 못하는 사람들에게(굳이 이해시킬 필요도 없지만) '그럼 뭐 어때.'라고 말해주고 싶다. 애정을 쏟아부을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것은 정말로 귀한 일이다.
내가 고등학교에 다닐 시절에 친구들에게 줄곧 하던 말이 있었다. '사랑을 안 해도 되니까 짝사랑이라도 하고 싶다.'라고. 애가 닳고, 마음이 벅차고, 어떤 것보다 우선순위가 되는 그런 사랑은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사랑뿐 아니라 일이나 취미에 있어서도, 무언가에 정말 열정을 다하고 싶을 때가 있다.
요즘의 트렌드는 '대충 살자',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아.'라고 하지만, 정말 평생 대충 살고, 아무것도 안 해도 진짜 괜찮을까?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그걸 소재로 삼아 책을 쓰고, 강연을 하고, 캐릭터로 주목받는다. 정말 아무것도 안 하는 것 맞아? 결국은 진짜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들에게 남는 것은 무기력 아닐까.
나이가 들 수록, 아무것도 아닌 일이 많아진다. 연륜이 쌓인 것일 수도 있겠지만 어떻게 보면 참 속상한 일이다. 열정적으로 사랑하고, 속상해서 화가 나기도 하고, 누군가와 연대감을 느끼기도 하는. 이런 모든 감정들은 정말 소중하다. 그리고 뒤늦은 덕질을 하는 중년들은 이런 새로운 감정들을 몰아치듯 느낄 것이다.
콘서트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모녀의 대화를 들었다.
'그래도 나는 OO 덕분에 너랑 콘서트도 보고 정말 좋다.'
'그러니까. OO 덕분에 엄마가 젊게 살아서 너무 좋아.'
함께 우리 가수의 덕질을 하는 모녀였다. 나는 그 모습이 정말 보기가 좋아서,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이들의 얘기를 했던 것 같다. 아마 내 가수가 들었으면 정말 기뻐했을 것이다.
'빨리 누구 좀 투표 좀 해봐라.', '누구가 1등 하면 치킨 쏜다.'
미스터 트롯이 한창 흥행할 때 친구들의 어머니, 아버지들이 많이 했던 이야기들이다. 투표라곤 선거밖에 한 적이 없는 어머니들이 이렇게 열을 올려 감정을 들인다는 것. 얼마나 귀엽고 웃긴 일인지 모른다.
나에게도 고등학교 이후에 이런 감정이 찾아올 지 몰랐다. 학창시절의 덕질은 친구와 우정을 쌓는 일과 같다. 같이 좋아하는 마음을 이야기하고, 어제 나온 프로그램에서의 귀여움을 나누는 것은 일상의 재미가 필요해서였을지도 모른다.
그 이후 돌연 찾아온 나의 가수는 잔잔한 강물과 같은 내 삶에 파도를 일렁이게 만들었다. 좋아하는 마음은 숨겨야 하는 마음이 아니다. 철없거나 우스운 게 아닌 솔직하고 새로운 마음이다.
나의 새로운 덕질 이후로 내 세상에도 변화들이 찾아왔다. 키득거리며 나눌 우정은 없지만, 사랑을 줄 수 있는 마음과 조금 더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고, 내가 받은 위로들을 나누고 싶은 목표도 생겼다.
누군가는 연예인의 세상은 다른 세상이라고 하기도 하고, 제일 쓸데없는 걱정이 연예인 걱정이라고도 하지만, 내 연예인을 향한 그 새로운 마음은 인생에 있어서 충분히 기분 좋고, 에너지를 일으켜줄 힘을 가질 수 있게 해준다고 믿는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별을 찾는 여유와 낭만과 같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