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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섬 Nov 20. 2023

24시간, 365일 똑같이 주어졌는데...

다 함께! 잽싸게!  앞으로 앞으로... 

이번 주 '이번엔 된다!' 칼럼은 로맨틱 코미디에서 사랑하는 남녀 주인공(BL 장르, 동성간의 연애를 다루는 작품들도 있지만, 나는 지금 남녀의 사랑을 다루고 있으므로...)의 갈등 상황을 어떻게 골을 깊게 팔 수 있을지에 대한 내용을 함께 공유해보려 했다. 그동안 우리를 설레게 해왔던 로맨틱 코미디들은 중간에 어떻게 시청자들에게 고구마 백 박스를 먹이며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지 말이다. 그러나... 

지난 금요일 이후 나의 심경은... 칼바람 부는, 광활한 만주 벌판에 홀로 남겨진 개장수와도 같다. 심지어 개도 잃어버린 개장수 말이다. 



그제는 영화 드라마 업계 분들 몇 명 모임 있어서 참석했다. 

새벽 세 시에 집에 들어왔는데 다음 날 늦잠을 잘 수가 없었다. 7시 반에 깨서 홍차 마시고 계속 몸을 움직였다. 불안해서... 

누가 무능력해, 누가 못해, 누가 경력 없어. 이거 가리는 게 문제가 아니라 지금 이 와중에도 '되는 길'을 찾아야 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시간이 없다. 

넷플릭스가 온통 장악해버린 OTT 시장은 빨리 빨리를 요구한다. 영화관에 몸이 묶여 2시간 안팎을 화면에 집중하는 사람들의 비중은 폭삭 가라앉았다. 따뜻한 방에서 노트북을 켜고 이것 저것 뒤적뒤적하다가 맘에 안 들면 바로 딴 영화나 드라마로 돌려버린다. 그래도 돈 더 드는 게 아니니까. 사랑 이야기도 그냥 예전처럼 '착한' 사랑이야기는 이제 시시하다. 다들 초능력을 가지거나 이세계에서 날아와서 쇼킹한 사랑을 해야 직성들이 풀린다. 트렌드가 너무나 빠르게 바뀌는 것이다. 

나만 해도 작년에 이혼 전문 여자 변호사 세 명의 이야기를 쓰다가 '신성한, 이혼' 촬영 들어갔다고 해서 한 번 기획안을 뒤집었었다. 나만 이혼 이야기 쓰는 것 아니고 다들 나랑 같은 아이템으로 드라마라는 트렉을 빠르게 돌고 있다. 

바로 팀웍을 짜서 앞으로 쭉쭉 나아가야 한다. 나는 점쟁이가 아니다. 모두의 입맛에 다 맞는 글을 써낼 수가 없다. 드라마는 어느 한 사람의 상상력과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는 것은 소설과 같지만, 작업은 팀이 해냐 한다. 게다가 대본은 '대화'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탁구 치듯이 수많은 양방향 대화가 쌓여야 한다.


(대작가님께 정말 정말 죄송하지만) 아니 에르노의 사랑의 이야기는 노벨상을 받았다. 그럼 나의 사랑 이야기는 어떻게 작품으로 만들어야 노벨상까지는 아니어도 '팔리는 글'이 될까 고민을 해본다. 아니 에르노한테나 나한테나 똑같이 24시간, 1년 365일 주어졌다. 물론 아니 언니께서 나보다 훨씬 더 오래 사셨지만, 지금 내 나이 때에도 분명 똑같이 좌충우돌 하고 계셨었음이 분명하다. 열정적인 아니 언니... 너도 나도 같은 쪽팔릴 상황(책을 읽어보면 정말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높은 수위의 사랑이야기, 끊임없는 기다림의 이야기가 줄줄이 이어진다. 말이 좋아 열정이지 너무나 솔직하게 써내려간 자기가 부린 사랑의 주책 모음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에서 아니 에르노는 어떻게 계속 기록을 이어갔을까. 

여기에서 <단순한 열정>을 쓴 아니 에르노의 이야기를 불쑥 꺼내는 이유는 지금 쓰고 있는 드라마를 처음부터 끝까지 '소설'의 형식으로 촘촘히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에서다. 이 이야기의 고유한 스토리인 IP를 내가 단단하게 가지고 있으려면 시간을 쪼개어서라도 소설로 만들고, 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한 번 정리해놓고 나면 대본 쓰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요즘 드라마들이 모두 웹툰이나 웹소설을 원작으로 각색해서 만드는 이유도 바로 이 '고유한 스토리'가 먼저 대중에게 검증을 받았기 때문에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어서다. 

그런 면에서 오로지 내 오리지널 이야기만을 가지고 이런 저런 고민을 하면서 계속 기획안을 기다리는 우리 팀은 얼마나 불안할지... 좀 전에도 감독님께 전화가 왔다. 우리 모두 같은 마음인 듯하다. 계속 진도가 안 나가니 솔직한 심정은 '돌아버리'겠다신다. 충분히 이해가 간다. 나도 돌겠으니까...

정답은 파일 열고 다시, 계속 쓰는 것 밖에는 없다.  


깃발 들고! 다시 회의 요청하고! 이야기 함께 만들고! 일이 되게 만들어야겠다!

사실 이렇게 화이팅을 외치고는 있지만, 오늘 아침은 왜 이리 축축 쳐지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다시 힘을 내서 한 발자국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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