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출산 장려 에세이
아이들을 데리고 외출하면 가끔 오래 눈길을 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애가 셋이냐고 꼭 묻는다. 그렇다고 답하면 다들 "애국자시네요." 한다. 그다음에는 셋 키우느라 고생하셨다느니 딸 셋이라 좀 낫겠다느니 하는 말이 더 나온다. 얼마 전에는 딸 셋 키우면 집 분위기가 어떠냐는 질문을 받았다. 혹시 딸이라 얌전하다는 말을 기대했던 걸까?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잠시 고민하는데 적절한 비유가 떠올랐다. 엄마들은 알 거다. 평소 선비 같던 아이도 친구가 놀러 오면 조금씩 흥분하고 오버도 한다는 걸. 나는 매일 친구가 놀러 온 것처럼 흥분상태인 세 딸과 살고 있다고 말한다. 좀 더 짧게 표현하자면 '매우' 요란하다.
요란한 우리 집은 내 계획에 전혀 없던 일이었다. 쌍둥이 임신을 확인하고 기절할 뻔했고, 막내 임신을 확인하고는 초풍 했다. 막내 출산 이후의 험난한 육아과정은 다음 기회에 풀어보기로 하고, 오늘은 밝은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손이 발이 되도록 수발들던 무수리 신세 작별을 고할 때가 왔다. 막내가 초등 2학년 후반이 되니 애들 셋이 알아서 앞가림을 한다. 감격에 겨워 다자녀 가정에도 장점이 있음을 널리 알리고자 한다.
셋이 잘 논다. 둘만 돼도 잘 놀지만 셋이 놀면 놀이가 더욱 풍성해진다. '꼬마야 꼬마야'나 '얼음땡' 같은 놀이도 할 수 있고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도 가능하다. 집에서 하는 역할 놀이도 수준이 높아진다. 머리 셋을 맞대고 역할을 정하고 대사를 하다 보면 부족했던 부분이 보완되고 오류도 줄어든다. 디테일한 부분까지 기억해서 바로잡아주는 역할놀이 친구들이 있어 얄짤없다. 특히 요즘은 프로젝트처럼 셋이 기획하고 연기하고 촬영하고 편집까지 하는 '공연'놀이를 하는데 제법 볼만하다. (뮤지컬 '영웅' 누가 죄인인가 노래를 백 번쯤 들었다.)
심부름을 곧잘 한다. 일단 손이 여섯 개라 분리수거에 특화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종이류, 플라스틱, 캔, 비닐류, 스티로폼, 종량제 봉투 등 모든 품목을 애셋이 들고나갈 수 있다. "분리수거할래?" 하고 물으면 막내는 200원 달라고 하면서 언니들을 끌고 신나서 달려 나간다. 양심상 아이스크림 하나씩은 사준다. 또 멸치 똥 따기, 땅콩 껍데기 까기, 만두 빚기 등 손이 많이 가는 집안일에 큰 도움이 된다. 농경시대 자손을 불린 이유를 새삼 깨닫는다.
잘 먹는다. 쌍둥이는 워낙 작게 태어나 따라잡기를 하느라 좀 고생을 했다. 소화기관이 약해서 쉽게 분수토를 해 애를 태웠다. 그러다 두 돌이 지나면서 밥을 잘 먹기 시작했는데, 어찌나 맛있게 먹는지 보는 사람도 입맛이 돌 정도다. 막내는 입이 짧았다. 편식도 심했다. 하지만 언니들이 식탁에 오르면 그릇에 담긴 음식이 무섭게 사라진다는 것을 알고 난 후 몰라보게 속도가 붙었다. 편식도 줄었다. 우리 집 식사시간은 점심 12시, 저녁 6시 칼같이 지키는데 5분만 늦어져도 아이들은 식탁에 올라와 밥을 기다린다. 저녁 준비하는 동안 맛있는 냄새라도 나면 더 일찍 올라와서 숟가락을 세워 들고 시위라도 하듯 앉아있다. 등이 따가워 신들린 듯 요리를 했더니 요리 실력이 날로 늘어 미슐랭 3 스타가 멀지 않았다.
말을 정말 잘한다. 입 터지자마자 시작되는 말싸움은 아이들을 끊임없이 단련시킨다.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한 논리적인 말하기는 말할 것도 없고, 비아냥 거리기, 깐죽대기, 팩트 폭격하기, 흑역사 되새기기, 발작 버튼 누르기 등 온갖 기술을 알아서 습득한다. 이 놀라운 습득력을 보면 언어이해지능이 150은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구경만으로 매우 재미있지만 가끔은 옆에서 듣기 무서울 정도라 중재를 하기도 한다.
자기 주도가 빠르다. 아이들은 서로를 보며 배운다. 한 명이 뭔가를 시작하면 나머지는 그 아이를 보고 배운다. 책 좋아하는 언니들을 보고 막내는 울며 겨자 먹기로 책을 본다. 공부욕심이 있는 둘째 덕분에 첫째도 울면서 숙제를 미리미리 끝낸다. 막내는 언니들보다 훨씬 일찍 홀로 서기를 했다. 학교, 학원을 스스로 챙겨 다닌다. 아이들이 알아서 등교하고 준비물이 필요하면 내게 말한다. 미리 말하지 않아 준비하지 못한 준비물에 대해서 원망도 하지 않는다. (이제 아침도 알아서 먹고 갔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부자가 된 거다. 밤에 아이들을 재우고 나면 한없이 행복해진다. 저기 누워있는 애들이 다 내 새끼라니! 자식이 여럿이라는 게 얼마나 감격스러운지 세상 아무것도 부럽지 않다. 이대로 건강히 자라서 사회의 한 구성원이 되고 스스로의 인생을 잘 꾸려나갔으면 좋겠다. 돈 많이 벌어서 용돈 많이 줬으면 좋겠다.
엄마 진짜로 부자 한 번 되어보자 얘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