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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녀의 단점

머니가 문제다

by 주원 Feb 0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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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은 밤에 잘 때가 제일 예쁘다. 출산 전에는 몰랐다. 아기는 마냥 예쁘고, 나는 숭고한 희생으로 아이를 키울 수 있을 줄 알았으니까. 하루 종일 우는 애 달래고, 먹이고 씻기고 실랑이하다 아기를 재우고 나면 반쯤 나갔던 정신이 돌아온다. 그럼 '어머나. 여기 우리 예쁜 아기가 자고 있네?' 생각한다. 자고 일어나면 어김없이 하루종일 울어재끼는 애가 되어도, 밤만 되면 다시 "어머. 우리 예쁜 둥이!"를 외쳤다. 그렇게 기억력의  상실과 회복을 반복하다 막내가 태어났다.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다.  


   하나여도 힘든 육아, 셋이어서 더 힘들었던 육아. 오늘은 셋 키우기 힘든 점을 얘기해보려고 한다.


 다자녀를 키우며 가장 힘든 점은 뭐니 뭐니 해도 돈이다. 요즘은 식구가 늘면 숟가락 하나 더 놓는다고 되는 시대가 아니다. 움직이면 돈이고 숨만 쉬어도 돈이다. 생활비가 무섭다. 식비, 의료비, 교육비의 비중이 가장 크고 하다 못해 온수 한 번 정수기 한 번이라도 더 쓰니 관리비도 더 든다. 아이 셋 카시트 설치를 위해 대형 SUV 차 산 것을 시작으로 지갑 열리는 속도와 규모가 엄청나게 불어났다. 주말에 외식, 카페, 쇼핑 한 번 가려면 눈앞에 계산기가 절로 뜬다.


 두 번째로 힘든 점은 감정 소모가 엄청나다는 거다. 나는 매우 예민한 '감정'의 소유자고 하필 우리 남편은 매트리스를 천장까지 깔아놓아도 밑바닥에 완두콩 한 알이 있으면 잠을 못 자는 예민한 '감각'의 소유자다.  예민한 '감정'과 '감각'의 콜라보라니 우리 둘 사이에 나온 아이들이니 뻔했다. 젖먹이 시절, 애들 낮잠 재우고 반찬 뚜껑 한 번 열었다가 잠이 깨 대로하셔서 오후 내내 석고대죄를 해야 했다. 질투는 또 왜 이렇게 심한지!  왜 쟤만 한 번 더 안아줬느냐는 질책에 나는 '자식 공평하게 사랑하는 법'이라는 주제의 박사급 논문을 여섯 살 짜리도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야 했다. 잠든 사자의 코털 하나 건들까 발발 떨며 지내온 지난 날이여!


  아무리 노력해도 엄마 혼자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많다. 단골 레퍼토리 중 하나가 '신이 간에게 두 팔을 주신 이유는 양손에 애 손 하나씩, 둘만 낳으라는 뜻이다.'라는 말이다. 엄마 양팔에 안겨자는 언니들을 보고 노여움에 까무러치는 막내를 배에 올려 재우기를 몇 년, 나는 기도했다. '신이시여 저를 가엾이 여기셔  하나 더 주시던가 아니면 도움이 안 되는 남편 놈 팔을 하나 떼주십시오.'


 그뿐만이 아니다. 학교 행사는 왜 매번 겹치는지 입학식, 졸업식, 참관수업, 학부모 상담 뭐든 안 겹치는 날이 없다. 학원 라이딩은 또 어떻고.  학원 수업 일정을 맞추려면 연예인 매니저처럼 움직이며 차에서 숙식을 해결하기도 한다.


 그리고 여행이 힘들다. 우리나라 숙소는 보통 4인 기준이고 특히 호텔은 5인 숙박 자체가 어렵다. 아이들 어렸을 때 초록창에 5인가능 호텔을 검색했는데 나오길래 신나서 클릭했더니 뒤에 0이 하 더 붙은 스위트룸이었다. 호텔은 언감생심,  가끔 프로모션으로 나오는 호캉스 패키지 같은 것은 꿈도 못 꾼다. 리조트나 펜션 등을 공략해야 하고  무조건 비용은 더 든다.


 바람 잘 날이 없다. 사고를 치던가 싸우던가 울던가 하루도 그냥 지나가는 날이 없다. 그나마 쌍둥이는 위험회피형 소심한 아이들이라 큰 사고는 없었다. 막내는 달랐다. 얘는 타고나길 자극추구형에  모험심이 강했다. 언니들이 호기심은 있으나 용기가 없어 실행하지 못한 일들을 막내는 주저 없이 해냈다.


"이거 누가 그랬어?" 하는 엄마의 호령에 막내는 맑고 고운 표정을 지었고 쌍둥이는 한두 걸음 뒤로 물러나 막내의 단독범행임을 강조했다.


 의견합일이 어렵다. 여행지를 고른다던가 식사 메뉴를 결정한다던가 TV 채널 하나를 골라도 피바람이 분다. 셋의 의견이 모두 같은 날은 365일 중에 5일 정도라고 보면 된다. 현대 사회에서 장려되는 민주주의적인 방식은 에만 있다. 우리 집에서는


"이거라도 먹을 거야? 굶을 거야?"

"여행 갈 거야? 5일 동안 혼자 있을 거야?"

"이거 볼 거야? 귀 막고 벽 보고 있을 거야?" 같은 양자택일이라기보다는 반 협박 같은 말을 듣고 살아야 한다.


 종합병원 단골이 된다. 애들 아프면서 큰다지만  우리 집 애들은 참 병원도 골고루 드나든다. 감기나 비염, 소화불량 같은 증상을 위한 동네 소아과, 이비인후과, 내과, 정형외과 진료는 말할 것도 없다. 애셋 교정치과, 척추측만증 치료를 위한 대학병원 재활의학과, 간헐성 외사시와 시신경 유두부종 추적을 위한 대학병원 안과, 그리고 성조숙증과 성장치료를 위한 성장클리닉까지. 매년 진료 과목이 다양해지는 느낌이랄까? 병원 진료비 세부내역서를 들여보니 결론은 또 돈이다.


 이런 걸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끝도 없이 쓸 수 있을 것만 같아 이만 쓰려고 한다.  한마디만 하겠다.


정부는 다자녀 가정에 매주 로또 한 장씩 지급하라!



* 다른 다자녀 가정은 우리 집과 전혀 다를 수 있으니 읽을 때 주의를 요함. 이 브런치북이 <정상가족>이라는 것을 유념하기 바람.





사진 출처: 모두 픽사베이사진 출처: 모두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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