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또 잠을 못 잤다. 매번 이유가 다른데 오늘은 더위였다. 온습도에 민감한 남편이 너무 썰렁하다며 자기 전에 거실과 안방 보일러를 높였다. 아직 훈기가 돌지 않아 두꺼운 이불을 덮고 잠든 게 화근이었다. 출산 이후에 밤에 자려고 누우면 유독 어깨에 찬 바람이 불었다. 혹시나 바람이 들어올까 싶어 목까지 올려 덮은 이불을 어깨와 팔로 누르고 잠을 청했다. 누에고치처럼 쌓여 안정감을 느끼며 잠이 들었던 것 같다. 너무 꽁꽁 싸맸던 건지 이불 안에 열기가 쌓이자 땀 흘리며 깼다. 이불을 휙 걷어냈지만 방도 거실도 훈훈하니 몸의 열기가 빠지지 않았다. 거실 바닥에 누워 체온을 식혀보려 애쓰는 동안 잠이 홀딱 달아나 버렸다.
'오늘도 글렀구나!'
잊을만하면 나를 괴롭히는 불면증이 야속했다. 다행인 건 내일은 주말이라 늦잠을 잘 수 있다는 거다. 또 주말아침에도 일찍 일어나 밥 달라고 엄마를 깨우는 아이들에게 줄 아침거리도 있었다. 지난밤에 남편과 야식으로 회를 시켜 먹으면서 아이들이 아침에 초밥을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회와 초밥알을 덜어 남겨두었던 것이다. 아침 걱정을 덜고 새벽 6시쯤 다시 잠이 든 것 같다. 7시쯤 까지 아주 달게 잤다.
8시쯤 되니 역시나 아이들이 깨우러 왔다. 냉장고에 회와 초밥알이 있으니 초밥을 만들어먹으라고 일렀다. 아이들은 신나서 냉장고를 뒤지러 갔다.
10초 뒤
"엄마. 이 그릇에 있는 거 먹으면 돼요?"
"아니. 그거 말고 초록색 그릇에 회 있어."
10초 뒤
"엄마 초밥 몇 개씩 먹어야 해요?"
"한 사람당 최소 6개씩은 먹어야 해."
10초 뒤
"엄마 그런데 이거 생선 이름이 뭐예요?"
"숭어랑 광어야."
10초 뒤
"엄마!"
(아오 씨)
"아 그만 좀 불러 그냥 일어난다 일어나!"
주말 한 끼 정도는 굶으면 안 되나? 기어코 엄마를 일으켜 밥을 얻어먹고야 마는 아이들을 보며 헛웃음이 나왔다. 우리 조상님들은 어쩜 그렇게 말도 잘 지어내셨을까? 애 키우면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아이고. 앓느니 죽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