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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nny Jun 11. 2020

1일 3깡만 하지 말고 1일 3쪽도 함께 하면 어떨까?

7days 7books, 7days 7covers의 마지막 날을 보내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책 읽기를 권장하는 사회인가? 요즘 유행하는 '1일 3깡'을 보면 그렇지만은 않은 듯하다. 초고속 인터넷과 SNS는 우리를 유혹한다. 더 짧고 간결한 문장, 보다 강렬하고 자극적인 영상을 보여주며 '나를 보라'라고 속삭인다. 하지만 아직 희망은 있다. 누군가 SNS를 통해 시작한 7days 7books, 7days 7covers 같은 [7days book challenge]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대학 교수인 선배의 지명으로 [7days 7books challenge]를 했었다. 1일 1권을 읽고 그 책을 소개하면서 자기만의 짧은 이야기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물론 매일 한 명씩 새로운 릴레이 주자에게 배턴을 넘겨주면서. 일주일간 매일 독서와 사유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나의 이야기도 글로 써 보았다. 덕분에 코로나-19로 인한 '방콕'의 시간을 내적 성장과 내면 관조의 기회로 삼게 되었다. 챌린지에 참여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새로운 주자를 선정하는 일이었다. 상대방이 책 읽기를 좋아할지, 책을 읽고 소감을 쓸 수 있을만한 물리적 시간의 여유가 있는지, SNS에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것을 싫어하지는 않는지... 이런 고심 끝에 7명을 선정해서 메시지를 보냈다. 그중에서 한 명은 시간이 없다고 했고, 다른 한 명은 이미 챌린저로 지명을 받았다고 했고, 또 다른 두 명은 시작하는 시점을 조정해 주면 참여할 수 있다고 했다. 결국 최종 승낙을 받은 7명에게 매일 배턴을 넘겼다. 하지만 7명 중 2명만 7일 차까지 릴레이에 참여했고, 1명은 1일 차, 나머지 5명은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개인별 여러 가지 사정이 있었겠지만 쉽지 않은 독서 권장 릴레이였다.


일주일 전, 시골 교회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형에게 전화가 왔다. 70대 권사님의 지명으로 7days 7books 릴레이를 하는 중인데 며칠 전에 나를 지명했다고 했다. 형의 SNS에 들어가 보았다. 7days 7books라고 써져 있었지만 영문으로 설명한 내용을 읽어보니 [7days 7covers challenge]였다. 책에 대한 서평이나 독서 소감 없이 매일 한 권씩 책 표지만 소개하고 릴레이 주자를 한 명씩 지명하는 것이다. 7days 7books에 비하면 훨씬 부담이 적은 챌린지였다. 지난 3월에 사전 협의해서 선정했던 릴레이 주자들이 완주하지 못했던 기억이 났다. 이번에는 친구와 선후배 중 SNS로 소통하는 사람 들 중에서 7명을 뽑았다. 그들에게 사전 연락 없이 지명을 하고 챌린지를 마쳤다. 언젠가는 [7days 7covers challenge]의 릴레이 주자로 자신이 지명되었었다는 것을 알게 되길 바라면서. 또 그들이 하루씩이라도 책 읽기 운동에 동참해 주길 바라면서.


요즘 젊은 친구들은 '오늘 몇깡했어요?"가 인사라고 한다. 그만큼 '깡'이 대세다. '1일 1깡'은 공존 작가님이 쓴 "바깥양반이 1일 1깡을 시작하셨습니다만"이란 글을 읽었을 때 처음 접했다. 그 글을 읽으면서 공존 작가님이 소개한 유튜브 동영상을 봤지만 별 느낌이 없었다. 그날 저녁, 어린이집 교사인 딸에게 물어봤다. "1일 3깡이 뭐냐?" 1일 3깡은 아침 먹고 깡, 점심 먹고 깡, 저녁 먹고 깡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깡은 영상을 보는 게 아니라 댓글을 읽는 거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또 1일 3깡으로 산후 우울증이 치료되었다는 젊은 엄마의 소식도 들었다. 딸내미가 퇴근 후 깡을 하면서 배꼽을 잡고 웃는 모습도 보았다. 깡이 젊은이들의 코로나 블루 극복에 일조하고 있었다. 댓글로 자기 의사를 표시하고 감정을 공유하며 소통하는 시대, 1일 3깡만 하지 말고 [1일 3쪽]도 함께 하면 어떨까?


* 1일 3쪽 : 아침 먹고 1쪽, 점심 먹고 1쪽, 저녁 먹고 1쪽, 하루 3쪽 책 읽기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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