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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nny Apr 18. 2020

관여정책이란 무엇인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한 최대 압박과 "관여"정책을 이해하려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한 외교정책은 "최대 압박과 관여" 정책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단어인 "관여"에 대하여 알아야 한다. 관여란 무엇인가? 관여에는 어떤 유형이 있는가? 관여와 유사하거나 혼동스러운 용어는 어떤 것이 있는가? 이러한 개념이 이해되면 미국의 대북정책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를 예측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먼저 관여의 개념과 유형을 살펴보자.


1. 관여 정책의 개념과 유형

관여정책에 관한 국제정치 이론적 접근은 전재성의 논문(관여정책의 국제정치이론적 기반과 한국의 대북정책,『국제정치 논총』제43집 1호, 2003)과, 레즈닉(Evan Resnick)의 논문(Defining Engagement, Journal of International Affairs, 54-2, 2001)을 기반으로 하였으며, 작가의 박사학위 논문인 "미국의 세계주의 군사개입과 관여정책 연구"를 통하여 학문적 정의를 정립하였다. 관여(engagement)의 개념에 대한 학자들의 견해는 다양하다. 관여를 학술적으로 개념화시킨다면 유화(appeasement)와 동의어라고 할 수 있다는 학자들이 있다. 또한 강한 국가가 약한 국가에 대하여 비강제적이고 비징벌적인(non-coercive and non-punitive) 수단을 사용할 경우를 관여라고 할 수 있고, 이와 반대로 약한 국가가 강한 국가에 대하여 동일한 수단을 사용할 경우는 유화라고 할 수 있다는 학자도 있다.


다른 부류는 관여의 개념을 너무 광범위하게 정의하는 학자들이다. 세력이 점차 강해져서 현상을 변경시키려는 국가를 달래기 위해서 비강제적인 수단을 사용하는 것을 관여로 간주하는 견해가 있고, 목적 달성을 위해서 적극적인 유인책을 사용하는 외교정책 전략을 관여라고 정의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관여를 적극적 제재로 정의하는 학자도 있다. 또한 관여의 목적에 관한 견해도 여러 가지가 있다. 관여정책은 단순한 긴장의 완화나 전쟁의 예방이 아니며, 자국의 현재 상태에 만족하지 못하는 국가에게 현재의 국제 질서를 받아들이도록 사회화시키는 것이라는 학자들도 있다. 또한 무역이나 금융 관계를 강화하여 대상 국가를 국제질서에 편입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경제적 관점에서 관여의 목적을 찾는 학자들도 있다.


이러한 논의를 종합해 보면, 관여란 외교·군사·경제·문화와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상대 국가와의 교류를 증진시켜서 그 국가의 정치행위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정책으로 정의할 수 있다. 관여 국가가 상대 국가와의 상호 의존도를 증진시킴으로써 다양한 영역에서 상호 협력을 강화하고 관계의 정상화를 추구하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관여의 유형은 외교·군사·경제·문화 영역에서 다음과 같은 형태로 구분할 수 있다. 외교 영역에서는 외교관계를 정상화시키는 것, 대상 국가를 국제기구와 레짐의 회원국으로 승격시키는 것, 정상회담 개최 또는 고위 관료의 방문 등이다. 군사 영역에서는 군 고위계층의 상호 방문, 무기의 이전, 군사지원 및 군사협력의 제공, 군사교류 및 훈련 참가, 신뢰구축 및 안보구축 수단, 정보의 공유 등이다. 경제 영역에서는 교류 협정 및 교류 증진, 차관 및 양도 형태의 해외 경제 지원, 그리고 인도주의적 지원 등이다. 마지막으로 문화 영역에서는 문화 협정, 여행 개시 및 관광, 스포츠·예술·학술 교류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러한 각 영역에서의 관여는 직접적으로 대상 국가의 행동을 제한하거나, 대상 국가의 국내 정치적 균형이나 내부 정세에 영향을 미쳐서 대상 국가의 행동 변화를 유도한다. 그리고 대상 국가의 국민들에게 영향을 미쳐서 정권의 변화를 유도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함으로써 보다 구체적으로 작동하게 된다. 이와 같은 관여가 사용되는 경우는 다음과 같은 3가지의 경우이다. 첫째, 관여 대상 국가와 주체 국가 간의 교류 협력의 수준이 낮아서 지속적으로 관계를 증진할 필요가 있는 경우, 둘째, 대상 국가의 외교적인 요청이나 경제적인 요청이 긴박하여 대상 국가가 주체 국가의 원조 약속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는 경우, 그리고 셋째는 대상 국가가 고립을 추구하지도 자급자족을 하지도 않고 외부의 원조를 요구하는 경우이다.


관여정책은 현상 유지를 추구하는 세력이 현상 변경을 선호하는 국가들과 제한된 교류·협력을 추진하면서 대상 국가의 정치적 행위를 변화시키려는 정책이다. 이 과정은 장기간에 걸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며, 상호 간의 접촉 범위와 그 수준도 매우 다양하다. 또한 상호 간의 접촉과 협력도 매우 어렵고, 그 정책의 효과도 장기적으로 판단해야만 한다. 미국은 냉전의 승리 이후, 미국 주도의 현상이 유지되고 강화되기를 선호했기 때문에 현상 변경 국가들에 대하여 관여하려고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다.


 2. 관여정책과 유사한 개념의 정리

1) 관여정책과 봉쇄유화고립정책의 비교

봉쇄정책은 대상 국가가 지정학적으로 팽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으로써, 대상 국가가 영토적인 확장이나 지정학적인 영향력을 확장하려고 할 경우에 이를 적극적으로 방지하는 정책이다. 그러나 봉쇄정책을 추진하는 주체 국가는 봉쇄를 하면서도 동시적으로 대상 국가의 다양한 영역에서의 지속적인 접촉과 교류를 도모할 수 있다. 따라서 봉쇄와 관여는 양립 가능한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유화정책은 긍정적 제재의 한 가지 방법으로 대상 국가에게 영토나 지정학적 영향력을 양도하여 대상국의 행동을 변화시키려는 정책이다. 유화정책은 지속적 교류 협력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단발성으로 종료될 경우도 있다. 또한 유화정책은 대상국과 주체국간의 군사·정치·외교·경제적 세력균형의 변화를 초래하며, 주체국은 이를 예상하면서 유화정책을 사용하게 된다. 따라서 봉쇄정책과 유화정책 간에는 영토나 지정학적 영향력의 확장과 방지를 둘러싼 상호 모순이 존재하기 때문에 봉쇄정책과 유화정책을 동시에 추진할 수는 없다.


따라서 관여정책의 반대는 봉쇄정책이 아니라 관여의 철회, 즉 고립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주체 국가가 대상 국가에 대하여 고립을 추구하면서 유화정책을 병행하여 추진하는 경우도 있다. 유화정책에서는 일회적이고 단속적인 측면에서의 양도를 허용하므로, 대상 국가가 스스로 고립되기를 원하더라도 급격한 양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봉쇄정책의 반대는 관여정책이 아닌 유화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봉쇄를 지속하면서 관여정책을 추진할 수도 있는 것이다.  

   

2) 군사개입과 군사분야 관여의 비교

군사개입과 군사분야 관여를 비교하기 전에 먼저 개입과 관여의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 개입과 관여의 근본적인 개념의 차이는 일방적인가 상호적인가의 여부에 있다. 개입(intervention)을 상대국가에 대해 일방적으로 간섭하는 행위(unilaterally intervene)라고 한다면, 관여(engagement)는 상대국가와 상호 간 관계를 하는(bilaterally engage) 행위이다. 그렇다면 개입의 유형 중에서 군사력을 사용하는 군사개입과 관여의 유형 중에서 군사분야 관여를 개념적으로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가? 군사개입은 병력과 화력 등의 군사력을 직·간접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군사력을 투사하는 개념이고, 군사분야 관여는 군사 영역에서 상호 의존성을 강화하기 위한 상호 교류와 협력을 촉진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 이 글은 해병대전략연구소에서 발간하는 [전략 논단] 제27호(2018)에 게재된 "트럼프의 대북 최대 압박과 관여정책 그리고 한국의 안보"에서 부분 발췌하였으며, www.rims.kr에서 검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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