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언어의 규칙과 사고의 틀을 무시로 넘나들 뿐 더러 존재와 비존재의 의미마저도 구분 짓지 않으며 글을 쓰는 사람들. 우리는 이들을 시인이라 부른다.
나에게는 저명한 역사적 철학자, 미지의 탐험가에 버금가는 그러한 존경의 대상이다.
그 벽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의 그 어떤 것이라는 생각이 우선 앞서기에 시인을 대하는 마음에는 언제나 존경심, 부러움 또는 경외함 들이 압도한다. 그들이 쓰는 글은 또 어떠한가. 시는...... 어렵다. 어려워도 너무 어렵다.
가끔 동네 근처의 아벨 서점 (헌책방집)에 간다. 클래식이 잔잔히 흐르는 공간에서 오래된 책 냄새를 마음껏 즐길 수 있고, 운 좋으면 평소 구하기 힘든 고전이나 원서들을 발견하는 행운도 따라오니 책 좋아라 하는 나에게는 남몰래 살짝 숨겨놓은 다락방 또는 아지트 같은 그런 장소다.
수십 년 전 학창 시절부터 다녔던 이 서점은 켜켜이 쌓인 책 먼지처럼 그 역사가 말해주듯, 서점 그 자체가 하나의 문화유산이라 말할 정도로 유서 깊은 곳이다.
서점을 운영하셨던 사장님은 이제 은퇴를 하셨고, 사모님께서 운영을 하시는데,
어느 날인가 저에게 이런 말씀을 하신다.
사모님 : "김 선생은 주로 어떤 글을 쓰시나요?"
김작가 : "수필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으나, 그저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조금씩 쓰고 있습니다."
사모님 : "시 한번 써봐요."
김작가 : "어이구, 시는 너무 어려워서 감히 제가... 엄두도 못 내고 있답니다."
사모님 : "시가 얼마나 좋은데요. 처음 접하기가 어렵지만 하다 보면 너무 좋답니다."
김작가 : "시는 어떤 생각으로, 어떻게 써야 하나요?"
사모님 : "흠... 시가 다가옵디다. 나에게로"
김작가 : "헙...(어떻게 이런 멋지고 힙한 말씀을)"
사모님 : " 어느 날인가, 시가 다가오더라고요. 성큼성큼 나에게로, 나는 그저 내 심장과 손을 거쳐 써내려 갈
뿐. 그때 그냥 쓰면 되는 겁니다"
김작가 : "... 존경합니다. 사모님"
그렇다. 시인은 존경받아야 마땅하다.
풍부한 시적 감수성을 장착하고 우주 삼라만상을 언어 이상의 언어로 표현해낼 정도의 내공이 쌓여야
시가 그렇게 시인에게 성큼성큼 다가온다고 표현을 할 수 있겠으니 말이다.
홍인혜 시인의 [고르고 고른 말]이라는 책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시가 쏟아지던 밤...(중략)"
하... 이건 또 무슨 엄청난 표현이란 말인가.
시가 성큼성큼 다가오고, 밤하늘의 별처럼 쏟아진다니,
그런 순간이 왔을 때, 시인의 느낌과 기분은 어떠할까?
시인들의 감성과 시선은 분명 보이지 않는 저 너머의 세상에서 오는 것이겠고,
시인 개개인의 유니크한 개성과 삶에 대한 경험, 통찰을 버무려서 그 언어들이 분해되고 조합되거나 생성되어 이 세상에 나오는 것이 "시" 이리라.
안도현 시인은 이런 말씀을 하신다. 시를 쓰려면,
1. 술을 마셔라. 2. 연애를 해라. 3. 시한 줄 쓰기 전에 백 줄을 읽어라.라고 조언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