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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미 Jun 26. 2024

정사원이 뭐길래

외국계 기업이 이런 건가요?

여행업계를 떠난 후 우연찮게 외국계 (한국계) 기업에 통번역 전문 사원으로 전직하다.


한국인이 일본에서의 구직활동은 주로 구글링 검색으로 구직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은 한국이나 다를 바가 없다. 일본에서 대학을 막 졸업한 신입 채용으로 입사하거나 (일본에서는 주로 新卒라고 함) , IT 전문직으로 한국에서 직접 채용되어 오거나, 한국 본사 주재원으로 파견을 나오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현지에서 구직사이트나 인재 파견회사에 등록하여 구직활동을 한다.

특히 동아시아계 한국인이 경력으로 일본계 기업에 입사하기란 전문직이나 기술자가 아닌 이상 취업의 문은 바늘구멍과 같다. 일본의 조직문화를 이해하고 자잘한 뉘앙스까지 말귀를 잘 알아들을 수 있는 네이티브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인문계 출신 일본어 전공자 한국인이 진로를 신중하게 결정하기에 앞서 당장 코앞에 생계인 입에 풀칠해야 하는 현실을 마주해야 한다.  도쿄의 집세는 원룸이라도 최소 월 8만 엔 이상이다. 그나마 물가는 안정적이기 때문에 저렴한 슈퍼마켓에서 시장을 보면 먹고는 살 수 있다.


여행사에 입사한 것과 같이 통번역 전문 인재 파견회사에 등록하였고 한국계 기업에서 통번역 전문 파견사원을 채용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파견사원이라도 통번역 전문 사원으로 일하면서 통번역에 대한 스킬을 쌓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파견이라는 신분은 3개월에 한 번씩 계약을 갱신해야만 했고, 안 그래도 불안장애를 가지고 있는 나는 갱신 시기만 오면 불안이 극도에 달하게 되었다. 내 일을 책임지고 잘하고 있는데 나보다 일본어도 못하는 저들이 나를 평가한다는 것에 비꼬인 생각도 했었다. 정사원들만의 정사원적인 행동과 여유, 나도 정사원이 되고 싶었다. 정사원이 되기로 마음먹고 또다시 직장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일본에서는 한국계가 외국계 회사가 된다. 외국계에서 근무한다고 하면 어딘지 폼나고 대우도 좋을 것 같고 엘리트 집단에 소속된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현실은 일본 내에 한일 구사자가 너무 많고, 심지어 주재원도 일본어를 능통하게 구사하는 사람도 있다. 비슷한 처지 (한일어 구사 능력으로 취직하려는 사람들)의 사람들이 많아 경쟁자도 많지만 어쩔 수 없이 위에서 말한 대로 한국인은 한국계로 흘러가게 된다.



한국계 기업이 일본에 진출한 회사는 대기업의 일본법인/ 일본지사/ 일본 연락 사무실 등의 규모 형태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규모가 작은 일본지사 혹은 도쿄지사로 운영하는 회사는 관리파트나 HR업무를 여직원혼자 담당자가 되는 회사도 있다. 타이밍 좋게 전직하여 꿈에 그리던 정사원이 되었다. 그러나 1년 정도 근무하고 퇴사, 다음으로 중소기업 정사원 입사 3개월 오래 근무하면 6개월 만에 퇴사, 소규모 회사에 정사원 입사 또 퇴사 혹은 해고… 정사원이 되었는데도 이직을 밥 먹듯이 되풀이했다. 물론 나 자신에게도 문제가 있었겠지만, 한국계 기업은 한국인이든 일본인이든 현지 채용자의 이직률이 높다. 이직율이 높은 이유 중에 하나는 주재원과의 마찰 등의 이유로 전직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거의 대부분이 주재원과 현지 채용인과의 문제는 상대적 박탈감에서 오는 괴리감일 것으로 생각된다.


일본기업은 팀워크 위주로 업무를 진행한다. 한 가지 프로젝트를 한 팀이 맡아 팀에서 각 스탭과 상의하면서 단계적으로 일을 추진한다. 반면 한국기업은 대체로 자유롭게 스스로 업무를 하는 식이다.

다만, 주재원이나 키맨이 권력이 결정적이어서 일본인은 주재원에 줄을 대고, 일본 물정을 모르는 주재원은 일본인에게 의지하는 식이다. 일본에서 오래 살아온 한국인도 일본 문화에 대해 잘 알고 있음에도, 어떤 이유에서인지 일본 거주 한국인을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이다.  


일본 내 한국 기업 조직의 구조는 주재원, 현지 채용 일본인 정사원, 현지 채용 한국인 정사원, 파견사원, 아르바이트 사원 등의 구성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열한 순위로 파워나 권력을 가졌다. 일본인 정사원들에게는 야사시이(너그러움)하고 한국인에게 키비시이(엄격함)하게 대우한다는 부분은 일본인조차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자연히 현지 채용자의 일본어 구사 능력만으로는 능력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안타깝게도 아직도 한일 구사자의 일본 취준생들의 중도 채용 이직자는 무수히 많다.


일본은 노동법으로 기업이 노동자를 해고할 때 적어도 한 달 전에 해고 통지해야 하는「解雇予告手当(해고예고수당)」의무가 있다. 이 법은 해고일 30일 전에 통지를 하지 않으면 평균 임금의 30일분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자가 갑자기 일을 그만두면 생계를 꾸려나가기 어려운 점을 감안하여, 한 달이라는 기간 동안 노동자가 일자리를 찾는 시간을 주는 의미에서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노동법이다. 바꿔 말하면 한 달 전에 해고 통지를 하면 법에 저촉되지 않고 해고를 할 수 있다.


주재원 눈에 거슬리게 되면 여차 없이 해고를 통보한다. 주재원의 파워는 절대적이다. 해고의 이유는 이렇다. 한 달 전에 면접 시에는 일언 방언도 없던 예산에 큰 착오가 생겨 더 이상 고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니, 한국 본사에서 월 단위로 운영비를 받아서 꾸려나가는데 어째서 한 달 만에 예산이 마이너스가 된단 말이냐?

부당 해고를 당한 나는 재판을 걸어볼 심정으로 구글링 통해 일본국가와 도쿄도에서 설치하고  운영하는 시설을 알게 되었다. 労働基準監督署(노동기준감독소)/ 法テラス(법테라스) / 労働情報相談センター(노동정보상담센터)라는 노동자 보호 시설이 있어 관할 시설을 이용했다.


노동정보상담센터는 1차로 전화 상담을 받아주고 기업과 노동자 사이에 적당한 선에서 절충하는, 이른바 ‘알선’이라는 형태로 노동 문제를 해결해 주기 위해 무료로 운영되고 있다. 한 상담자분은 한국인의 상담자는 내가 처음이라고 했다. 일본 국내 한국 사회가 따로 형성되어 있어서 한국인의 노동 상담은 거의 없다고 했다. 아마 장담하건대 일본 거주 한국 직장인들의 억울하지만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넘어가는 사연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한국인 사회가 좁기 때문에 소문이라도 나면 다음 직장을 구하기에 손해라도 갈까 봐 꺼리게 되는 것이다. 이런 시설을 이용해도 결국엔 해고 통지는 번복되지 않고 월급의 몇 달분을 청구하는 형태로 절충안을 찾아 끝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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