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팔리지 않는 시대, 우리는 무엇을 파는가?

by 알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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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도쿄 롯폰기 한복판,

입장료를 내야만 들어갈 수 있는 신기한 서점 하나가 문을 열었습니다.

이름은 '분키츠'.

"책을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책과 우연히 만나는 시간을 판매한다"는 철학으로 시작된 이 공간은,

단순히 책을 진열해두는 곳이 아닌 '머무는 경험'을 파는 실험장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서점에서 돈을 내고 들어간다고?'라는 반응이었지만, 이 독특한 실험은 오프라인 공간 비즈니스의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중요한 화두를 던졌습니다.


그러면 김포와 한남동을 오가는 '마이블랙코티지'는 어떤 이야기를 쓰고 있을까요?

오늘, 마이블랙코티지는 두 곳에서 동시에 펼쳐졌습니다.

김포에서는 새로운 운영진의 첫 데뷔 무대가 있었고, 기존 운영진 2명은 서울 한남동 블루도어북스 김진우 대표의 초대으로 특별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한남동에서의 두 번째 상영작은 에릭 로메르 감독의 〈해변의 폴린(Pauline At The Beach, 1983)〉이었습니다.

싱그러운 색감과 생생한 계절감을 통해 다양한 사랑의 면면을 보여주는 이 작품을 함께 감상하며,

"하고픈 말이 많지만, 열마디 말보다 한번의 감상이 100권 책을 넘어서는 것 같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경험이 또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번 확인하는 순간이었죠.


마이블랙코티지는 '책을 파는 공간'이 아닙니다.

아니, 오히려 책을 팔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들이 이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입장료도, 정해진 프로그램도 없는 이 공간에서는 매주 사람들이 모여 책을 읽고, 그날 마음에 남은 문장을 포스트잇에 적어 벽에 붙입니다.


책 한 권을 통해 각자의 감정이 흘러나오고, 그 문장 하나하나가 다른 이의 삶에 가만히 스며듭니다.

이 포스트잇 하나는 분키츠의 입장료처럼 단순한 '기능'을 넘어섭니다.

그것은 누군가의 일상에서 건져낸 말 한 조각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삶의 흐름을 바꾸는 울림이 되기도 하죠.

여기에 더해 마이블랙코티지에서는 책을 읽고 나서 와인을 마시며 서로의 인생 이야야기를 나누거나, 보드게임을 하며 조금은 무장 해제된 채 웃음을 터뜨리는 시간이 이어집니다.

때로는 영화를 함께 보며 "경험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는 순간들도 만들어냅니다.


두 공간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가치

책이라는 매개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것은 시작일 뿐입니다.

마치 분키츠가 '책을 사지 않아도 괜찮다'는 전제로 공간을 큐레이션한 것처럼,

마이블랙코티지도 '책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읽어내는' 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분키츠가 입장료라는 문턱을 만들었다면,

마이블랙코티지는 문턱을 없애는 방식으로 '시간의 가치'를 만듭니다.

분키츠가 센쇼(책 큐레이션)라는 고급 서비스를 통해 관계의 밀도를 높였다면,

마이블랙코티지는 손글씨 포스트잇이라는 저비용의 감성 도구로 공간의 감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접근이지만,

그 핵심은 같습니다.

"책을 어떻게 팔 것인가?"가 아닌 "책을 통해 어떻게 삶을 연결할 것인가?"라는 질문.


마이블랙코티지가 김포와 한남동을 오가며 새로운 운영진과 기존 운영진이 각각의 방식으로 실험을 이어가듯, 이곳에서도 이제 책장 너머의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쌓여가는 문장과 감정, 관계의 흔적들.

그것은 단순한 독서 모임의 기록이 아니라, 새로운 오프라인 리테일의 가치 실험일지도 모릅니다.


시작이 된 끝

'책이 팔리지 않는 시대'는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책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책이 우리의 관계를 이끌어내는 방식이 바뀌고 있는 것뿐이니까요.

그리고 그 전환의 현장에, 분키츠와 마이블랙코티지 같은 공간들이 존재합니다.

당신에게도 그런 한 문장이 있었나요?

오늘, 마이블랙코티지의 벽 한 켠에, 당신의 문장을 남겨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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