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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구리의 두 얼굴, 이재선을 말하다

본질을 꿰뚫는 조용한 질문자

by 집구석마케터

들어가며


이 콘텐츠는 '나 됨 보고서 : 주간 이재선' 프로젝트의 일부로, 주변인이 바라본 이재선이라는 사람의 모습을 수집해 정리한 텍스트형 인터뷰 콘텐츠입니다.


아래의 인터뷰는 인터뷰는 대학교에서 같은 팀으로 졸업 전시를 준비했던 동기, YJ님의 설문 응답을 대화 형식으로 재구성된 글입니다.


인터뷰 흐름을 자연스럽게 만들기 위해 질문 순서는 일부 조정되거나, 제외되었고, 응답자의 어투와 분위기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가벼운 각색이 더해졌습니다.



말없이 중심을 잡던 사람


"재선님이요? 첫인상은... 똑똑하고, 말끔하고, 나이에 비해 성숙한 느낌이었어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인상이었죠."


YJ는 그렇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대학교 4학년 졸업전시 팀에서 함께 과제를 하며 처음 알게 되어 지금까지 종종 이야기를 나누며 인연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본인이 좋아하는 게 뭔지 아는 사람? 열정이 있고, 취향이 분명한 사람이었어요. 대화를 하다 보면 문득 입체적인 면이 느껴져요."


어떤 계기로 그런 생각이 들게 됐냐고 묻자, 그녀는 조심스럽게 떠올렸다.


"재선님 직장이 홍대였을 때, 저녁을 한 번 같이 먹은 적이 있어요. 그날 제가 이런저런 고민을 털어놨는데, 정말 진심으로 경청해 주시고 조언도 너무 따뜻했어요. 요즘 그런 사람 잘 없잖아요."


"이전에는 졸업 후에 종종 이야기하는 동기 정도였는데, 그날 이후로는 고민 있을 때 물어보게 되는 인생 선배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 팀플, 그 중재자


디자인과의 졸업전시는 무척 악명이 높다고 한다. 예민한 사람들끼리 모여 졸업을 위해 팀플을 해야 하기에 팀이 해체되거나 싸우는 사례가 무척 많은 상황에서, YJ는 이재선과 함께한 팀플은 정말 팀워크가 좋았다고 이야기한다.


"열정 가득한 리더, 거칠고 예민한 팀원 사이에서 재선님은 적절하게 중심을 잡는 사람이었어요. 누구 편을 드는 것도 아니고, 상황을 조율하면서 흐름을 이끌어가는 역할이었어요. 팀워크가 좋았던 가장 큰 이유는, 사실 재선님 덕분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녀는 그 시절을 떠올리며 덧붙였다.


"본질을 꿰뚫는 질문을 정말 잘하세요. 상대방도 몰랐던 자신의 진의를 끄집어내는 듯한? 그런 말투나 대화 방식이 인상 깊었어요."



진심과 무덤덤 사이


이재선은 본인의 감정을 겉으로 잘 표현하지 않는 스타일이라고 한다. 고민이 있어도 쉽게 드러내지 않고, 감정을 함부로 터뜨리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런 무덤덤함 속에서도 순간적으로 비치는 진심이, 오히려 깊게 와닿을 때가 많다고.


"한 번은 사적인 연애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정말 힘들어 보였거든요. 그런데도 그 감정을 덤덤하게 전달하는 모습이 대단하면서도 슬프게 보였어요."


어떤 상황에서도 냉정하게 사고하고, 논리적으로 정리하는 사람이지만, 그 안에도 분명 따뜻한 결이 있다는 것을 그때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너구리, 그리고 요루시카


그녀가 이재선을 비유한 캐릭터는 '너구리'였다.


"첫인상 때문이기도 한데요, 알면 알수록 너구리처럼 무해하고, 똑똑한 느낌이 있어요."


또 하나, 이재선을 떠올리게 하는 노래가 있다고 했다. 바로 요루시카의 'Forget it'.


"그 곡은 사실 제 취향과는 전혀 다른 곡이었는데요, 재선님이 추천해주셨거든요. 그런데 듣다 보면 재선님과 비슷하다고 생각 들어요.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것 같은데, 내면의 분위기는 그 노래와 닮아 있는 것 같아요."


"재선님은, 그냥 계속 그대로 살아가 주셨으면 좋겠어요. 보는 입장에선, 참 안정적으로 보이거든요."



내가 들은 이재선


이번 인터뷰의 제목은 '너구리의 두 얼굴'로 붙이는 게 적절하다고 느꼈다. 무해한 분위기와 외양 속에, 예리한 통찰력과 논리적인 판단력이 숨어 있는 사람.


이 콘텐츠를 통해 나는, 또 하나의 단단한 거울을 마주한 기분이다. 진심을 다해 소통을 이어왔다면, 그 시간이나 빈도가 적을지라도, 그 사람 또한 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관찰한 답변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은 무척 행복하고 기쁜 일이다.


말보다는 질문으로, 존재감보다는 구조로 중심을 잡는 사람.

조용한 너구리의 속도는 느리지만, 내가 원하는 본질을 향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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