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한글창을 연다

잃는 글이 아니라 읽는 글

오늘도 한글 창을 열었다. 손이 가는 대로 쓰기, 아무도 안 보는 글은 쓰기 쉬웠다. 나의 책은 혼자만 보는 글 같다는 말을 들었다. 이제 내 글은 누군가에게 읽히는 글로 남고 싶다. 잃는 글이 아니라 읽는 글 말이다. 나는 글을 쓰며 나를 사랑하려 애쓴다. 다시 읽어보면 나를 잃는 글도 많았다. 나를 깎아내리며 쓴 글은 결국 나의 한 조각을 잃는 것만 같았다. 그 상황의 나, 내 마음의 흐름이 그랬다. 계속 나를 절벽 아래로 밀어내야 정신이 퍼뜩 날 것만 같았나 보다.

나는 나 자신을 잃고 싶지 않다. 살뜰히 챙겨 내 자존감의 무게를 갖고 싶다. 좀 더 단단한 내가 되고 싶다. 누구의 말에도 휘둘리지 않는 나만의 철학을 갖고 싶다. 내 안에 갇힌 좁은 사고를 넓히고 싶다. 넓힌 마음 안에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는 눈도 키우고 싶다. 결국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것이 글을 쓰는 이유다.

내 글이 성장했으면 좋겠다. 글쓰기라는 영역은 도달점이 없는 거 같다. 걷기처럼 꾸준히 나아가는 게 글쓰기다. 삶이 좋아지면 글이 좋아진다고 했다. 그 말의 뜻을 이제야 조금 알 거 같다. 삶이 좋아지는 걸 느끼려면 글을 써야 알 수 있다. 그것도 꾸준히 써야. 쓰지 않으면 삶이 아무리 좋아져도 글이 나아지는걸 마주할 수 없다. 좋은 마음을 품어야 좋은 글이 나온다. 글을 자주 쓰면 내가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보인다. 그런 이유에서 글쓰기가 때론 무섭기도 두렵기도 하다. 그럼에도 마주하는 내가 있기에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다.

나는 써야 사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며칠 쓰지 않으면 쓰고 싶은 마음이 찾아왔다. 쓰고 싶은 마음이 올 때면 쓴다. 멸치 국수를 호로록 목에 넘기듯 쓰기보다 거친 현미밥을 꼭꼭 씹어먹듯 쓰려 노력한다. 한번 더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독자의 마음에 감응할지 걸러낸다. 이 과정을 배우는 중이다. 그 노력은 아름다운 결실이 되기를 꿈꾼다. 내일도 나는 한글창을 열 것이다. 한 걸음씩 나아가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