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 나의 얼굴 표정이 무척 무거워 보인다.
어제라는 하루도 이미 끝이 난 후 찾아온 새로운 시작.
기억도 나지 않는 긴 꿈에서 깬 나의 첫마디는 그 새로움과는 아주 다르다.
‘아... 어깨야..’
꿈 너머로 사라진 줄 알았던 어제의 기억이 몸에 얹혀있다.
어깨 위로는 중력도 없었을 텐데, 대체 침대 위의 7시간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억겁의 세월을 지나온 머나먼 고인처럼, 무거운 목을 거북이처럼 돌리며.
화장실에서 마주한 거울 속 나에게 말을 건네 본다.
오늘은 어제보다 가벼운 '나'를 주문해.
어제, 그리고 어제의 어제, 어제의 어제의 어제...
과거라 불리는 망령들이 시간이라는 명목으로 내 어깨를 짓누른다.
마음 곷간에 걱정거리 한 근, 근심거리 두 근, 상처 거리 하나 반근을 꾸역꾸역 담고
내일 끌려갈 운명의 소의 슬프디 슬픈 눈망울을 한
억겁의 세월을 살아온 '나'라 불리우는 고인과는 작별을 한 후
오늘은 한 결 더 가벼운 '나'를 주문해.
작은 구절 하나에도 순수해지고
한 모금의 바람에도 해사해지고
오늘 받게 될 상처에 '미안해'라는 진심이라는 무기를 꺼내고
오늘 받을 작고 큰 타격에 평온이라는 근육을 키우며
내가 돌아갈 바람 한 점으로 허기를 채우고
내가 내뱉을 향내로 내 코를 채우며
내가 흘리고 다닐 언어들에도 한껏 지운 무게를 빼고
오늘은 가벼운 나를 주문합니다.
이번 생의 무거움을 가볍게 날릴만한
커다란 웃음과 부푼 희망으로 풍선같이 가볍고
별처럼 반짝이는
다음 생이 아니라 이번 생에.
오늘부터는 가벼웁게
앞으로 살아갈 오늘은 이제껏 매달았던 스스로의 무게를 덜고
0그램만큼의 가벼움으로 차마 날아갈까 아쉬워 사뿐사뿐 땅을 노니는
무게를 지운 즐거운 영혼으로.
오늘부터 그렇게 가벼운 영혼을 주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