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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지울 Dec 02. 2022

보통의 특별함

"너무 평범한 거 아니야."

아침에 급히 나가는 길, 현관에 걸린 거울을 통해 드러나는 적나라한 나의 모습이 그렇다. 내가 무심히도 내뱉는 한마디.

'평범해도 한참 평범하군.'


오늘 하루는 어땠을까? 나는 더없이 평범한 일상을 살았다. 내가 다닌 길은 오늘 더 보통 같고 내가 맞이한 오늘 하루는 오늘 더 보통답다. 보통의 나는 몹시 '평범'하다. 평범한 나는 예전과 다르지 않다.



달라진 것은 오직 한 가지. 이 평범이라는 단어가 요즘은 참 좋다는 것이다.




이런 평범한 내가 좋아지기 시작한 것은 참으로 특별하다. 보통의 나를 뛰어넘기 위해 살아가는 일을 멈추고 나서야 보통인 날 자랑스러워 하기 시작했으니까. 특별하지 않은 일상에 '러블리'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는 지금. 삶의 문제들은 언제나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일상은 꽤나 러블리하다.


누군가가 되기 위해, 무언가를 하기 위해 살아온 날들은 어쩌면 보통의 나보다 우월한, 조금이라도 특별한 내가 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목적 없이도 오늘을 사는 일을 즐길 수 있다면, 매일이 특별해진다.



허들을 뛰어넘듯 하나의 허들 뒤에는 더 높은 허들, 그리고 더 높은 허들.
세상의 허들을 뛰어넘는 일은 오직 내 마음속에 허들을 뛰어넘기 위해서였다.



인간의 눈이 아무리 좋다한들 마음속을 볼수는 없기에, 잠시 눈을 감는다. 내 마음속에 더 깊이 침투하기로 한다.


아! 네가 말하는 그 의미를 알겠다.

나를 지나가는 바람의 의미를.


차마 인간의 눈으로는 눈이 부스어 바라볼 수 없을 만큼, 우리 마음에 빛이 나는 돌들이 가득 담겨 있음을,


나 같은 특별함을, 너 같은 특별함을

나는 이제야 알알이 그 소중함을 '보통'이라는 이름으로 받아들인다.


'평범해도 한참을 평범하군.'

그래서 이 말을 하면서도 썩 싫지가 않아 피식 혼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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