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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지울 Nov 29. 2022

호호 아줌마에게도 팔자주름이

요즘 나는 웃는 연습을 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조금 너무 진지한가. 문득 나의 얼굴이 사뭇 너무 진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입꼬리를 위로 올려보았더니 기분이 덩달아 좋아졌다. 나는 짧게라도 명상을 하는데 명상으로 얻는 실질적 이득은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입꼬리다. 마음이 편안해지면 얼굴이 밝아지니까 당연한 결과일까? 요즘 명상하지 않을 때에도 입꼬리를 올리는 습관을 기르는 중이다. 이 대목에서 나는 사뭇 진지하다. 



정말로 이제는 웃는 상이 되고 싶다.




'울상보다 웃상으로 사는 게 더 좋지 않겠어?'


어느덧 거울 속에 내 얼굴에 보일락 말락 자리 잡은 팔자주름을 보니 심란하다. 그래서 힘껏 웃어보니 꽤 괜찮다. 예쁘진 않아도 좋은 인상이면 좋겠다. 화려하진 않아도 유쾌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남들을 위해서가 아닌 나를 위해 그렇게 살고 싶다. 예전까지는 남을 위해 웃었다면, 이제는 나를 위해서 웃기로 했다. 

아, 아이에게도 웃는 엄마가 되고 싶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이는 남이 아닌 나와 남 그중 걸쳐진 것 같다.



예전에 직장을 관두고 잠시 쉴 때가 있었다. 여행을 그토록 좋아하니 이 참에 승무원이 되면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다소 내향적인 내가 서비스직에는 어울리지 않을 거라고 가족들은 만류했다. 하지만 나는 승무원 합격을 보장하는 학원에 덜컥 퇴직금 중 일부를 내버렸다. 승무원 학원에서는 정말 예쁜 얼굴들, 키도 크고 날씬한 분들이 많았다. 나는 그들에 비해 나이도 많았고, 키도 작았고, 몸집도 작은 편이라 원장님이 보기에도 아슬아슬했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외모나 체격을 덜 중요시하는 외항사에 기대를 걸며 열심히, 그리고 간절히 학원에서 열심히 수업을 들었다. 승무원 합격을 위해 무엇보다 가꾸어야 할 것이 있었다. 바로 얼굴 표정이었다. 친절한 표정이라. 예뻐 보이려고 한 적은 다수 있었지만, 친절해 보이려고 표정 연습을 한 적은 처음이었다. 밤마다 와서 거울을 보고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립스틱 색깔이 진할수록 극적이라) 활짝, 입술이 찢어질 만큼 웃었다. 입꼬리가 코가 끝나는 지점에 걸릴 정도로 끌어올리는 일을 밤늦도록 반복했다. 그러다 회사에서 집으로 들어오다가 나를 본 남동생은 깜작 놀라곤 했다. 아마도 스무일곱 해를 보아온 누나의 얼굴 중 가장 무서웠지 않을까 싶다. 외항사에 면접을 한번 보고서는 이 길이 내 길이 아님을 직감하고 승무원에 대한 꿈은 접었지만 그때 그 기억을 떠올리면 왠지 귀엽다. 밤마다 거울을 보며 입꼬리를 올리던 이십 대의 끝자락, 그녀에게는 간절한 꿈이 걸려 있었다. 세월이 훌쩍 지난 지금의 나는 승무원의 꿈이나, 예뻐 보이려는 노력 따위는 하지 않은지 오래되었지만, 웃는 상이 되어 보고 싶은 욕심은 있다.


내가 느끼기에 내 평상시의 표정은 이렇다. 입꼬리가 시계에서 시간을 가리키는 바늘이라면 각각 4시와 8시를 가리키는 정도인 듯하다. 마치 내 삶에 대한 더 이상의 기대가 없는 듯한 표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마음은 그렇지가 않다. 내 마음에는 설렘 가득하던 시절에 살았던 그 소녀도, 순수하던 모습의 아이도 함께 산다. 더 자주 그런 나를 꺼내기 위해 입꼬리를 올리기로 했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노력이 아닐까. 아마 돈 더 제일 적게 들기도 하고. 



웃음을 머금고 입꼬리의 바늘이 각각 2시, 10시 방향에 걸려있는 사람.





덧붙이자면, 어렸을 때 나는 호호 아줌마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따스한 밥을 아이들에게 지어주고 언제나 호호 웃음을 띤 아줌마. 그런 아줌마라면 충분히 매력적이다. 호호 아줌마같이 호탕하고 유쾌하게 자주 웃는 아줌마가 되고 싶긴 하지만, 그것이 지금은 무리수라면, 조금 가볍게 시작해도 될 듯하다. 더 자주 입꼬리를 올리기.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했고, 웃으면 복이 온다고 했다.

입꼬리를 올리고, 주름이 더 져 보일지라도 활짝, 더 활짝.

이번에는 나를 위해.


자, 내일의 나는 분명 더 활짝 웃고 더 행복할지어다.




(그런데 호호 아줌마도 팔자주름이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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