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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망 Aug 29. 2019

DSH 합격 후기 & 시험에 대하여

DSH와 TestDaF, 모두 응시해본 사람 나야나

돌이켜 보면 행복한 일이 외로움과 괴로움보다 훨씬 많았던 교환학생 시절을 마치고 2015년 한국에서 괴테 대신 TestDaF를 쳤었다. 막 B2를 마친 나에게는 고득점이 버거웠다. 독일어를 공부한 김에 자격증은 따야겠다는 생각으로 응시했으나 겨우 턱걸이로 통과 점수를 받는 것에 그친 채 현실과 타협했다. 그에 만족하고 2전공인 프랑스어를 시작한 것이다. 2018년에 다시 독일 대학 입학을 위해 돌아올 줄은 꿈에도 모른 채...


독일 대학 입학을 위해서는 어학성적 증명서가 필요하다. 내가 아는 한 거의 모든 종합대학에서 최소한 DSH 2 이상, 혹은 TestDaF 모든 영역 TDN 4 이상을 요구할 것이다. 어떤 곳은 Telc C1 또는 Goethe-Zertifikat C1 혹은 C2 이상을 요구하는 곳도 있었다. 


나는 석사 입학을 위해서 TestDaF TDN 4 이상 혹은 DSH 2 이상이 필요했다. 그래서 2018년 8월 말에 독일에 도착한 뒤 11월에 있던 다프를 쳤으나 결과는 TDN 총합 15에 그쳤다. 500유로에 달하는 한 달 코스 학원비와 195유로의 시험응시료가 머릿속을 둥둥 떠다녔다. 결과를 확인한 뒤 부글부글 끓는 속을 달래며 그래도 밑져야 본전이라고 딱 두 군데의 대학에 지원서를 넣었었다. 다행히 DSH를 준비할 수 있는 어학생으로서 학교를 다닐 수 있게 되었고, DSH를 합격한 지금 시험에 대해 조금 기록해두려 한다. 물론 합격한 건 DSH니까 DSH에 중점을 둔 글임을 염두에 두시길 바란다. 


1. TestDaF와 DSH

2. 어떻게 답을 쓰는가?

3. 내가 응시한 DSH 시험 문제와 난이도

4. DSH 후기




1. TestDaF 와 DSH

시험의 차이점은 조금만 검색해도 정말 많이 나온다. 나보다 친절한 사람들의 좋은 포스팅이 가득하니 이 부분을 자세히 설명하는 것은 패스. 나는 한 학기는 다프를 하고 한 학기는 DSH를 준비하느라 두 시험의 유형에 각각 적응해 전략을 짜느라 머리가 아팠다. DSH에서 원하는 답과 다프에서 원하는 답의 형식은 아예 다르다. 각 시험에 알맞게 적응하고 적용하고 연습하고 첨삭받을 시간이 무조건 필요하다. 


2. 어떻게 답을 쓰는가?

- Hörverstehen(이하 HV)

다프에서는 듣기가 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첫 번째 듣기가 두 사람 간의 비교적 일상적이고 간단한 대화에 관련된 짧은 주관식이다. 잘 집중해서 들으면 충분히 모든 답을 기입할 수 있는 길이와 속도감으로 녹음된 질문을 들려준다. 두 번째 지문은 지식전달을 위한 인터뷰 형식이다. 질문에 stichwort를 다 마킹해두고, 속도가 빠른 지문이므로 잘 듣고 Ja/Nein을 골라야 한다. 세 번째 듣기가 가장 난관인데, 긴 지문을 두 번 듣고 구체적인 주관식 답을 작성해야 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 시험의 유형이 DSH보다 훨씬 잘 맞았고 훨씬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DSH에서는 선생님이 7~8개의 문단으로 된 텍스트를 두 번 읽어준다. 우리 학교의 경우 처음 텍스트를 읽어주고 난 뒤 시험지와 문제지를 배부한다. 두 번째 듣기에서 디테일한 정답을 찾아내 적을 수 있는데, 우리가 텍스트를 보고 답을 쓰는 게 아니라서 abschreiben(받아쓰기/베껴쓰기)을 해도 정확히만 쓰면 정답으로 인정해준다. 다만 어정쩡하게 받아쓰거나 전치사가 틀리거나 하면 문장 전체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어서 오히려 감점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어정쩡한 받아쓰기의 달인인 나는 항상 '듣기 잘 쳤어!' 해 놓고 발목 잡히는 파트가 듣기였다. 


- Textproduktion

다프에서는 Grafikbeschreibung을 해야 하는 게 기본이다. 먼저 양상에 대한 서론 - 그래프 설명 및 본론 도입부 - 본론(argument, heimatland...usw.) - 결론 형식으로 쓰면 깔끔하다. DSH는 대학 주관 어학시험인 만큼 정말 대학 by 대학이다. 동일한 유형으로 그래프를 해석해야 하는 학교가 있는 반면 우리 학교처럼 VT, 즉 Vorgabenorientierte Textproduktion을 하는 대학도 있다. 어떤 토론의 여지가 있는 질문과 Vorgaben 다섯 개를 제시하면 학생들이 그에 대해 장/단점을 파악해 근거를 제시하고 마지막에 찬/반을 써 내는 게 VT이다. 서론을 제외하면 창의력과 상상력을 요하는 부분은 전혀 없고, 어찌보면 가장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준비하여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파트라고 생각한다. 나도 처음에 정말 합격과 거리가 먼 점수에서 시작했지만, 자주 쓰는 표현과 Redemittel을 적절히 암기해서 적용하니 큰 문제 없이 안정적인 점수가 나왔다. 


- Leseverstehen(이하 LV)

가장 큰 차이점을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객관식과 주관식의 차이가 되겠다. 다프에서는 지문을 읽고 질문에 대해 올바른 답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면, DSH에서는 지문에서 질문에 답을 해야 할 부분을 찾아내 그 문장을 '내 방식대로' 바꾸어 써야 한다. 그러나 이 '내 방식'의 기준은 상상력이 아니라, 그저 그 답이 되는 부분 자체를 umformen하는 것에 있다. 주어의 변경을 통해 자동-수동태로 바꾸거나 혹은 그 반대, 또는 단수를 복수로 바꿔 쓰거나 Hauptsatz를 Nebensatz를 이용한 문장으로 바꾸거나 등등의 방법이 있다. 그.래.서. 문법 공부가 필수적으로 뒤따르게 된다. 


- Wissenschaftliche Struktur ; Grammatikteil

문법시험은 다프에는 존재하지 않는 파트이다. 우리 학교의 경우 LV에서 나온 문장을 umformen하는 문법 문제가 나왔다. 중상급 이상의 문법 요소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꾸준한 공부와 어느정도의 암기가 필수다. 수업시간에는 파란 문법 책이라는 애칭을 가진 'Übungsgrammatik für die Mittelstufe (Niveau C1)' 를 사용해 공부했다. 문법적으로 바꿔 써야 하는 단어나 문장 아래에 밑줄을 그은 것을 알맞게 변화시키면 된다. 기출문제를 대여섯 번 풀어보면 무조건 나오는 문제와 자주 나오는 유형이 감이 잡혀서 좋다.


3. DSH 시험 문제와 난이도

1) 내가 느낀 개인적 '체감'

2) 친구들과 이야기한 뒤 의견을 모은 '전체'

3) 내 점수가 반영된 '실제'로 난이도를 구별한다. 


 - 듣기영역 (체감 ★★☆☆☆, 전체 ★★★☆☆, 실제 ★★★☆☆)

 Ist Multitasking möglich?가 나왔다. 본(Bonn)대학에서 연구한 어플리케이션 이야기와 함께 인간의 뇌가 두 가지 이상의 업무를 처리할 때 어떻게 반응하고 어떤 성과를 거둘 수 있는지에 대한 텍스트였다. 듣기에 자신이 있어서 정말 이거 90% 이상으로 정답률이 나올 것 같다고 혼자 설레발을 쳤는데, 설레발은 설레발이었다. 놀랍게도 네 영역 중 가장 불효자 영역이었다... 


 - 쓰기영역 (체감 ★★★★☆, 전체 ★★★★☆, 실제 ★★★☆☆)

 주제는 Medienkompetenz를 의무교육과정에 포함시켜야 하는가? 였다. Vorgaben은 교육목적, 다른 과목의 누락, 미디어의 올바른 사용법, 과도한 미디어 노출, 미디어의 최근 경향. 너무 긴장했는지 가장 첫번째 Vorgabe였던 Lernziele에서 막히는 바람에 시간 배분에 실패하고 마지막에 단어 수를 세는 것도 줄마다 평균 단어 개수를 세어 겨우 맞춘 씁쓸한 시험시간이었다. 그렇지만 점수는 자신만만하던 듣기보다 더 잘 나와서 충격.


 - 읽기영역 (체감 ★★★★☆, 전체 ★★★☆☆, 실제 ★★★☆☆) 

 웬 처음 보는 거미의 종류에 관한 것이었는데, 기후변화로 인해 거미들이 숲에서 빠르게 대규모로 번식하고 그들의 애벌레가 나뭇잎들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워서 나무가 죽게 되며 결국 또다른 기후변화의 요인이 된다는 내용이었다. 너무 뜬금없는, 아주 긴 이름의 spinne여서 답을 쓸 때 스펠링을 틀리지 않도록 엄청난 주의를 기울였다. 등에 난 털이 독성을 띠고 있어 사람에게도 해를 끼친다는 내용이었는데, 내가 글쓰기를 망쳤다는 생각으로 너무 긴장해서 친 탓인지 눈에 제대로 들어오지도 않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효자 과목 중 하나가 됐다. 


 - 문법영역 (체감 ★★☆☆☆, 전체 ★★★☆☆, 실제 ★★☆☆☆)

 연습을 많이 한 영역이었는데 정말 꽤 괜찮았다. 생각보다 많이 어렵지 않았고, 조금만 곰곰히 생각하면서 주어진 원래 문장을 뚫어져라 읽으면 답이 생각이 난다.. (?) 무엇보다 바꾸어야 할 단어에 밑줄이 쳐져 있다는 것은 무조건 형태를 바꾸어야 한다는 점에만 유의하면 충분히 빈 칸을 잘 채울 수 있다. 읽기와 더불어 정답 퍼센트를 높여 준 파트 중 하나다.


 - 말하기 영역

 체감 난이도밖에 말할 수 없는 시험인데, 나는 Übergriffe라는 Kernwort를 몰라서 아주 큰일날 뻔한 시험이다. 원래 내게 배정된 텍스트는 정신적 질환과 스트레스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마지막에 시간이 꼬이면서 학교 내의 물리적/정신적 침해 방어 코스에 대한 기사로 바뀌었다. 운명이라면 운명이겠거니 하고 최대한 20분 안에 전체 흐름을 파악하고 모르는 단어를 빠르게 체크해 독독 사전을 찾아보았다. 다행히 단어 Definition에 대한 문제는 아는 단어를 골라서 잘 설명했으나 중간에 내용 파악에 문제가 있어서 선생님들 눈치를 보면서 시험을 진행했더니 100%를 받지는 못했다. 중요한 점은 여유있는 태도와 자신 있고 또박또박 말하는 것이다.


4. DSH 후기

 녹록지 않은 시험이다. 그러나 불가능한 시험은 아니다. 한 학기 동안 코스를 들은 친구들도 불합격을 하지만 한편으로는 3주 인텐시브를 들은 학생도 합격을 하는 시험이기도 하다. 얼마나 출제의도와 원하는 방향의 답을 잘, 빠르게 파악하느냐가 중요하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들이 자주 언급하는 테마에 대한 선행학습과 복습도 굉장히 중요하다. 수업 중에 선생님이 흘리듯 말했던 'Medienkompetenz'가 고대로 출제된 걸 보고 무릎을 탁 쳤다. 나는 왜 Umwelt에 눈이 팔려 이스쿠터만 열라 판 것일까에 대한 반성과 함께. 아무튼 수업을 진행하는 선생님들이 출제하는 시험인 만큼 평소 수업 태도도 중요하고 선생님들의 수업 내용에 집중하는 게 아주 중요하다. 

월요일에 필기시험을 치고 나니 선생님이 각자 배정된 구술시험 시간을 보라고 했다. 그리고 in jeden Fall 각자의 시간에 배정된 교실에 가서 자신의 필기시험 합/불 여부를 확인하고 바로 구술시험에 응시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잔인한 통보방식이 어디 있어! 같은 반 친구랑 불평을 하면서 결국 화, 수, 목을 몽땅 긴장 속에서 보내버렸다. 금요일, 구술 시험 시간은 12:40이었으나 나는 학교에 10시에 도착해서 미리 물어봤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심정이었다. 다행히 필기를 잘 통과했고 구술도 여차저차 시험을 잘 봐서 이렇게 후기글을 쓰고 있다. 

참고로 쾰른우니의 경우 필기에서 DSH-3를 받으면 구술을 칠 필요 없이 바로 합격통지를 준다. 얼마나 좋은 시스템이야! 하지만 나는 2를 받았으므로 구술까지 쳤어야 했다. 쾰른체대에 다니는 친구의 경우 DSH-3임에도 구술을 쳤다고 하니까 이 또한 학교 by 학교가 되겠다.





부족하지만 비교글의 탈을 쓴 DSH 후기를 써 보았다. 언젠가 시간이 지나 오늘을, 이 시절을 기억하고 싶을 나에게 쓰는 글이기도 하다. 여러 번의 어학시험을 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그런 건지 - 몇 달 동안 미뤄두다가 결국 그 시간을 잊고 만다. 그게 너무 아쉽고 놓치기 아까운 경험들이라서 이렇게 기록해 보았다. 누군가에게는 도움을, 누군가에게는 재미를, 그리고 먼 훗날 어느 날의 나에게는 좋은 추억을 전해주길.


이전 02화 DSH, 한 학기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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