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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라에몽 Feb 05. 2022

Chapter 4. 학생창업과 동상이몽

열어보지 않은 선물들의 포장지만 서로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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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0. 학생창업과 오프더레코드: 긍정과잉 속 허와 실 https://brunch.co.kr/@uxlee/1

Chapter 1. 학생창업과 팀 결성  https://brunch.co.kr/@uxlee/2

Chapter 2. 학생창업과 전문성 https://brunch.co.kr/@uxlee/3

Chapter 3. 학생창업과 관점변화 https://brunch.co.kr/@uxlee/4




‘Chapter 1. 학생창업과 팀 결성’에서 이야기를 했듯이, 학생창업자의 초기 창업멤버(팀) 구성은 어렵다. 불완전한 학생이 불완전한 학생을 주로 모집하게 되는 인력구조의 불완전 속에 놓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투자 없이 사실상 무일푼으로 창업 동료를 구한다면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업을 해야 한다면, 이번 챕터는 리스크 적은 건강한 팀을 만들어 지속 가능성을 높일 사전 체크포인트를 공유하고자 한다.


“목표가 같긴 한데, 사실 다름.”     



모든 초기창업멤버의 목표는 무엇일까? 아웃라이어를 제외한 상식적인 차원에서 대부분의 답은 같다. 

‘우리 회사가 성장하고 성공하기’. 

이 명제를 부정한다면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다. 물론 구체적인 결과물 형태는 기업 밸류를 높이기, 매출을 잘 나오게 하기, 좋은 평가로 투자받기 등 조금씩은 다를 수 있지만 결국 

‘#내회사가#성장하여#공공연하게#인정받기’라는 틀 안에서는 동일하다.     



초기 창업멤버를 구하는 데 있어서 X는 Y에게 이런 부분을 확인하려고 물어볼 것이다.

“나는 어떠어떠한 사업을 하려고 하고 이걸 성공시켜서 어떠어떠한 밸류를 만들어낼 거야. 나는 너에게 어떠어떠한 부분을 기대하고 있어. 그런 능력을 보여줄 수 있겠니? 나는 네가 공동 창업자로 참여할 생각이 있는지 궁금해. 너는 어떻게 생각해? 이 사업이 괜찮아? 나를 믿을 수 있겠니? 그리고 너의 시간을 충실히 투자할 수 있겠니?”


이때 Y가 대답한다.

“물론이지”     


필자 본인을 포함한, 꽤나 많은 학생창업자들이 여기서 ‘서로 합의가 됐구나’ 만족스러움을 느끼고 넘어간다. 겉으로 봤을 때 특별히 문제가 없는 커뮤니케이션이기 때문이다. 사업을 소개했고, 회사목표를 이야기했으며, 상대에게 바라는 점을 이야기했고, 상대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물어봤다. 그리고 상대는 그에 대해 설명을 하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뭔가 부족하다면, 여기서 어떤 점이 더 필요한 걸까?


단적으로 저렇게 합의를 하고도 생길 수 있는 사례를 공유하겠다.

참고로 필자 또한 위의 과정을 꽤 긴 시간에 걸쳐 이야기를 마치고 몇 명의 멤버들과 창업을 했었다. 그럼에도 중간에 모두가 다른 생각을 가졌다는 것을 체감했던 적이 있었다.

(필자의 실제 경험을 기반으로 하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각색하여 진행)    

 

A: (나는 이 회사가 성공했으면 좋겠어) 왜냐하면 이 회사가 커지면 나는 내 가족이 운영하는 다른 회사에 시너지를 줄 수 있거든. 당장 이 회사에서 큰돈을 벌 생각은 없어. 가족회사가 성장성은 부족하지만 이미 캐시카우로 돈을 부족하지 않게 벌고는 있거든. 대신 이 회사가 같이 협업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성장하면 가족회사도 제휴를 통해 더 큰 이익을 얻게 되고 나도 이득을 얻겠지. 내가 이 프로덕트 핵심인력이기 때문에 내 제안을 거절하거나 내치기도 힘들 거야.     


B: (나는 이 회사가 성공했으면 좋겠어) 왜냐하면 나는 좋은 기업에 취업할 예정인데, 중고신입으로 경쟁력 있는 포트폴리오를 쌓는데 창업이 좋은 재료가 될 것 같거든. 아마 이 회사가 정말 크게 성공하지 않는 이상, 나는 적절한 순간에 빠질 것 같고, 창업 과정에서도 내 이력/포폴을 아름답게 만드는 쪽으로 시도할 거야. 음 내 포폴이 이쁘게 나오지 않는 작업? 하긴 당연히 하겠지만, 열과 성을 다하진 않을 거야.   

  

C: (나는 이 회사가 성공했으면 좋겠어) 나는 일단 지금 창업은 미천한 경험치를 쌓기 위한 과정이라 생각하고, 몇 년 후쯤 내 능력치가 절정이 되었을 때 진짜 사업을 시작할 거야. 물론 지금 창업에 최선을 다할 거지만, 그건 사업 자체의 성공보다도 내 개인의 경험치를 더 빨리 올리기 위해 하는 행동에 가까워. 솔직히 이 사업이 실패해도 나한테는 성공이야. 난 나한테 데미지가 적은 수준일 때 이것저것 다 해보고 싶어.     


D: (나는 이 회사가 성공했으면 좋겠어) 나만 진심이지….     


창업 과정에서 A, B, C는 각각 어떻게 행동했을까? A는 중간중간 회사의 서비스를 무리하게 가족회사와 제휴 맺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의사결정이 원활하지 못했다. B는 본인이 추후 가고 싶어 하는 도메인에서 선호하는 스킬 위주로 제품을 설계하였으며, 해당 방향성이 아니면 생산성이 낮아졌다. C는 본 사업을 테스트베드로만 간주하여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애티튜드만을 고집하였다. 이러자 사업은 쉽게 큰 위기가 닥쳤다. 그러자 다시 A, B, C는 어떻게 반응했을까?     


A는 수익도 안 나는 회사에 골치 아파지고 싶지 않다며 가족회사로 넘어갔다. 

B는 이런 위기에서는 포폴을 만들 수 없고, 마침 이미 적당히 원하는 포폴을 만들었다며 취업 준비를 하고 원하던 회사에 들어갔다. 

C는 굳이 위기에 있는 회사를 살리려고 노력하기보다, 또 다른 테스트베드를 찾아 떠났다. 

진짜 본 사업을 하고 싶던 D가 상대적으로 가장 큰 데미지를 얻게 되었다.     


다시 강조하지만, A, B, C와 D의 사전 합의한 목표는 같다. ‘이 회사를 성장시켜야지’ 
또한 그 마음에는 다들 거짓이 없었다. 정말로 성장을 위해 각자 행동도 실천하였다.
대신 ‘성장시키고 싶은 이유’가 각자 달랐던 것이다. 


‘초기에 왜 이 회사를 성장시키고 싶은지,
그게 본인에게 개인적인 측면에서 어떤 이득이 되는지’를
진지하게 논의하지 않았던 것이 위험이었다. 



물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관련 주제에 대해 가볍게 이야기를 꺼내긴 한다. 하지만 이런 부분은 사람 내면의 상당히 속내에 있는 편이어서, 막상 상황이 닥치기 전에는 ‘근로소득 이상으로 돈을 많이 벌고 싶어’, ‘제품 하나를 내 힘으로 만들고 싶어’ 같은 다소 겉핥기식의 반응이 공기처럼 떠다니게 된다. 그들의 마음도 이해가 되는 게, 예를 들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회사를 초장부터 ‘이게 좀 커지면 내 가족회사에 도움을 주는 관계가 되면 좋겠어’ 같은 말을 하기에는 부담스러우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어봐야 한다.
아니, 더 노골적으로 표현하자면 ‘캐물어야 한다’.
그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합류를 하는지. 왜, 당신은 여기서 일을 하고 싶어 하는지.
그 니즈와 회사의 위기가 충돌한다면 어느 정도까지 버틸 수 있는지.
적어도 서로 감정이 상하지 않을 정도까지만이라도. 


구성원의 근본적인 니즈를 알아야지 운영과정에서 동기부여도 적절하게 가져갈 수 있으며 위기상황에서 반응을 예측하고 대처할 수 있다. 물론

        

“회사 돈 벌려고 다니는 거지”    

 

라고 말할 수도 있다. 맞는 말일 수 있다. 당신이 직장인이라면. 이게 ‘내 회사’는 아니니까, 오히려 그런 상황은 운영진이 동기부여를 임직원에게 어떻게 해주느냐가 포인트일 것이다. 하지만 창업초기멤버는 그와는 결이 다르다. 합류 당시 시점의 개인적 니즈가 적어도 회사가 적당히 안정되기 전까지는 스스로를 동기부여 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초기창업 팀구성에서 ‘상대의 진심’이 특히 중요한 이유     



‘세밀한 부분까지 같은 꿈’을 꾸는 게 초기창업 팀구성에게 유난히 중요한 이유는 앞으로 닥칠 ‘수많은 변수들’ 때문이다. 무경험자도 예상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창업초기는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의 연속이다. 될 거라고 철석같이 믿었던 제품이 피봇팅을 해야 할 수도, 돈을 끌어올 수 있다고 생각한 채널이 막히거나 적을 수도, 예상보다 조직유지가 간당간당할 정도로 성장이 지지부진할 수도, 맡길 수 있을 줄 알았던 팀원의 역량이 생각보다 부족할 수도 있다. 매우 자연스러울 수 있는 사실인데, 받아드리는 입장에서는 하나하나 고통이 된다. 차라리 절반이라도 루틴하게 예상이 되는 어려움이면 그나마 나을 텐데, 경험하지 못했던 문제가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다시 말해, 그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평범치 않은 높은 수준의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임직원이 아니기에 동기부여는 인센티브, 연봉인상, 직급 승진 등에서 나오지 않는다. 결국 동기부여는 ‘이 회사를 어떻게든 성장시키겠다는’ 팀결성 시 입을 모았던 도원결의의 진정성에서 나오게 된다. ‘이 회사를 성장시키겠다’까지는 합의를 했지만, ‘어떻게든’이란 단어를 껴놓지 않았다면 위기의 갈림길에서 구성원들은 성장을 위한 다른 길을 쉽게 탐색하게 된다.


 창업의 목표가 엑시트(EXIT)라면 그 기간이 창업 후 빨라도 최소 3년 정도는 보통 필요하다. 만약 IPO 방식으로 목표를 잡는다면 그 기간도 매우 늘어난다. 당연하지만 (특히 국내의 경우) 성공확률 또한 매우 낮다. 다시 말해 그 목표에 도달했을 때쯤이면, 대부분의 기업들은 위에 말한 크고 작은 위기들을 적어도 몇 사이클을 거쳐왔을 것이다. 그 위기 때마다 초기멤버가 우수수 떨어져 나간다면, 극히 낮은 확률을 뚫고 평온한 엑시트를 할 가능성은 낮아진다.     


특히 학생/청년창업은 상대적으로 창업위기 때 조직와해 확률이 더 높아질 수 있다. 다른 선택지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학생/청년의 경우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창업이 잘 안 되더라도, 대학원에 진학할 수도, 취업을 할 수도, 차라리 다른 새 사업으로 옮기던지 등 기회가 더 여유롭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의 상황에 끈기를 보이는 청년들도 많지만, 경험적으로 추측했을 때 보통 자녀가 있는 상태에서 수입이 고정적으로 있던 기존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에 임하는 분들과 비교했을 때는 환경적 조건에서 하나에 몰입하는 수준에는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애초에 이탈 가능성이 높은 군집과 협상을 잘하고 성과를 내려면, 이 사람이 스스로 자기동기부여가 되어있는지, 그 동기부여가 구성원이 공통으로 설정한 방향과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게 합리적인 전략으로 판단된다.       

   

 사실 창업 멤버를 구할 때 ‘저 사람의 유능함’에 꽂혀서 모집하는 분들도 많다. 똑똑하니까, 말을 잘하니까, 기술력이 있으니까 등등. 주관적인 생각은 그건 한 번이라도 안정적인 상태를 경험한 회사가 ‘임직원’을 뽑을 때 취하는 태도라고 본다. 유능한 것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아무리 역량이 뛰어나도 내 옆에 없으면 본인 사업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특히 학생창업은 앞선 챕터에서 꾸준히 언급했듯이 인력적 선택지 자체가 별로 없기 때문에 ‘그래, 이만하면 됐지’ 수준으로 애써 외면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초기인력 구성은 초기창업 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절차 중 하나이다. 서비스 시작 전이라 뒤에서 등 떠미는 사람도 없기에, 상대적으로 검증에 검증을 하는데 여유가 주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충분히 서로를 검증하자.   

  



아마도 창업은 결혼 상대 구하기에 가깝다. 특정 엣지에 너무 꽂히지 말고, 전체 그림을 보며 특히 상대의 진심이 무엇인지를 깊게 탐구해보자. 어쩌면 정말 결혼 상대처럼 끈덕지게 삶을 함께해야 할 상대일 수도 있다.      

거대한 압박 속에서도, 같은 꿈을 꾸며 같은 곳을 바라보는 동료와 함께 창업을 시작하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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