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나'에 대한 정의
무슨 일 하세요?
보통 외부에서 이런 질문을 받으면 으레 '회사원이요, 직장인이요'라며 얼버무렸습니다. 혹은 'ㅇㅇㅇ다니고 있어요'라고 회사명을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회사원, 직장인 혹은 내가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 이름에 나 자신을 가둬버리고 있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출근해서 일하고 퇴근하는 삶이 지겹다고 늘 이야기하면서, 나 스스로가 그런 삶에 나를 가둬버린 것이 아닌지, 방향성도 없이 그저 수동적으로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적게 일하고 많이 벌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일하는 '나'에 대한 정의입니다. 과연 일하는 '나'는 어떤 사람인지를 먼저 정의해야, 앞으로 사람들과 무엇을 위해 어떤 모습으로 일할 것인지가 더 뚜렷해질 테니까요.
그 친구는 뭘 잘하지?
회사에서 12월은 잔인한 달입니다. 내년에 회사를 떠날 사람이 정해지기도 하고, 새롭게 리더가 돼서 조직을 이끌어 갈 사람이 정해지기도 하는 달입니다. 그럴 때면 사장님이나 회장님이 종종 기획팀이나 인사팀에 묻습니다. "그 친구, 뭘 잘했더라?" 나에 대해 누군가 이렇게 묻는다면, 여러분은 어떤 대답을 듣고 싶으신가요?
숫자에 스토리를 더하는 경영기획자
저는 저 자신을 '숫자에 스토리를 더하는 경영기획자'로 정의했습니다.
주니어 시절, 일간지에서 의뢰받아 직무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경영기획이라는 직무에 대해 모르는 취업준비생들이 많으니, 하는 일을 알기 쉽게 설명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경영기획이라는 일이 기자의 일과 비슷하다고 답했습니다. 대학생 시절, 학보사 기자생활을 했었는데 경영기획의 일도 학보사 생활의 연장선이라는 생각이 종종 들었기 때문입니다.
책상에 앉아서는 상경계 출신의 숫자 감각으로 조직의 매출, 판매 실적을 예측하고 목표 달성률을 계산했지만, 업무를 진행하다 보면 숫자로 드러나지 않는 것들이 참 많았습니다. 숫자로만 설명되지 않는 것은 학보사 기자 생활 때처럼 발로 여기저기를 뛰어다니고, 다양한 회의에 참석하며 왜 매출이 갑자기 감소한 것인지, 사업을 진행하면서 이슈는 없는지 듣는 일을 했습니다. 현업 부서의 이야기를 들은 후, 자리에 돌아와서는 숫자에 스토리를 더했습니다. 다음 달은 얼마만큼의 숫자를 목표로 정해야 하는 것인지, 내년은 어떤 스토리로 사업 전략을 세워야 하는 것인지 다시 고민했습니다.
일을 하다 보면, 유난히 숫자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 있습니다. 빠르게 숫자를 파악하고, 추이를 파악하는 사람이요. 반면,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뛰어나고 인과관계를 잘 엮어서 스토리텔링을 잘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는 둘 중 하나를 빼어나게 잘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러나 두 가지의 밸런스를 잘 맞출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숫자와 스토리의 밸런스를 맞출 수 있는 것이 제가 생각한 저만의 무기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만의 무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하는 내가 가진 무기는 무엇인지, 내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내가 추구하는 방향성은 무엇인지 정하는 것이야말로 '적게 일하고 많이 버는 비밀의 문'을 여는 첫 열쇠입니다.
- 여러분의 직업은 무엇인가요? 한마디로 정의해본다면요?
- 회사에서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요?
- 내가 추구하는 커리어의 방향성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