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무 Sep 13. 2021

내가 산티아고 순례길을 알게 된 건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았던 날


여행은 생각지도 못한 만남을 선물해 주기도 한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을 때의 일이다. 내가 산티아고 순례길을 알게   중학생 때 읽었던  권의 책을 통해서였다. 당시에 나는 여행에 관심이 많아서 여행책을 자주 읽었다. 도서관에서 여행책을 빌려 읽으며 성인이 되면 언젠가는 나도 배낭을 메고 여행을 떠나겠다는 꿈을 꿨다.  당시 많은 여행책이 있었지만 그중에  작가가  '산티아고 순례길'이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자연스레 책을 빌렸고 그렇게 나는 처음으로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해 알게 됐다.




책을 읽고 나서 언젠가 그 길을 걸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나는 정말 산티아고 순례길 위에 선 순례자가 됐다. 종교적인 의미가 있어서도 아니고 큰 뜻을 품고 이 길 위에 선 것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중학생이던 내가 책을 읽으며 언젠가 이 길을 걸으리라 생각했던 어린 날의 꿈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걷는 산티아고 순례길은 생각보다 더 힘들었다. 처음에는 언제 다 걸을까 싶었던 마음이 목적지가 얼마 남지 않자 아쉬운 마음으로 변했다.




매일 아침에 일어나 간단하게 아침을 챙겨 먹고 화살표를 따라 걸었다. 목표한 거리를 걸어 숙소에 도착하면 씻고 빨래를 널었다. 그리고 마트에 가서 장을 봐서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마주치는 사람들이 비슷하기도 했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며 순례길에서의 시간은 느린 듯 빠르게 흘러갔다. 매일 비슷한 날들이 반복됐지만 그 단순한 생활이 나와 꽤 잘 맞았다.




순례길도 여행처럼 예측할 수 없는 날의 연속이다. 순례길의 중반 지점을 넘어섰을 때 한 숙소에서 빈대(베드버그)를 만났다. 빈대가 배낭에 붙어 있던 거라 지금 생각해 보면 별일 아닌 걸로 넘어갈 수 있었을 텐데 당시에는 순례길 중에 만난 빈대가 달갑지 않았다. 빈대를 마주한 다음날 원래 걸으려고 했던 거리보다 조금 덜 걸어서 한 공립 알베르게(순례자 숙소)에 도착했다.




일찍 숙소에 도착해서 세탁기를 돌리고 건조기를 사용하는데 동전이 부족해서 리셉션에 동전을 교환하러 갔다. 리셉션에는 알베르게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한국인이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한국인이냐 물어보고 인사를 했다. 중년의 여성분이셨는데 자꾸 어디서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조심스레 이름을 물어봤다. 그녀가 이름을 말하자마자 나는 놀란 마음의 소리가 입을 통해 바로 튀어나왔다. "헐!"




내가 이름을 듣고 놀란 이유, 바로 그녀는 내가 산티아고 순례길을 알게 된 계기인 책을 쓴 작가였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다니 정말 생각지도 못한 순간이었다. 작가님은 순례길을 여러 번 걸었고 '호스피탈레로'라는 이름으로 순례길에 있는 알베르게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중이라고 했다. 어찌나 반갑던지 쿵쾅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기가 어려웠다. '나 이러려고 오늘 조금만 걸었나 봐!'




 작가님은 친절하게 순례길과 관련된 정보와 다음 목적지의 알베르게도 추천해주었다. 그녀는 과거의 내가 읽었던 책에서처럼 여행작가의 삶을 살고 있었다. 여행은 정말 예상치도 못한 순간 나에게 선물을 가져다 주었다.  나는 그때 다시 여행 작가의 꿈을 꿔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 사진을 뒤적이며 사진을 찾았다. 무려 4년 전의 일임에도 아직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그때의 만남은 아마 앞으로도 계속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전 05화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 만난 사람들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