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이란 지도를 펼치다
잠깐의 부러움은 괜찮지만
장기적인 부러움은 감사함을 잊어버리는
지름길로 이어진다
일상에 파묻혀 살다 보면 반복적인 루틴 때문에 지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출근을 하기 위해 씻고, 옷 입고,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한다. 버스 정류장으로 가면 버스를 타기 위해 장사진을 펼치고 있는 사람들을 본다. 하루의 시작은 대기와 인내를 거쳐 정해진 시간에 직장을 도착해야 하는 상황으로 전개된다. 누군가 따로 각본을 작성한 것도 아닌데 어느 순간부터 규칙적이고도 동일한 패턴에 익숙해진 나머지 생각보다 몸이 먼저 앞서는 출퇴근을 하게 된다.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몸이 먼저 반응하는 것이다. 첫 출근 때 느껴지는 긴장감과 설렘은 빠르면 1주, 늦어도 한 달을 넘기지 못한다. 취업에 성공하여 감사함을 느꼈던 때와는 다르게 시간이 지날수록 출퇴근에 대한 스트레스와 부담감이 생겨난다. 나만 그런 것인 줄 알았으나 회사 동료들과 얘기해보면 거의 대부분 출퇴근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있었다. 점심시간에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회사일로 인해 지친 스트레스와 매너리즘을 해소해주고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취미나 여행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는데, 아무리 책임감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고 하지만 점점 갈수록 새로운 변화와 일탈이 떠오르고 각자의 관심사에 대한 공유를 하며 기분 전환을 한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고 점심에 동료들과 커피챗을 하며 저녁까지 일하다가 퇴근하는 일상이 그저 단순하게만 느껴졌다. 그동안은 잘 몰랐지만 최근에 개인적인 취미로 시작한 정보 수집과 분석을 통해 직장인의 출퇴근 일상이 결코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과거의 정서도 느껴볼 겸 현 시점의 취업 현황과 취준생 관련 컨텐츠를 시청하며 대한민국 청년의 현주소가 어떠한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알 수 있었다. 과거에도 그렇게 취업이 어렵다고 얘기했지만 현 상황은 더더욱 심했다. 이제는 신입들에게 마저 어느 정도의 경력직이 보유한 역량을 원하고 상대적으로 경력직을 더 많이 뽑는 현실이다 보니 취준생들 입장에선 직장인의 출퇴근이 엄청 부럽다고 한다. 내가 봤던 한 영상에서 보여준 대학생의 말로는 지하철에서 콩나물처럼 매달려 서 있는 직장인의 출퇴근을 보며 나도 저렇게 출퇴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이었다. 직장인의 입장에선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돈벌이가 마땅히 없는 취준생들의 입장을 생각해보면 조금이라도 돈을 벌면서 출퇴근을 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부러울 수밖에 없다.
뭔가에 익숙해지다 보면 쉽게 감사함을 느끼지 못한다. 첫 출근의 마음, 대학 합격, 자격증 시험 통과 등 살면서 짜릿하고 기분 좋은 경험들을 하며 느낀 감정들은 잠깐의 순간에 머물 뿐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무뎌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간다. 평범한 일상을 조금이라도 벗어나기 위해 여행을 가거나 다양한 취미활동을 하며 자극을 일깨우고 의미 있는 경험을 한다. 즐거움과 만족감을 느끼지만 그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감사함을 느낄 수 있다면 자신의 삶에 대한 소중함을 충분히 알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먹고 마시는 것들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결국 누군가가 땀흘리게 일해서 수확하고 생산한 것들이 우리의 식탁에 올라오는 것이다. 커피도 마찬가지다. 마음 편안하게 마실 수 있는 소비자 입장에선 결제하고 제공받는 커피만 마시면 그만일지 모르지만 소비자에게 제공받기까지의 과정은 단순하지 않다. 단순해 보이는 행동 하나에는 사실 수많은 것들이 연관되어 있는 것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유형의 사람들이 있다. 모두가 똑같아 보일지 모르지만 막상 대화를 하거나 같이 협업을 하게 되면 서로의 성향과 배경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문화적 차이, 인식의 차이로 인해 같이 어울리기 힘든 경우도 존재한다. 어쨌든 모두가 같은 땅에서 서로 다른 생각과 방향을 가지며 살아가지만 적어도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부모는 부모의 삶을, 직장인은 직장인의 삶을, 교사는 교사의 삶을, 학생은 학생의 삶을, 사업가는 사업가의 삶을, 사장님은 사장님의 삶을 살아간다. 각자가 하는 일의 영역과 업무가 다르기에 서로를 수용하고 이해하려면 기본적으로 존중을 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존중, 요즘에 느끼지만 이 존중이란 단어가 왜 이리도 어렵게 느껴지는 것일까? 단순히 사람들에게 폐 끼치지 않고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으며 공감과 이해를 해주는 게 존중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존중은 그렇게 단순한 개념이 아니었다.
생각해보자. 우리가 사는 세상은 너무나도 복잡하다. 서로가 추구하는 가치관과 목표, 이상향 역시 다르다. 어느 정도는 같을지 모르지만 세부적으로는 차이가 존재할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존중과 상대방이 생각하는 존중이 100% 같을 수 있을까? 쉽지 않다. 예의와 밝은 미소, 차분함, 꾸밈없는 모습을 통해 상대방에 대한 존중을 보여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존중의 전부는 아니다. 예전에 출장을 다니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 당시엔 사회생활 경험이 많이 없다 보니 일정을 어느 정도 잘 지키고 내가 하는 일만 확실하게 잘 마무리하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만나는 사람의 유형이 저마다 달랐고 오히려 상대방 쪽에서 먼저 시비를 걸거나 핀잔을 주는 경우도 있었다. 특별히 내가 어떤 액션을 취한 것도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나오니 적지 않게 당황했다.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럴 만한 이유와 배경이 있었다. 그때 깨달았다. 내가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의 입장을 표면적으로만 받아들일 게 아니라 스스로 더 인내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존중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나와 맞지 않는 사람, 나에 대해 불만을 품거나 적대시 하는 사람을 존중하기란 쉽지 않다. 내가 생각하는 시나리오대로 흘러가지 않다 보니 상대방에 대한 존중보다 멸시와 분노가 먼저 앞설 수도 있다. 다시는 그 사람과 만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에 그 사람이 중요한 책임자이거나 핵심 인물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안 만나면 그만일까? 그렇지 않다. 직장인의 입장에선 어떻게든 일이 잘 진행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므로 나와 맞지 않는 사람들과 잘 어울리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할 것이다. 오히려 처음엔 좋지 않았던 관계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좋아지는 경우도 있다. 시간이 약이라고 서로의 생각이 부딪치고 깨지는 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친해지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서로에 대한 존중이 자연스럽게 생겨난다. 아, 이 사람은 정말로 나를 존중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기 시작하면 그 사람의 말과 행동에서 감사함이 묻어나오는 걸 알 수 있다. 일을 하면서 느낀 게 있는데 감사함을 모르는 사람은 대체로 자기 일에만 집중하고 문제를 개선하기보단 문제를 더 키우려고 한다. 본인 스스로는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당하는 입장에선 정말 답답하고 머리가 깨진다.
내가 뭔가를 하고 있다면 적어도 그 일에 대한 감사함을 느껴야 한다. 그리고 그 감사함을 계속 이어가려면 원만한 일처리를 해서 나와 동료, 고객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 나만 잘해서 스스로 감사하다고 느끼는 이기적인 감사함보단 서로가 만족하는 결과를 얻어 감사함의 파이를 늘리는 상호적인 감사함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직장인의 관점에서 바라본 감사함에 대한 내용을 작성했지만 사실 이러한 부분이 직장인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일방통행의 관계는 없으며 거의 대부분 양방통행의 관계가 아닌가? 내 스스로 감사함을 느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감사함을 느끼지 않는 사람에게 감사함이 무엇인지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