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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K May 13. 2019

그녀들의 외도 사유

바람피기 좋은 날(2007)

영화의 시작과 엔딩은 ‘이슬’의 노래 "바람아. 멈추어다오"로 장식한다.

여주인공 ‘작은 새’는 비장하게 이별을 결심하고 강하게 불어오는 바람역행해서 힘겹게 걷는다.


#영화 속의 두 여자

 

한 여자 ‘이슬’은 남편이 3년간 바람피운 것에 대해 분노하여 맞바람으로 대응한다. 그녀에게 외도는 남편의 질투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도구'이자 섹스리스의 '비상구'였다. 사뭇 진지한 감정을 가지는 어린 대학생에게 별다른 감정은 없다. 이미 외도가 밝혀졌으나, 중독된지라 쉽게 끊지 못한다.


한참 어린 애인을 사귄 유부녀 '이슬'

                              

또 다른 여자 ‘작은 새’는 범인 잡기에 바쁜 형사 남편을 두어, 대화 결핍의 외로움을 채팅으로 해소하고자 했다. 외로움은 반으로 줄고 대화는 늘어나는 "꿩 먹고 알 먹는" 즐거운 연애를 할 수 있겠다는 벅찬 기대로 남자를 만났다. 그러나 그는 그녀가 꿈꾸던 달달하고 말랑말랑한 사랑은 1도 찾아볼 수 없었다. 본래의 목적(성욕 충족)에만 충실한 "현실외도남"이었다.

바보 같이 혼자 '사랑을 주고받는 연애'라고 착각해 남자는 관심도 없는 대화를 하자며 떼쓴다.

깁스를 하고 환자복을 입은 자신에게는 관심도 없고 성행위만 하려는 모습에 정신차리고 힘껏 밀쳐낸다.

                                                         

그가 나의 외로움을 채워주지 않을까? 그러나.. 판타지였다.


#3가지 은유

 

감독은 외도의 위험을 3가지 메타포로 표현한다.

1. 물을 떠나 아스팔트 위에 떨어져 곧 죽을 듯 팔딱이는 두 마리의 금붕어,

2. 압력솥이 가스 불 위에 오랫동안 가열되어 곧 마그마처럼 터지는 상상,

3. 외도한 세 사람이 탄 자동차의 폭발!


바람 이후, 그들은 항상 불안하고 늘 쫓긴다.

행동은 '자유' 를 가졌으나 마음은 '노예'가 되어 버린 것이다.        


#연애와 결혼의 차이?

 

일상의 부부로서 생활하는 ‘이슬’은 미성숙하고 모순적이다.

그녀는 여전히 남편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집은 그녀의 화려한 패션만큼 빼곡히 채워 놓은 화분으로 정원을 방불케 할 정도이다. 열심히 장을 봐서 온갖 재료들로 누구보다 멋있게 요리를 한다.

그러나 실상은 요리는 매번 실패해서 배수구행이 되고, 결국엔 '시커멓게 탄 꽁치 두 마리'로 밥을 떼운다.

남편이 원하고 인식하는 사랑의 증거와는 거리가 멀다.


연애는 <하얀 거짓말>들로 환상을 이룰 수 있지만 결혼은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나의 실체를 그대로 보여주며 배우자의 소소한 요구를 들어주어야 한다. 


"결혼생활 안에서 사랑하기"‘이슬’이나 ‘작은 새’ 둘 다 많이 서툴다.


#'사랑' 대신 '우정'!

 

감독의 이 두 여자에게 문제 해결책을 건네는 방식은 참신하고 놀라웠다. 갑자기 남편이 아내에게 그동안 못 준 사랑을 펑펑 쏟아 '스위트홈'이 되었다는 말도 안 되는 '동화'대신에 새로운 인간관계 "우정"을 제시한다. 보통의 여자들에게는 당연한 것 일 수 있겠으나, 들에게는 본래 없었던 것이었으니 새로운 인간관계의 장펼쳐진 것이다.


상처받은 마음에 자리를 잡지 못하고 부산히 날개짓을 하는 영혼에게 상처를 보담아 주고 이해하고 지지해주는 '서로'가 생긴 것이다. 거기다 보너스로  ‘이슬주부합창단의 일원이 되어 발표회도 가지는 매우 건전한 여가활동도 한다.


여자 둘은 외로움을 나누는 '서로'가 된다

                       

#우리에게는 <안전한 장치>가 필요하다.

  

사회현상을 해석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다. 외도를 단순히 유희나 쾌락을 얻기 위한 행위로 볼 수도 있겠지만, 그전에 <마음의 뻥 뚫린 구멍(외로움, 공허함)>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슬’은 믿었던 남편의 외도로 인해 신뢰가 깨어졌고 그 상처로 인해 많이 외롭고 허했다. 풍요로웠던 마음에 서서히 균열이 갔고 결국 두 동강 나버렸다. 두 동강 난 마음을 붙이기 위한 접착제로서 여러 가지 도구와 방법이 있겠지만, 그녀는 남편이 자신에게 한 것과 같은 똑같은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작은 새’는 어른 나이에 결혼을 해서 딸을 낳고 별다른 일이나 취미나 인간관계도 없이 잦은 야근과 사건이 생기면 일주일씩 못 들어오는 남편만 <일편단심 민들레>처럼 바라보았다. 기대할수록 그만큼 가슴속 우물이 깊어졌을 것이다. 그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 채팅을 선택했고 이것저것 재보지도 않은 채 갈증을 채워주겠지라는 막연한 희망 하나로 불나방처럼 뛰어든 것이다.


우리에게는 안전한 장치가 "많이" 필요하다.


우리는 모두 '인간'인지라 공허함과 외로움, 서운함이 부지불식간에 찾아들기 마련이다.

리트머스처럼 찰나에 스며드는 외로움과 공허함에 대처할 수 있는 장치들, 의미를 두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 따뜻한 정을 나눌 수 있는 우정, 다양한 인간관계, 몰입할 수 있는 건강한 취미와 여가생활, 삶을 풍성하게 해 줄 관심 분야의 교육과 배움 등,


주변 곳곳에 위로해주고, 차가운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줄 장치들을 만들어 두어야 하는 것이다.


그녀들의 잘못은 이런 완충장치를 만들고 관리하는 것에 소홀했다는 것이다.

한 가지 문제에 대해 접근하는 수많은 문제풀이 방식이 있는데, 완충장치도 없는 데다가 손쉽게 해결하는 방식으로 '사이버 공간'을 선택했고 '외도'를 향해 걸었다.


모든 현상은 수많은 고리처럼 얽히고설키어 있다. 단순히 한 가지 해석과 관점으로 결론 내리기에는 훨씬 복잡하기에 더 조심스럽게 신중히 바라보아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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