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의 시작
내 대학 생활은 휴학 한 번 하지 않고 달려 온 단거리 달리기처럼 느껴졌다. 여행을 다니고 하고 싶은 일을 해보고 온전히 쉬는 시간을 가지는 주변 사람들과는 달리, 나에겐 그럴 여유가 없었다. 간신히 조교 아르바이트를 통해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인생에 쉴 수 있는 시간이 있을 리가. 인생은 기구했고, 그만큼 치열했다. 좋은 회사, 높은 연봉만을 바라 보며 학점을 따고, 대외 활동, 각종 자격증을 통해 스펙을 키워나가는 것이었다. 남들이 쉴 때, 끊임 없이 달려온 덕인가, 나는 취업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지원자가 되어 있었다.
대학교 4학년은 死학년이라고도 불린다. 수강하는 과목의 난이도는 점점 어려워지고, 졸업 논문도 시작해야 한다. 졸업을 위한 영어 성적, 봉사 활동, 경연 대회 등에 참여해야 한다. 그 와중에 여름 방학 인턴을 위한 취업 준비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시기이다. 그 시절의 나는 어떻게 살아남았는 지 아직도 의문이다. 학회 활동, 취업 준비, 21학점, 공모전, 대외 활동까지. 이 모든 활동을 한 꺼번에 진행했다는 것은 인생 최대 미스터리 중 하나로 남아있다.
나 역시 여러 기업에 인턴으로 지원하였다. 자신감이 없었다. 처음 작성하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각 회사에서 준비한 질문들은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이 회사에 지원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당연히 돈 많이 벌고 편하게 살고 싶어서지요.' 속마음을 누른 채 회사에서 원하는 모범 답안을 제출하였다. 서류에 합격하고 인적성과 코딩 테스트 등 각종 관문을 통과하면서부터 조금 씩 자신감이 붙었다. 이러다 지원한 모든 회사에 합격하는 것 아니냐고. 그 때는 어디로 가야할 지 행복한 고민을 벌써부터 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 것이 실제로 이루어졌다. 지원한 회사에 모두 최종 합격을 하였고 그 중 어디를 가야할 지 고르는 것은 처음 느껴 본 커다란 고민이었다. 여기저기 정보를 찾아보고 교수님들께 면담도 하며 선택지를 좁혀나갔다. 결국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한 기업에 가기로 결정하였고, 또 다시 쉬지 못 하는 여름 방학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유난히도 더운 잔인한 여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