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직장을 다니지 않아
저는 대학을 졸업할 때 쯤, 학생 때 진행한 인턴이 정규직으로 전환 되어 국내에서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사기업에 입사하였습니다. 입사를 한 직후에는 세상을 다 가진 것만 같았습니다. 남들보다 앞서가는 것 같았고, 이미 성공을 손에 거머쥔 것 같았죠. 직장이 가지고 있는 그 타이틀이 너무 자랑스러워 여기저기 붙여두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주위에서도 많은 축하를 해주었고, 가족들도 정말 기뻐하였습니다. 내 인생은 앞으로 행복하고 승승장구할 비단길만 남아있는 것 같았어요.
다른 동기들이 지방이나 서울의 다른 사옥에서 근무를 할 때, 저는 운이 좋게도 본사에 배정을 받았어요. 화려한 빌딩 숲에 우뚝 솟아 있는 건물을 오갈 때마다 자신감이 차올랐고, 목에 사원증을 메고 있는 내 모습이 멋있어보였어요. 신입 사원으로 들어간 팀에서도 많이 예뻐해주시고, 맛있는 것도 많이 사주셨어요. 회사의 복지 또한 너무 많아서 다 사용하기가 어려울 정도였고, 힘든 학창시절을 보냈던 저에게는 여유롭고 풍족한 생활이 찾아오게 되었어요.
그 행복은 그렇게 오래 가지 않았어요. 신입 사원이라서 그렇겠지 라고 생각하며 특별한 업무 없이 지나가는 날들이 쌓여갔어요. 어떤 날은 출근해서 커피를 마시고 메일을 한 통 작성하고, 점심을 먹고 또 오후에 커피를 마시고 시간을 떼우다가 퇴근을 하기도 했어요. 이미 완성되어 있는 그 대기업에는 제가 오랜 시간 갈고 닦은 실력이 전혀 상관이 없었어요. 오히려 외주 회사에 일을 맡기고 그 것을 관리하거나, 그들에게 일정을 압박하거나, 여기저기 전화를 하고 메일을 하는 것이 주된 업무였지요. 하루하루가 지루하고, 첫 사회 생활에서 쓸모 없는 사람이 된 것 같아 저는 오히려 점점 더 우울해졌어요.
주변 사람들에게 하소연을 하면 돌아오는 반응은 '배 부른 소리 하네', '꿀 빠네' 이런 것들 뿐이었어요. 나이가 더 많은 사람들은 원래 처음에는 열정이 타오르겠지만, 곧 그게 좋았다는 것을 알게 될 거다, 그 시절을 그리워하게 될 거다, 나도 그랬다 라는 조언을 해주었어요. 나이가 더 적은 사람들은 나도 그런 회사에 다니고 싶다. 나도 꿀을 빨고 싶다 라는 부러움 섞인 말을 해주었지요. 사실 어느 조언도 제게는 도움이 되지 않았어요. 저는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큰 회사에 오게 된 것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빠른 퇴사를 결정했어요. 고전적인 대기업이 아닌 정말 사람들이 사용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그런 회사로 가기로 결정했어요. 지금 당장 받고 있는 높은 연봉이 낮아지더라도, 이 복지를 다 포기하더라도 이렇게 몇 십 년을 일하게 되는 미래에 제가 행복한 모습은 잘 그려지지 않았거든요. 사람들이 다 아는 서비스 회사부터 직원이 10명도 안 되는 스타트업까지, 제 역량을 발휘하고 더욱 성장할 수 있는 회사들을 위주로 지원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던 중 저와 가장 잘 맞다고 생각이 드는 회사에 최종 합격을 하게 되었어요.
막상 합격을 하고 퇴사 과정을 밟으려고 보니, 제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놓기가 너무 아까웠어요. 이 높은 연봉과 넘쳐나는 복지, 좋은 워라벨까지. 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고생길로 들어가는 것이 맞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죠.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지만, 막상 말을 옮기려니 두려웠던 거죠. 이제 밟으려는 돌은 어느 누가 보아도 훨씬 흔들리고 불안정한 돌이었으니까요. 주위에서도 한 번만 더 생각해봐라, 가면 후회할 거다, 가면 다시 못 돌아온다 라는 말을 하기도 했어요. 마지막 퇴사 면담 때도 팀장님께서 회사는 다 거기서 거기다. 다시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라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하지만 저는 결국 퇴사를 선택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그런 용기가 났었는지 몰라요. 사람은 시간이 갈 수록 겁쟁이가 되는 걸까요? 그 때 그런 선택을 했던 제가 참 대견하기도 하네요. 지금은 이직한 회사에서 몇 년 째 근무 중이에요. 일은 훨씬 많아졌지만 그만큼 크게 성장할 수 있었고, 실력을 인정받으며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일하고 있는 중이에요. 지금 회사에 다니던 중 아마존 해외지사에 합격하여 외국으로 떠나게 될 뻔한 사건도 있었는데요. 이건 다른 글에서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결론적으로는 지금 회사의 좋은 팀원들과 재밌는 일거리들 때문에 남는 것을 결정했었는데요. 그만큼 사람은 자신에게 맞는 환경에 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선택을 할 때 한 가지 마음 먹은 게 있었어요.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든지, 그게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든지, 절대 뒤돌아 보며 후회하지 않는 것이었어요. 누군가가 보기엔 충동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저는 그 때 제 상황에 맞는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었고, 이 풍족했던 과거를 돌아보며 후회를 할 바에, 현재와 미래에 집중하여 앞으로 어떤 것으로 그 때의 풍족에 비해 부족한 것을 채워나갈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죠. 실제로 저는 단 한 번도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고, 리스크가 있는 상황에서의 제 선택에 조금 더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조건 퇴사를 해버리라는 말씀을 드리는 것은 절대 아니에요. 자신이 가진 장기적인, 단기적인 목표가 무엇이고, 그 것을 이루기 위해서 자신이 어떤 환경에서 어떤 행동을 하고 있어야 하나 구체적으로 먼저 생각해 본 후에, 현재 상황을 탓하기 보다는 그 것을 실제로 이룰 수 있는 곳으로 자신의 발걸음을 직접 움직여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당신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었나요? 지금 환경에 맞추어 그 목표가 지워진 것은 아닌가요? 그 목표를 이루려면 어떤 환경으로 몸을 움직여야 할까요?